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어봐, 덧니가 보일 때까지

3장. 그래도 살아가는 방식

by 상희

추억에 젖고 싶어 오래된 사진첩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그 안에 숨죽여 있는 아주 어린 시절의 내 모습. 아직 자라나고 있는 그 찰나를 포착한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기억들 사이로 유독 낯설고 어색한 내 표정이 눈에 밟힌다.


사진 속의 나는 하나같이 입을 꾹 다문 채 입꼬리만 간신히 올려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속에 행복하게 남도록 애를 쓰고 있지만, 어딘가 경직된 그 모습은 어색해 보이기만 한다. 나는 굳게 닫혀 있는 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참 동안 사진 속 어린 나의 입가를 가만히 어루만졌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때의 나는 입 안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아주 작은 무언가를, 남들이 보지 못하도록 입을 꽉 맞물려서.


어른이 된 나는 실제 내 입꼬리를 어루만져본다.

입술 주변에 힘을 주는 게 오랜 습관이 되었는지, 입가에 옅은 주름이 패어 있다.

내부를 숨기려다, 겉에 흉이 생겨버린 것만 같다.




어렸을 때 나의 치아는 아주 고르게 났었다.

그러다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들이 좁은 공간 내에서 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시기가 왔다.

그 전투에서 결국 하나가 밀려났다. 좁은 틈새를 못 참고 대열에서 이탈해 안쪽으로 들어온 하나의 덧니. 제 자리를 잡은 치아들 사이로 삐뚤게 숨어 있는 그 존재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싫었다.


활짝 미소를 지으면 움푹 패인 틈 사이로 어두운 음영이 졌다. 고르고 예쁜 치아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입을 크게 벌려 말하기가 싫어졌다. 원래 치아가 고르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어긋난 치열을 가리기 위해, 입술에 힘을 꽉 주어 웃는 법을 익혔다. 나에게 숨겨진 불완전한 틈새를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어린 날의 결벽 같은 것이었다.


돌이켜보자면, 나는 늘 '결점을 숨기는 것'에 급급해 있었다.

입을 크게 벌리지 않으면 보이지 않으니까, 덧니가 없는 편이 훨씬 보기 좋으니까. 그런 이유로 나의 덧니는 사진 속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 하지만 덧니를 감추느라 급급했던 내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그 시절에만 지을 수 있었던 반짝이는 미소를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덧니는 참 작았는데, 그 작은 것이 뭐라고.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조각 중 하나일 뿐인 덧니는, '나'라는 전체보다 결코 중요할 수 없는데도.


내가 행복한 만큼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결국 이 덧니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 텐데.

왜 그때의 나는 몰랐을까?


피부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근육의 방향을 따라 길을 내고,

입가 주변에 꾹 힘을 주며 생긴 주름은 그동안 내가 삶을 대했던 태도를 대변하는 듯했다.

언젠가 중년이 되고, 노년이 찾아올 내 모습을 상상했다. 그때의 나는 눈가에도 주름이 깊게 지도록 환히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숨기는 것에 급급한 사람이 아닌, 자연스러운 나를 기꺼이 드러낼 줄 아는 사람.


거울 속 비친 내 입가를 문지르다, 스스로에게 나직하게 되뇌었다.


활짝 웃어봐,

덧니가 보일 때까지.


눈매가 다정하게 휘어지도록 미소 짓는다.

행복할 때 짓는 미소, 그 기쁨의 주름에 내 얼굴이 익숙해지도록.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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