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거지를 쓴 모든 아티스트는 프로페셔널해보인다
문화/예술계 직업 종사자가 벙거지 모자를 쓰면 반드시 프로페셔널해보인다. 벙거지 모자는 마법의 아이템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밴드에 두 명의 베이시스트가 있다. 둘은 번갈아가며 한 번씩 무대에 오른다. 둘의 연주 실력은 100% 동등하다.
베이시스트1은 면바지와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었다. 헤어스타일은 무난한 애즈펌이다. 베이시스트2는 오버핏 셔츠를 헐렁거린다. 벙거지 모자를 썼다. 헤어스타일은 커녕 눈도 보일 듯 말 듯 하다.
이때 100 중에 118%의 확률로 베이시스트2가 더 잘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실력은 동등하나 관객은 베이시스트2의 연주를 신뢰할 것이다.
자료화면을 보자. 음악감독이자 현재 이날치에서 베이스를 치는 장영규씨를 예시로 보자.
벙거지를 안 쓴 장영규씨
벙거지를 쓴 장영규씨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는가. 관객은 벙거지 안 쓴 베이시스트보다 벙거지 쓴 베이시스트를 더 신뢰한다. 만약 벙거지의 효과 옵션이 디아블로2 같은 게임 UI로 표현된다면 '프로페셔널리티+11' '무게감+5' '삑사리 방어력+3' 같은 효과가 붙어있을 것이다. 관객이 그렇게 느낀다면 실제로 더 좋은 연주를 하게 되는 셈이다.
장영규씨는 역시 그 실력만큼 노련한 분이다. 이를 알고 네이버 프로필도 벙거지 쓴 사진으로 교체하셨다.
위 사진은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킬러 오무성을 연기한 이기영씨다. 여러분이 누굴 죽이고 싶다면, 왼쪽과 오른쪽 중 어떤 사람에게 일을 맡기겠는가? 당연히 개같이 오른쪽이다.
벙거지를 쓸 때 팁이 있다. 과묵하고 무표정이면 더욱 좋다. 어떤 얘기를 해도 비협조적일 것 같은 얼굴이어야 한다. 쉽게 말해 엄마 말 존나 안 들을 것 같은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