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의 역할이 뭐지?

episode 6.

by 상희

'상담에서 상담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개입을 해야 하는 순간에 늘 머릿속을 강타하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내담자들마다 원하는 상담자의 역할이 달랐다. 엉엉 우는 내담자는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상담자를 원했고, 머릿속이 복잡한 내담자는 함께 고민해 줄 상담자를 원했고, 마음이 초조한 내담자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상담자를 원했다.


"선생님,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담자가 가져온 고민들에 대해 나 역시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를 속으로 반문한다.

상담자로서, 상담에서 난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첫 번째: 공감하는 앵무새 역할


상담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 상담자들은 공감적인 말을 장착한 '앵무새 역할'을 가장 많이 맡게 된다.

"상담의 기초는 공감. 그렇다면 내담자의 말을 경청하고, 그의 감정에 공감하는 따스한 상담자가 되자."

이 말은 특히 초보 상담자의 심금을 울린다. 많은 경우 되고자 하는 상담자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내담자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앵무새 역할'이 뭐지? 싶을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앵무새처럼 내담자가 말한 감정이나 상황을 되풀이하며 공감적인 말을 얹는 것이다. 초보 상담자가 이 역할을 자주 맡게 되는 이유는, 내담자로 하여금 상담자가 자신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앵무새 역할에 관한 예시를 보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Q. 선생님, 삶이 왜 이런 건지 모르겠어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들고 막막해요.

A. 살아가는 게 힘들고 막막하셨군요. 그런 마음이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앵무새 역할은 내담자로 하여금 듣기에 따스하고 적절한 반응처럼 느껴질 수 있다. 물론, 공감은 늘 상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알맹이 없이 타인의 말을 따라 하기만 하는 앵무새는 언젠간 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Q. 어제도 속상해서 하루 종일 울었어요.

A. 저런, 어제 속상해서 우셨군요.

Q. 울어도 울어도 왜 계속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그만 울고 싶은데.

A. 계속해서 눈물이 났군요. 그만 울고 싶은데 계속 눈물이 나니까 힘들기도 하고.

Q. 선생님.. 근데 왜 계속 제 말을 따라 하세요?


반복적인 공감은 내담자가 진정으로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기보단 표면적인 위로처럼 느껴질 수 있다. 또한, 내담자가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거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상담에서 내담자의 말에 공감하는 것과, 내담자의 말에 경청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상담의 요소는 그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때로는 내담자가 자신의 어려움을 바라볼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상담자가 개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


공감하는 앵무새 역할에 지친, 의욕이 많은 초보 상담자들이 취하는 역할 중 하나는 모든 문제에 딱 맞는 정답을 주려는 '해결사 역할'이다.

"내담자는 각자만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어서 상담에 찾아와. 그렇기에 상담자는 이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해."

적극적이고 주도적이게 느껴지는 이 말은 초보 상담자들의 의욕을 일깨운다. 흐느끼는 내담자의 옆에서 감정을 함께하는 것에서 넘어서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같이 나아가자고 손을 내밀 수 있는 힘을 준다. 내담자가 의지할 수 있고, 힘이 될 수 있는 상담자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Q. 수업에 집중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A. 수업을 들을 때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Q. 카톡이랑 인스타 알람이 계속 울리는데, 그러다 보면 수업 시간에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고 알람 내용들을 확인하게 돼요.

A. 그럼 우선 카톡과 인스타 알람을 꺼보는 것부터 시작해 볼까요?


해결사 역할을 맡았을 때 상담 초반~중반기에 뭔가 상담이 착착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명확한 어려움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답이 뭘까를 고민하다 보면 유능한 상담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기도 한다. 내담자 역시 상담자의 제안을 들으며, 어쩌면 자신이 갖고 있는 어려움이 명쾌하게 해결될 것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은 가장 중요한 지점을 놓치게 된다.

상담자는 '답'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답이 내담자의 삶에서 정말 올바른 답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그 어떤 좋은 답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자신의 삶 속에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내담자뿐이다.

내담자가 스스로 카톡과 인스타 알람을 끌 마음이 생기지 않는 한, 상담자의 섣부른 제안은 그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때문에 내담자의 발걸음에 맞춰, 내담자의 상황을 바라보는 힘이 상담자에겐 필요한 것이다.



세 번째: 상담자의 역할이란?


공감만 해서도 안되고, 해결책만 주어서도 안된다면 상담자는 상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사람은 식물처럼 성장하고, 환경이 적절하다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상담자는 이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Rogers, C. R, 1961)


이론을 공부하고 상담 실전 경험을 쌓는 과정 중에도 늘 알쏭달쏭한 마음으로 상담자의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 다만, 현재의 수준에서 내가 생각하는 상담자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상담자의 역할은 내담자를 식물로 바라보자면 식물의 '지지대 역할'이다.

식물이 성장할 수 있는 힘은 식물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 그렇기에 식물은 혼자 힘으로 자라날 수 있지만, 지지대가 있다면 더 원활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상담자는 상담에서 그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키가 훌쩍 커버리더라도 휘청거리는 몸을 잠시 의지할 수 있고,

열매가 달리면서 너무 무거워져 버려도, 이를 버틸 수 있는 굵은 몸통을 만들기 위해 도움을 청할 수도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를 때, 방향에 대한 길잡이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상담자는 로저스가 얘기한 것처럼, 내담자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공감만 제공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닌 내담자가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지대'가 되어주는 것. 그 중요성을 상담을 지속해 나가며 새삼 깨닫고 있다. 물론, 상담자의 역할은 매번 달라지는 내담자와의 만남에 맞추어가며 변화해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내담자가 얼마나 성장 가능성을 지닌 큰 존재인지, 그리고 상담자로서 너무 앞서지도 너무 뒤떨어지지도 않은 채 곁에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한다. 그리고 그러한 역할을 잘 수행해나가고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담자라는 식물이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힘들 때 의지할 수 있고, 방향에 대한 길잡이를 제공하는 지지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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