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노마만리 이야기 35.
2022년에 문을 연 노마만리는 4년 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애정어린 성원과 응원으로 무사히 어려운 고비들을 넘겨 온 것 같습니다.
노마만리의 개업식은 전시 개막으로 대신했습니다. 2022년 5월 시작된 노마만리의 개관 기념 전시는 1980년대 후반 조직된 민족영화연구소와 한겨레영화제작소의 자료들을 모은 "영화운동의 최전선"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980년대 영화운동의 가장 앞자리에 섰던 이효인, 이정하, 변재란, 이수정 선생님 등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자료집 "영화운동의 최전선" 편집을 할 때 이정하 선생님이 1986년에 "부활하는 산하"라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최근 이 작품이 발굴되어 2025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는 점입니다. 한국독립영화사의 한 페이지가 제대로 복원되었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노마만리에서는 2025년 2월부터 김성수 선생님의 정년퇴임 기념 전시, "김성수의 코리아 문학"이 있었습니다. 북한문학 연구에 헌신하신 김성수 선생님의 저작들을 통해 선생님이 해오신 그간의 연구 활동을 돌아보는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이 행사에는 이용길 민촌도서관 관장님도 참석하셨는데, 김성수 선생님이 민촌 이기영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더 뜻 깊었습니다. 이어 6월부터는 영화평론가 고 김대현 선생님의 유품을 전시한 "김대현의 영화로 걷다"를 12월까지 열었습니다. 우표수집가이기도 했던 김대현 선생님이 소장하시던 우표, 포스터 그리고 아내 채윤희 선생님께 보낸 엽서 등을 전시했습니다. 또한 8월에는 박환 선생님이 집필하신 "동방 김세환 평전" 출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도 있었습니다.
지금 노마만리에서는 마지막 전시 준비가 한창입니다. 12월 23일부터 개최되는 전시는 "이영은 기증자료전"입니다. 천안 북일여고 출신의 영화배우이자 영화사연구자인 이영은(예명 이아이) 선생이 노마만리 김종원영화도서관에 기증한 자료들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기증품들은 이영은 선생이 출연했던 드라마 대본들과 각종 단행본, DVD 타이틀 등입니다. 노마만리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전시 소개글입니다.
이영은 기증자료전을 개최하며
천안 북일여고 출신 이영은(예명 이아이) 선생이 1,000여 점의 자료를 노마만리 김종원영화도서관에 기증하였습니다.
기증자 이영은 선생은 2000년대 초반 CF모델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여 <대한민국 1%>(2010), <덕수리 5형제>(2014) 등의 영화와 <나도야 간다>(2006), <태왕사신기>(2007), <한성별곡>(2007), <너는 내 운명>(2008), <자유인 이회영>(2010), <빛과 그림자>(2011), <대왕의 꿈>(2012), <일편단심 민들레>(2014)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였습니다. 또한 니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영화연구자로 『조선국민여우 문예봉의 탄생』(朝鮮国民女優・文藝峰の誕生, 青弓社, 2023)과 『제국의 어린이들』(을유문화사, 2025)을 집필하였습니다.
배우는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많은 기다림의 시간을 갖습니다. 사색과 탐구를 통해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는 것에서 시작하여 촬영 현장에서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 카메라 감독이 셔터를 누를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그 기다림 끝에 이루어진 연기는 지난 시간이 만들어 낸 영롱한 결정(結晶)입니다.
외우고 또 외웠을 대본, 사색의 시간을 함께했던 단행본,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탐구했던 여러 영화의 DVD 타이틀 등 기다림의 시간이 차곡차곡 담긴 배우 이영은의 소중한 기억을 이 자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찬란한 배우의 시간이 담긴 자료들을 기증해 주신 이영은 선생님께 이번 기증자료전을 통해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5년 12월 23일
노마만리 대표 한상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