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맘 놀부며느리 Jul 07. 2022

우리 데이트 장소는 도서관

우여곡절 끝에 우리도 여느 연인처럼 1일이란걸 시작했다.

오늘 부터 1일. 


나는 고1을 마무리 할때였고, 그는 수능시험도 끝났고, 이제 대학만 가면되는 그런 상황.

나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다는걸 알았지만 그렇게 틈틈이 만나 웃고, 이야기 나누고, 영화도 보고

입시라는 숨막히는 도전속에 잠시라도 숨통 트이는 시간이 그를 만나는 시간이었다고 표현하고싶다.


난 꽤나 모범생이었고, 그는 대학생이 되자마자 당시 유행하던 노란머리를 했다.

옛날 사람들은 잘 알텐데, 배용준머리라고 떠올려보면 대충 어떤 그림인지 감이 올것같다.

지금이야 그 머리를 상상하면 놀랄 노. 지만 당시엔 아무나 하는 머리는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우린 분명 좋았고, 또 좋았다.

그렇게 시간이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오빠는 대학생이되었다.

남들은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장거리연애에 만나지도 못해 아쉽겠다 했지만, 나는 오히려 적당히 거리감있는것이 좋았다.


난 공부를 해야하니까. 

놀 시간이 없으니까.

그래도 그가 좋았는지 매주 금요일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는 그 시간만 기다렸다.


그는 매주 금요일 저녁 여학교앞에서 노란머리를 힘껏 세우고 나를 기다렸다.

난 교복을 입고 도도한척 하며, 그를 만나러 교문까지 가는 그 길이 엄청 멀게 느껴졌다.

멀리서 오빠가 보이면 씨익 - 웃으며 달려가곤했는데...

어느날인가 그 금요일도 기다려지지 않는때가 다가왔다.

시험기간이거나, 모의고사 이후 예민해 진 때에는 그냥 모든게 싫었던 것 같다.


대학생도 시험이 있지 않아요?

공부 안해요?


이런질문을 종종했던 것 같은데, 아마 그는 기억하지 못할것이다.


우리는 주로 금요일밤에 만나 맛있는걸 먹고 헤어진 다음 

토요일 아침일찍 만나 창원대학교 도서관에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재미없었겠고, 힘들었겠다 싶은 성격인데 그때는 정말 아무말 하지 않고 나를 따라와 주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에 앉아 나는 공부를 했고, 그는 내 옆에서 뭔가를 열심히 했는데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정확히 기억나는건 우린 다른 연인처럼 놀러 다니느라 공부에 소홀히 할 시간이 없었고, 더 열심히 지냈다는 것이다.


나는 시간을 내어 영화라도 한편 보는 날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엄마, 아빠에게 죄책감이 느껴졌다. 

딸자식, 공부하는 줄알고 학원보내놨더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연애질이야 -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열심히 했다.


가끔 공부하다 '잠깐 놀자!' 라고 하면 못이긴척 따라 나섰다.

숨막힐때 항상 내가 숨쉬게 해주는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였다.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대학교에 가면 이쁜여자들이 참 많을텐데.

마음속으로 이런 상상을 했지만, 항상 그는 나에게 충실했고, 나를 기다려 주었고,

그렇게 내가 고3이 되던해에 군대에 갔다.


군대에 가기전까지.

아니, 가는날 까지도 공부한다고 책상앞에 앉아 있는 내 옆에 앉아 있던 오빠.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모든 성공의 8할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옆을 지켜준 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워킹맘은 아이들의 방학이 반갑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