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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나의 출판 계획

책방 노마만리 이야기 34.

by 한상언

지난 12월부터 노마만리는 토요일, 일요일 일주일에 이틀만 문을 연다.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문을 열었으니 추위를 핑계 삼아 겨울에라도 주중에는 쉬자는 취지이다.


오늘 같이 날이 추운 날에는 온풍기를 틀어도 하루종일 따뜻하지 않다. 찬 바람을 피해 노마만리를 찾아오는 손님들께 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평일에 따뜻한 남양주 집에서 지내다가 토요일이 되어 천안으로 내려와 굳게 닫힌 가게 문을 열면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서늘한 공기의 감촉을 느끼게 된다. 불과 5일간 비었던 공간임에도 오랫동안 인적이 없었던 것처럼 차갑게 식은 것을 실감케 하는 요즘이다. 토요일, 일요일 양일 간 사람들의 체온으로 따뜻해졌던 이곳은 일요일 밤 영업을 끝내고 나면 다시 싸늘하게 식는다. 매주 이러한 패턴이다.


노마만리에서는 아침부터 영업준비를 하고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나면 오전 11시 전후로 한두 명씩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며 지내다 보면 하루가 짧다고 느낀다. 어쩌다 나를 찾는 손님이라도 방문하게 되면 더더욱 그렇다. 오늘은 시조창을 하시는 아무 이석희 선생님이 오셔서 선생의 조상이신 충무공 이수일 선생에 관한 책도 주시고 한담도 나누었다. 선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수일 선생이 임진왜란 이전부터 정묘호란 때까지 전장을 누비던 무인으로 평생을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임을 알게 되었다.


밖이 어둑어둑 해지면 손님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영업이 마무리되는 밤 8시쯤 가게 문을 닫고 정리를 시작한다. 그리고는 3층에 올라와 잠자기 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시절이 하 수상한 요즘은 주로 유튜브 영상도 보고 커뮤니티 글도 뒤적이는데 이때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2024년 5월 노마만리에서 열린 노만 선생님의 한국영화사 출간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노만 선생님과


연초인지라 오늘은 2025년 출판계획을 적어두기로 했다. 올 해에는 4권의 책을 만들 계획이다. 우선은 유창연 선생이 정리한 "영화사가 노만 평전"을 5월 중에 낼 것이다. 한국 최초의 한국영화사 저서를 발간한 노만 선생님의 생애를 기록한 책이다. 상반기 출판을 계획하고 있는지라 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는 하반기에 김종원 선생님의 한국영화배우사를 발간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제주프랑스영화제에서 북토크를 가졌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김종원 선생님의 책을 네 권이나 출간하게 되어 영광이다. 세 번째는 카프 100주년 기념으로 카프영화인 6명의 삶을 기록한 "카프영화6인傳"을 내는 것이다. 윤기정(한상언), 김유영(이준엽), 서광제(정예인), 임화(유창연), 강호(홍성후), 추민(김명우)이 그 대상이다. 이 책은 3월까지 초고를 모으고 원고들 간의 톤을 맞춰 8월 정도 발간할 계획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리마 북한영화"의 출간이다. 언제 나올지는 미정이다.


항상 계획은 많지만 그 계획을 완수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노마만리에 많은 손님들이 오셔서 그분들의 도움으로 책을 내는 것이다. 내년의 계획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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