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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언 Jan 10. 2023

영화감상 모임 "탐닉"

책방 노마만리 이야기 21.

책방 노마만리가 문을 열고 7개월이 지났다. 2022이라는 숫자는 해를 넘겨 2023이 되었다. 돌아보면 지난 1년이 기특하기만 하다. 2021년 12월에 건물을 매수했고, 3월말에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해 5월 말에 오픈을 하고 7개월이 지나 새로운 해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오픈 준비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테리어 업자가 연락을 끊고 사라져 문을 열기 며칠 전까지 간판도 달지 못했다. 내가 나서 급하게 마무리하고 부족한 상태로 예정된 날짜에 오픈했다. 원래 계획했던 커튼은 지금도 달지 못하고 있다. 내게 인테리어 사기를 친 업자는 세종일대에서 유명한 사기꾼으로 현재는 구속당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금요 심야 영화 강좌 "탐닉"


책방 문을 열고 한동안 임기응변식으로 운영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운영을 하면서 조금씩 노하우를 체득해 간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오픈 한 달 쯤 지나고 나서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던 것 같다.


책방 손님을 통해 천안문화도시를 소개받았다. 그곳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영화강좌, “천안, 영화를 읽다”와 미술강좌 “강좌, 한국 미술가열전”을 수행했다. 무려 8월부터 11월까지 20번의 강좌를 개최했다. 강좌를 위해 노마만리를 찾아 준 강사 선생님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김종원 선생님을 위시해 한자리에 다 모을 수도 없는 화려한 면면의 영화연구자, 영화평론가, 영화감독, 미술사연구자 선생님들이 강의를 맡아 천안까지 와 주었다. 고마울 따름이다.


12월에 접어드니 책방을 찾는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다. 원래도 한적한 책방이었는데 더욱 한가해졌다. 책 발간을 준비하느냐 2월까지는 정기휴일을 수요일 하루에서 화수목 3일로 늘렸다. 2월에 “스탈린거리의 평양책방” 도록 작업을 마무리 할 것이다. 이 작업은 책방 문을 연 후부터 강좌를 운영하는데 큰 도움을 준 김명우 선생이 책임지고 마무리 할 것이다.


현재 노마만리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금요일 심야에 열리는 영화감상과 토론 모임, 일명 “탐닉”이다. 야마다 요지 영화 "무지개를 잡은 남자"에서 오래된 극장을 운영하는 주인공 카짱(니시다 토시유키 분)은 매주 요일 밤에 명화감상모임을 연다. 내가 열고 있는 영화모임 "탐닉"은 "무지개를 잡은 남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1월 6일 영화감상 모임 탐닉, "올드보이" 감상


12월 13일 시작한 이 모임은 현재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부터 <헤어질 결심>까지 필모 순서대로 매주 한편씩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주 1월 13일에 있을 모임에는 <친절한 금자씨>를 볼 예정이다.


영화모임 “탐닉”에 참여하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재미가 크다. 천안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인근 병원의 의사 부부, 보조출연자라는 부케를 가지고 있는 직장인, 미슐랭 등급 레스토랑 출신 요리사 등 나이도 직업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밤늦도록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다 보니 혼자 볼 때 보다 집중해서 보게 되고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에 관한 수다를 떠는 재미도 있다.


포닥으로 일본에 있으면서 9개월을 오키나와에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종종 들렀던 카페가 하나 있었다. 나하시의 재래시장인 마키시 공설시장 안에 있는 오래된 2층 건물에 자리잡은 “로즈룸”이라는 이름의 작은 카페였다. 카페 주인은 70은 훌쩍 넘은 노인으로 전쟁 후 만들어진 건물에서 아버지가 사진관을 운영하였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사진관을 물려 받아 그곳을 카페로 바꾸었다고 했다. 스튜디오로 사용하던 그곳 2층은 노인의 취미를 반영하듯 어마어마한 양의 음반으로 가득 차 있다. 이곳에서는 지역 재즈연주자들이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책방 노마만리를 시작하면서 가끔씩 나하의 “로즈룸”과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는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때마다 그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이나 오래 책방을 운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날이 빨라지는 시간의 속도를 보았을 때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지는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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