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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언 Jun 03. 2022

"영화운동의 최전선" 출판 기념회

책방 노마만리 이야기 10.

책방 노마만리의 오픈 날짜를 왜 5월 28일로 정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때쯤이면 인테리어가 마무리되고 1-2주 정도 가오픈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영업 준비를 완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4월에 민족문제연구소 팟캐스트 “역발상”에 출연해 5월 28일에 책방 노마만리의 “그랜드 오픈”을 예고 했었나 보다.


5월 5일 이효인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진행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를 묻는 전화였다. 그때까지는 인테리어 공사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5월 28일 토요일에 “영화운동의 최전선”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전시 오픈 행사를 갖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알겠다고 하시던 이효인 선생님께서는 그런데 요즘 토요일에 누가 행사를 하냐며 토요일보다는 금요일이 낫지 않겠냐고 하셨다. 일리 있는 이야기라 알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다 보니 책방의 정식 오픈은 28일이지만 그 하루 전인 27일에 전야제 격으로 출판기념회를 열게 되었다.


책방 노마만리 개업 및 "영화운동의 최전선" 전시 오픈 기념 사진


우선은 “영화운동의 최전선”의 제작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출판기념회 및 전시 오픈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드렸다. 5월 10일 수유너머에서 북한영화에 대한 강연을 하게 되었는데, 그 강연을 기획하신 이수정 선생님께 가장 먼저 전화를 드렸다. “영화운동의 최전선” 전시에 필요한 이수정 선생님 소장 앨범을 빌려야 했던 상황이었기에 앨범을 빌려 달라고 말씀도 드리고 행사 참석여부도 여쭈었다. 이어서 변재란 선생님과 경남 함안에 계시는 이정하 선생님께도 연락을 드려 참석하시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 그밖에 연락을 드렸던 분 중에서 민족영화연구소 출신의 김준종 선생님은 그날 부천영화제 회의가 잡혀 있어 참석이 어렵다고 하셨고 행사에 참석하겠다던 접경인문학단의 전우형 선생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행사 당일 불참을 알려왔다.


책방 노마만리가 들어선 장소가 천안 시내에서도 한 20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보니 외빈들을 초대하는 것 자체가 큰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운동의 최전선” 관련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강성률 선생은 왜 개업식에 초대하지 않았냐며 섭섭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개업식을 겸한 출판기념회에 유일하게 초대한 분은 김종원 선생님 한 분뿐이었다. 한상언영화연구소의 고문이신 선생님께는 일찍부터 책방에 초대하겠다는 약속을 드렸기에 연락을 드려 참석을 부탁드리고 당일 직접 댁까지 모시러 가기로 했다. 행사가 끝나고는 남기웅 선생이 선생님을 댁까지 모셔다 드렸다. 선생님께서는 책방으로 화분도 보내주시고 책방을 둘러보시고는 어느 누구보다도 기뻐하시며 큰 격려를 해주셨다. 선생님을 모시고 와서 책방을 보여드린 일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영화제작자 이진숙 선생님과 미술사 연구자 신수경 선생님, 영화연구자 심혜경 선생님 등 행사에 참석하신 분들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미리 연락을 주셔서 행사에 참석하시겠다고 말씀하신 분들이다. 이진숙 선생님은 화려하게 장식된 작약이 담긴 꽃병을 서울에서부터 가져오셨고 신수경 선생은 조선화랑의 권상능 선생께 받은 프랑스 화가의 판화를 개업 선물로 주셨다. 그외에도 여러분들이 격려금을 주었다. 두고두고 갚아야 할 감사한 선물들이다.


행사 당일 아침부터 청소와 정리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책방을 김명우 선생에게 맡기고 김종원 선생님을 모시러 분당을 갔다 왔다. 김종원 선생님이 오시고 조금 지나 이효인 선생님과 김수덕 선생님이 오셨다. 이효인 선생님은 애장 하시던 도자기로 만든 멋진 조명을 가져와 책방에 설치하셨고 책방 여기저기 손볼 곳을 확인하시던 중 중정의 창고 문에 붙은 테이프를 보고는 아직도 안 땠냐며 한마디 하시고 테이프를 뜯어 내주셨다. 이때 김종원 선생님도 팔을 걷고 나서서 두 분이서 테이프 커팅을 하는 아주 의미 있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즈음 원두를 제공받기로 한 남양주의 83커피 사장님이 원두를 가져와 급하게 커피 내리는 법을 배웠다. 그 동안 행사에 참석하기로 한 손님들이 하나 둘 도착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정하, 이수정 선생님이 책방에 오셨고 비슷한 시각 준비한 음식도 차려졌다.


식사를 하기 전 참석하신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는 간단한 행사를 가졌다. 김종원 선생님의 감동적인 말씀을 시작으로 각자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이야기를 했다. “영화운동의 최전선”의 자료를 제공하신 이효인 선생님은 평소와 달리 조금 길게 감상을 말씀하셨고 이수정 선생님은 울컥하는 감정에 눈물까지 흘리셨다. 그렇게 간단한 행사 후 식사를 시작했고 어둠이 짙게 깔리고 나서야 행사는 파하고 다들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왼쪽부터 한상언, 김종원, 변재란
이수정, 이효인,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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