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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상은 Aug 11. 2021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았어요.


 며칠 전부터 한쪽 귀가 먹먹했다. 하루 이틀이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혹시나 싶어 다니던 한의원에 가서 여쭤봤다. 요즘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냐고 물어보신다.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없다. 요즘 내 생활에 너무나 만족을 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두세 번 스케줄, 한두 번 운동, 한 번 골프. 내가 이상적이라 생각했던 그 삶을 살고 있는데 왜 그러는 걸까.


 “없어요. 전 지금 너무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데요...”하니

-“방송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러시는 거다.


“맞아요. 근데 스케줄이 많지도 않고 생방송은 일주일에 한 번 뿐이에요. 그마저도 이젠 스트레스는 아닌데...”

-“생방송이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스트레스예요. 알게 모르게 영향이 있을 거예요.”


 그런가? 이제 심장박동수도 빨라지지 않을 만큼 너무나 익숙해졌는데 이게 스트레스라고..? 생각해보니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시간이 주는 압박감이 꽤 컸던 것 같다. 피디님이 사인을 주긴 하지만 나는 ‘한 시간 해야 하니까 이쯤이면 30분이 지나있어야 하고.. 지금 끝날 때가 됐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카메라가 나를 향해있지 않을 때 시계를 아주 자주 보고 혼자 시간을 분배한다.


 아, 악몽의 유형도 꼭 하나다. 생방송이나 행사 시간이 12시인데, 내가 착각을 한 거다. 그래서 룰루랄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띠리링 벨소리가 울리며

“상은 씨, 왜 안 와요?”라는 대사. 그러면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 꿈인 것에 안도한다. 지금 일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고 심지어 늦은 적이 없는데도 이런 꿈을 꾼다는 거다.


 아무튼 귀에 좋다는 침을 맞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건강검진에서 하는 청력검사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번 청력검사는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소리가 들리면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그 텀이 길어질 때면, 나만 안 들리는 건가 무섭기도 했다.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이 입을 떼는 그 순간까지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걸까.


“돌발성 난청이에요. 양쪽 귀의 청력이 조금 떨어져 있네요.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요.”

단어부터 조금 무섭다. ‘돌발성’ 그리고 ‘난청’.

-“저 이제..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약 먹으면 호전될 거예요. 너무 큰 걱정 안 하셔도 돼요.”라며 미소를 지으신다.


 차에 돌아와 멍하니 앉아있는데 갑자기 너무 무서운 거다. 막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돌발성 난청은 예후가 좋지 않다는 글이 많아서 더 겁이 났다. 눈물도 핑 돌았다. 순간 내가 의지하는 언니가 떠올랐다. 언니는 방송국에서 작가와 아나운서 사이로 만났는데, 언니의 아버지와 나도 인연이 있어서 더 친한 사이가 되었다. 언니가 전에 돌발성 난청을 겪였다는 말이 떠올라서 전화를 걸었다.


 “저 돌발성 난청이래요. 무서워요 ㅠㅠ.”했더니

-“아이고.. 나도 입원까지 했었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봐. 이제는 익숙해져서 모르는 거겠지만.” 하는 거다.

그리고 하는 말이

“상은아. 괜찮아. 시간 지나면 대부분 회복되고 말이 무서워서 그렇지 겪은 사람 꽤 많아. 너무 무서워하지 마. 괜찮아.”였다.

 나의 경우, 내가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때 “어떡해? 괜찮아?”라는 말보다 “괜찮아.”라는 말이 훨씬 더 큰 위로가 되었다. 이미 경험해본 사람이 괜찮다는데 괜찮아지겠지. 갑자기 호전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잔병치레 없이 꽤 건강하게 살아왔는데 작년부터 시작된 이명은 차도가 없고 이번엔 난청까지 생겼다. 컨디션도 들쭉날쭉하는 것 같다. 햇빛도 더 많이 보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잘 챙겨 먹고(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저와 같은 진단받은 분들, 너무 절망에 빠져있지 마시고 건강한 삶을 사시면 회복하실 거예요! 저도 그러고 있거든요. 많이 좋아졌어요.



 +처방받은 약을 일주일 넘게 먹으니 먹먹함은 사라졌고 이제 약간의 청력 회복만 남아있습니다.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어요^^


이미 지나가신 분들의 경험담도 듣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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