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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언 Aug 22. 2022

책방 매출 신장의 비밀

책방 노마만리 이야기 18.

최승희 씨는 신의 부모님도 네이버 우리동네에 노마만리가 소개된 것을 보았다고 했다. 누군가 노마만리에 관한 글을 그곳에 쓴 모양이었다.


네이버에 “우리동네”라는 게 있는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날 밤 네이버 우리동네를 뒤져 주말 동안 손님들이 밀려든 이유를 알아냈다. 8월 1일에 책방을 찾은 찌노메라라는 아이디를 쓰는 분이 그다음 날 네이버 “우리동네”와 당근마켓  “동네소식”, 이토렌트 등에 “인생 카페를 찾았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던 것이다.


네이버 우리동네에 실린 찌노메라의 글에는 “책과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꼭 가보세요, 7,000원에 음료 무제한입니다.”라며 “드립 커피, 모히또 에이드, 오렌지주스 이렇게 3잔을 마셨네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이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며칠 동안 인기 글에 올라 있었다. 글은 단순했지만 휴가철에 새로운 카페를 찾아가고픈 사람들에게 호응이 좋아 많은 댓글을 달렸다.



찌노메라가 네이버 우리동네에 쓴 글(좌), 달마대사가 쓴 댓글(우)


그중에는 “달마대사”라는 아이디를 쓰는 분도 있었다. 노마만리의 첫 번째이자 유일한 월간 독서회원이신 분이었다. 홀로 멋진 고급 승용차를 타고 오신, 부드러운 외모와 진지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책을 보고 가신 분이었다. 월간 독서회원에 가입한다고 해서 회비와 함께 성함과 연락처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첫 번째 독서회원인 이분에게는 “평양, 1960”을 사인해 선물했었는데 댓글에 “저 저기 첫 번째 회원이에요”라는 글과 함께 “평양, 1960”이 들어 있는 카페 사진까지 올려 노마만리의 첫 번째 월간 회원임을 자랑하고 있었다. 월간 회원까지 가입하고 한 달 가까이 이곳을 찾지 않기에, 걱정을 했었는데 노마만리 월간 독서회원을 자랑하고 독서모임 시작을 안내하는 댓글까지 쓰는 것을 보니 책방을 찾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연락처를 카톡에 등록해 12일 강좌에 참석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지금 서울에서 지내고 있어서 참석은 힘들다며 천안에 오게 되면 들르겠다는 약속을 했다.


찌노메라라는 아이디의 손님이 누군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 직산 마정리에 책방형 카페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고 친구와 함께 찾아온 박진호라는 분이었다. 그분은 책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올 때부터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책에 관심을 가진 손님들의 경우는 1층 서가에 진열해 놓은 책을 두리번거리며 보곤 한다. 그런 경우 눈치껏 책을 소개해 드리기도 하는데 이들에게는 1937년 중국에서 발행된 영화인 김광주의 “전영화장법” 등을 소개해 드렸던 것 같다. 이 책은 소설가 김훈의 아버지인 김광주가 상해에서 활동하던 당시 칼라 영화의 도입으로 달라진 영화 분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박진호 씨는 자신도 중국에 머문 적이 있었고 지역 책방에 관심이 많으며 한때 영화에 관심이 많아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다며 그 대략의 줄거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2층에 전시된 팸플릿 형태의 영화 보도자료를 한참이나 보다가 날이 어둑해져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에게 12일에 시작되는 영화강좌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하고 연락처를 받았다.  


8월 2일에 네이버 우리동네에 게시한 박진호 씨의 글은 곧바로 매출에 영향을 주었다. 주말 평균 10만 원대의 매출을 올리던 심심한 책방이 토요일인 6일 35만 원, 일요일인 7일 50만 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책방 개업 이래 최고의 매출을 연이어 갱신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 박진호 씨 덕이다. 특별히 해준 것도 없는데 크나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고마울 뿐이다.


8월 12일 첫 번째 강좌를 앞두고 강좌에 관심 있는 손님들은 미리 받아 둔 연락처를 저장해 미리 만들어 둔 단톡방에 초대해 단톡방에서 강좌 참석 여부를 확인하였다. 10명 정도의 손님이 참석을 한다고 했다. 이중에는 네이버 “우리동네”에 글을 올려 매출을 신장시킨 박진호 씨도 있었고, 일요일 몰려든 손님들을 함께 맞았던 최승희 씨도 있었다. 다들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나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후배나 제자를 만난 것처럼 반갑게 이들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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