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탐험

by 박상하

소나무가 앞선다. 소나무가 뒤따른다. 아파트 정원에 옹색하게 갇힌 나무가 아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솔방울이 바닥에 떨어지고 굴러 그 가운데 용케 움터 뿌리를 내린 선택받은 싱싱한 야생의 나무들이다. 차창을 열어 손을 뻗으면 닿을 만치 가깝게 도열한 소나무 사이로 차를 몬다. 동산 위로 흐르는 솔잎 수북한 작은 길 위를 느긋하게 움직인다. 언뜻 트이는 시야 사이로 저만치 마을이 내려 보이고 나무 사이로 멀리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 작은 길들이 강릉에는 흔하다.


강릉은 복 받은 땅이다. 서울이라면 커다란 건물이나 고급 아파트 정원에나 생색내듯 몇 그루씩 옮겨 놓을 잘생긴 소나무들이 마음 뒷산에 가득하다. 집을 나서 몇 분만 걸으면 동산을 오르내리는 산책로에 닿는다. 운동화 차림으로 언제고 가볍게 나서 갑자기 짓궂은 비라도 비치면 얼른 집으로 뛰어 들어오면 된다. 언덕 능선을 따라 둘러 둘러 집으로 돌아와도 좋고 언덕을 넘어 처음 가보는 건넛마을로 내려서도 좋다. 길을 잃어도 택시 기본요금이면 충분할 테니 겁날 것 없다.


네이버나 카카오 지도 앱을 연다. 소로 단위까지 길을 확대하여 나만의 탐험로를 찾는다. 동네 사람들이나 오가는 작은 길들이다. 어느 곳이나 잘 생긴 소나무들이 나를 환영한다. 조그만 차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움직일 수 있는 소박한 길들이 흔하다. 제주의 밭 주변에는 검은 돌로 주위를 두른 소박한 무덤이 있는 것처럼, 강릉에는 무덤들이 동네 뒷동산 작은 길 곁에 조용히 흩어져 있다. 마을 뒷동산에서 떠난 선조들이 후손들을 내려다본다. 정겹다. 차를 세우고 곁에 앉아 잠깐 목을 축이고 볕을 쪼이고 싶어진다.

이전 14화언젠가는 이 집과도 헤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