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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놀부며느리 Jun 21. 2022

싸이월드로 만난 동네오빠_#우리 친하게 지내요

첫 만남

술취한 것도 아닌데 싸이월드에서 그렇게 막무가내 쪽지를 보내놓고 

'학원가서 어떻게 보지?' 고민하며, 하루이틀쫄아있던게 벌써 18년 전. 


내가 그렇게 용기를 내서 쪽지를 보냈던 건 버스안에서 본 모습 때문이었다. 

집으로 가는길, 학원 버스를 탔는데 같은 버스를 타는게 아닌가...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웠지만 어쨋든 같은 동네라는 것 까지 확인이 되었다. 

더 놀라운건 그 버스에 그 오빠의 아빠가 함께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밥한끼 같이 먹거나 5분이상 대화를 이어가거나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리가 없는 우리 아빠와 나의 관계를 볼때 

그 둘의 관계가 너무 신기했다. 

더더욱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그날 밤, 몇가지 정보를 넣고 동혁이라는 1명의 계정을 찾았을때 

브라보를 외치며 쪽지를 보낸것이다.


어쨋든, 다음날

엄청나게 좁디 좁은 민병철 어학원의 복도의 모퉁이를 돌자 마자

동혁님이 서있는걸 보고는 너무 놀라 돌아섰다.


일단 우리동네에서 보기 드문 얼굴에, 

보기드문 서울말씨.


그냥 '안녕' 인사만 했는데 왜 이렇게 떨린 건지. 

정말 우리 동네에서 그런 오빠는 처음 봤다.


친구들이 연예인을 그렇게 좋아해도 관심도 없던 나를 엄청 신기해 했는데

이제는 어떤 모르는 남자에게 관심을 둔다는 것 자체가 재밋는 일이 되었다.


"야, 나 어제 싸이월드에서 그 오빠 찾아서 쪽지 보냈어"

"뜨악, 진짜? 신상희 이제 진짜 눈을 떴네 ㅎㅎㅎㅎㅎ"

누가한말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항상 남자친구가 끊이지 않았던 친구 한명과

오랜시간 한 오빠만 좋아하던 친구한명이 펄쩍펄쩍 뛰면서 그 쪽지 한통에 호들갑을 떨고 난리가 났다.

그렇게 그 날, 학원 복도 끝 모퉁이를 돌자마자 인사한 그 동네오빠는 내 핸드폰 번호를 물어봤고

나는 너무 쉽게 내 번호를 알려줬다. 그리고 그렇게 그냥 친한 오빠 동생이 되는가 싶더니,,,,,,


이틀째 되는날 학원 뒤 용지못(창원사람이라면 다 아는 그 곳 ) 한 바퀴를 돌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때 난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적도 없고, 남자랑 이야기를 해본것도 없어서 (여중, 여고 출신)

친구를 데리고 나갔다. 그 친구는 기억나지 않겠지만 내가 싸이월드에서 쪽지를 보냈다고 했을때 

'뭐야, 내가 보내려고 했는데 ㅋㅋㅋㅋ'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어쨋든 용지못 한바퀴 돌자고 말한건 첫 데이트 신청일텐데 

나는 내 친구 윤지를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는 용지못 벤치에 윤지를 가운데 두고 양쪽끝으로 동혁님과 내가 자리에 앉았다.

지금에 와서야 말하지만 그때, 이 남자 '이게 뭐지?' 싶었을 것 같다

친구를 데리고 나오질 않나, 양쪽끝에 덩그러니 앉아 핸드폰만 보고 있지 않나.......


무슨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대충 영어공부는 재밋는지, 학원다니는거 어떤지

학교는 어딘지, 원래 학교는 어디를 나왔는지 등등 개인 신상정보를 서로 털기 시작하는 대화를 30분 이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처음 만난 그 날 이후로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통화했다.

핸드폰이 뜨거워져서 폰이 꺼지고, 다시 배터리를 갈아 끼워 (이 시절을 아는 사람이라면 같은 세대)

또 배터리가 다 닳을때 까지 대화를 했는데 

그 대화가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 해, 우리는 너무 뜨겁게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알아갔던 시간이었다는 기억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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