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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chun Kim Jun 19. 2021

기똥찬 사업아이템 #42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처럼 삶의 불행이 우리 양말이며 팬티까지 다 적실 때가 있다. 우리 휴먼들은 늘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노력하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삶은 짓궂고 인생은 변태적인 유머감각이 있어 때때로 예고 없이 우릴 폭우가 쏟아지는 벌판에 세워놓곤 한다. 우리에겐 만에 하나를 대비한 우산이 필요하다.


오늘 나의 기똥찬 사업아이템 #42 - 가칭 해피투게더 - 를 공유함으로써 나의 우산을 당신과 나눠 쓰고자 한다. 이 아이템은 정말 궁지에 몰렸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어떻게 풀릴지 혹은 꼬일지 아무도 모른다. 정말 고심해서 내린 중요한 선택들이 10연속 꽝이 나올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 하는 신용불량자 혹은 억울한 지명수배범이 될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당신은 우선 심호흡을 하고, 눈을 꼭 감았다 뜬 뒤에, 조용히 백팩에서 이 기똥찬 사업아이템 #42 - 가칭 해피투게더 - 라는 초경량 우산을 꺼내어 펼치길 바란다.


1. 모두가 행복한 '행복종량제' 쓰레기봉투


사업 종목은 쓰레기봉투다. 단순히 제품원가 대비 판매가만을 놓고 한번 보자. 우리가 사는 종량제 봉투의 가격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된다. 세금 뗀 쓰레기봉투의 원가가 얼마나 할까. 1원? 2원? 대량으로 찍어내는 걸 감안했을 때 그 보다도 낮을 것이다.


중국의 공장을 하나 뚫어서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만들어 파는 것이다. 유통과정에서 잡히지 않는 게 관건이다. 나머지는 쉽다. 가짜 계란도 만드는 중국이다. 음식물쓰레기봉투 정도야 코딱지 파면서 똑같이 만들어준다. 이 계획은 불법이라는 점만 빼면 완벽하다. 후술하겠지만, 불법이긴 불법이나 아무에게도 피해주지 않고 오히려 사회를 이롭게 하는 '착한 불법'이다.


우선 당신께 이 질문 먼저 하고 싶다. 지금껏 살면서 음식물쓰레기봉투를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혹은 누군가 버린 음쓰 앞에 멈춰서 주의 깊게 살펴본 적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 아무도 음식물쓰레기봉투에 관심 갖지 않고, 누구도 남이 버린 음쓰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는 한번 판매가 이뤄지고 나면 뒤탈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위조 봉투 조달을 위한 공장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뒤탈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관건은 유통이다. 2L 음식물쓰레기봉투 한 묶음이 현재 1,900원이므로 대량생산원가가 1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유통만 해결하면 원가 대비 1,900배의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2. 사업의 핵심은 유통, All YOU NEED IS 점조직


유통과정에서 안 잡히는 것. 이게 이 사업의 핵심이자 전부다. 이를 위해 점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우선 판매는 트럭을 이용해 아파트단지 등 동네를 돌면서 하는 걸 추천한다. 이때 절대로 쓰레기봉투만 팔아선 안 된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휴지, 수세미, 고무장갑 등 여러 생활용품을 함께 팔아야 한다. '물건 싸게 떼오는 트럭아저씨'라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컨셉으로 일상에 침투하는 것이다. 다른 제품은 모두 원가에 주고, 쓰레기봉투는 시중가보다 10% 싸게 판매하는 걸 추천한다. 매출은 걱정 안 해도 된다. 생필품을 이 정도로 싸게 팔면 금방 입소문이 나게 되어있다. 중요한 건 위장이다. 여력이 된다면 수박, 토마토 혹은 배추나 쪽파 같은 걸 함께 팔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때 중요한  절대 직접 움직이면   다는 것이다. 당신이  일은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물건의 공급만을 해야 하고,  역시 중간 유통책을 통해서 진행해야 한다. 쓰레기봉투를 포함한 모든 제품이 공장도매원가로 매우 저렴하므로  팔릴 수밖에 없고,  팔리는 제품은 공급받고자 하는 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점을 활용해 점조직을 꾸려야 한다. '트럭아저씨' 위장 원칙만 지키면 의심받기도 쉽지 않겠으나 만에 하나라도 덜미가 잡힐 때를 대비해 꼬리를 끊고 달아날  있도록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3. 멘탈케어 for 죄책감 없이 행복한 삶


자, 이렇게 1,000배 단위 이윤이 남는 말도 안 되는 사업구조를 꾸렸다. 1천만원 투자하면 100억이다. 1년 정도 지나면 할 일도 많지 않다. 위장 봉투는 충분히 확보해놨기에 중국에 갈 일도 잘 없다. 위장용 일반 생필품은 수급처를 통해 적법한 절차로 공급받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면 흔한 일반 도매업자다. 남은 중요한 일은 분기마다 중간유통책과 대포폰을 교체하는 것뿐이다.


이걸로 정말 끝인가? 아니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자. 우리가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우린 본디 범죄자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멘탈케어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라도 딴돈의 반은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할 필요가 있다. 이 인류애가 이 사업을 완성시켜줄 마지막 퍼즐이다.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며 당신은 죄책감 없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정리해보자.


먼저 봉투를 사는 소비자. 월급 빼고 다 오르는 환경에서 우리 서민들이 꼭 필요한 생필품을 싸게 살 수 있다(해피).

봉투를 파는 트럭아저씨. 이 분들도 사회 약자다. 금수저나 재벌2세가 트럭상을 하진 않는다. 우여곡절 안 겪은 사람 없고 사연 없는 사람 없다. 이 분들이 가정을 지킬 돈을 벌 수 있다(해피).

딴돈의 반으로 기부받은 어려운 이웃들. 가만 놔뒀으면 정치인 연금이나 멀쩡한 도로 뒤엎는데 들어갔을 아까운 돈을 내가 걷어 정말로 절실히 필요한 분들께 전달드리는 것이다. 예컨대 이 돈이면 파지 줍는 할머니도 손주 장난감을 사줄 수 있고, 고시원 사는 대학생도 삼각김밥 말고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다. 해피.

마지막으로 나. 나는 말할 것도 없이, 해피.


이렇게 이 사업은 완성되고, 아무도 피해보는 이 없이 모두가 행복해진다.

이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분이 있다면 도매용 개인사업자명은 꼭 '해피투게더'로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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