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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놀부며느리 Jun 20. 2022

싸이월드로 만난 동네 오빠

난 태어날때부터 타고난 계획쟁이였다. 항상 남들보다 더 잘나고 싶어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 고등학교 1학년때에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들은 그냥 영어입시학원을 다녔지만 나는 그때부터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이 섞여 토익준비를 하는 그곳에 난데없이 찾아갔다. 그때는 분명히 학교공부, 수능준비가 더 우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그러고 싶었다.


공부좀 한다는 친구들과 짝지어 '민병철 어학원'에 등록했다.


참고로 우리엄마는 내가 어느학원에 다니는지는 잘몰랐다. 단지 학원비가 얼마라고 하면 그 돈이 몇일에 필요한지 정도는 알고계셨다. 민병철 어학원도 그렇게 엄마에게 받은 돈으로 갔다. 

엄마는 당시에 내가 그냥 남들 다 다니는 입시학원에 간 줄알았겠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나는 항상 맨 뒷자리에 앉았다. 마음은 맨 앞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그러자는데 혼자만 앞으로 가서 앉기가 부끄러웠나 보다. 

그렇게 학원을 하루, 이틀, 삼일 다니는데 선생님께서 유독 한 남자 어른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칭찬도 많이 하고 그러는 것이었다. "자, 동혁, please ...." (뒷말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쨋든 하도 동혁동혁 듣다보니... 어느 날인가? 그 동혁이라는 사람이 학원에 오지 않은날, 선생님이 엄청 아쉬워 하면서 또 동혁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웃기게도... 나 역시 이상하게 그 사람이 왔는지 안왔는지 궁금해 지면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오늘 그 사람 안온거 같지?"

"그사람??? 그사람이 누군데"

"그 있잖아. 회색 추리닝 입고, 맨앞에 앉는... 이름뭐였더라.. 동... 뭐였던거 같은데"

사실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 친구들에게 물었고, 친구들이 난리가 났다. 



"어머어머, 너 이거 관심이야 관심!!!!!"


친구들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던 이유는 

그때까지 나는 그 흔한 아이돌, 연예인도 좋아하지 않고 관심없을 만큼 공부만 했던 범생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주장을 듣고 보니 '그래? 이게 관심이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관심가진다고 하는 거구나. 뭐 그런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만큼 나는 감정이 메말랐다고 해야하나? 오직 학생신분으로써 부모님이 좋아할, 선생님이 좋아할만큼 열심히 공부하며 딴짓한번 하지 않고 지내온 나의 17년 인생!!! 그때도 참 그렇게 웃어넘겼다.


그런데, 혹시 싸이월드라고 다들 아는지 모르겠다(80년대 생이라면 핫한 싸이월드를 모를리가 없다)

나는 그곳에서 동혁을 찾기 시작했다. 나이도 모르는데,,, 대학생인가? 아님 고등학생인가? 

지역과 대략적인 나이, 성별 등 기본적인 정보를 넣으니 딱 1명의 인물이 검색되는 것이다.


고민고민 끝에 쪽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민병철 어학원 같은 수업에 다니는 신상희라고 해요. 맨 뒷줄에 앉아 있어요. 친하게 지내요'


뭐지? 

지금 생각해봐도 뭐지 싶다.

내가 왜 이런 쪽지를 보냈지??????????

어쨋든 나는 쪽지를 보낸 이후부터 동혁님의 싸이월드를 탐색하기 시작했고

옆학교, 고3이라는 정보까지 찾았다

그때의 사진을 공개하고 싶은데 

동혁은 그야말로 우리동네에서 알아주는 꽃미남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답장이왔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충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뭐 이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쪽지를 보내고 학원가서 마주할 생각을 하니 숨이 막혔던 기억이 난다.

아,,,,, 이렇게 우리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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