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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chun Kim Apr 19. 2019

사진 속의 욕망


나를 찍는 사진엔 늘 나의 욕망이 들어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아주 어릴 땐 하두리였다. 주인공이고 싶었다. 화사해 보이고 싶고, 내가 특별해 보이고 싶었다. 나의 평범함을 똑바로 볼 용기가 없었다.


더 자라 처음으로 이력서 사진을 찍은 날에 진저리쳤던 기억이 난다. 좀처럼 몸에 익지 않는 정장을 걸친 사진 속 나의 그 어색함을 바라보기 힘들었다. 의젓한 나이고 싶었다. 좀 더 사회인이고 싶었다. 그 시절 나의 욕망이었다.



아, 알겠다. 여자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 중에 내가 이상하게 나온 것들을 왜 그렇게 보기가 힘들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가장 좋은 건 둘이서 예쁘게 잘 어울리는 사진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좀 더 못나야 한다면, 대부분의 경우에 그게 나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건 두려운 일이다.


오가는 출퇴근 골목에 작은 사진관이 있다. 거기 걸려있는 가족사진을 보면 그렇게 평온하고 화목한 집이 다시없어보인다. 유명한 책에 나오는 '행복한 가정'은 꼭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마 그건 사진값을 내는 사람, 가장의 욕망일 것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정원(한석규)도 이런 동네 사진관을 했었다. 이름이 초원사진관이었는데, 유리벽엔 꼭 이런 가족사진이 걸려있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정원은 자신의 사진관에서 스스로 영정사진을 찍는다. 덤덤히, 의연하게. 그래도 얼마간의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좀 더 살아갈 사람들에게 의연한 마지막으로 기억되는 것. 그게 영정사진을 찍는 정원의 욕망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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