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데이트 장소는 도서관

우여곡절 끝에 우리도 여느 연인처럼 1일이란걸 시작했다.

오늘 부터 1일.


나는 고1을 마무리 할때였고, 그는 수능시험도 끝났고, 이제 대학만 가면되는 그런 상황.

나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다는걸 알았지만 그렇게 틈틈이 만나 웃고, 이야기 나누고, 영화도 보고

입시라는 숨막히는 도전속에 잠시라도 숨통 트이는 시간이 그를 만나는 시간이었다고 표현하고싶다.


난 꽤나 모범생이었고, 그는 대학생이 되자마자 당시 유행하던 노란머리를 했다.

옛날 사람들은 잘 알텐데, 배용준머리라고 떠올려보면 대충 어떤 그림인지 감이 올것같다.

지금이야 그 머리를 상상하면 놀랄 노. 지만 당시엔 아무나 하는 머리는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우린 분명 좋았고, 또 좋았다.

그렇게 시간이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오빠는 대학생이되었다.

남들은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장거리연애에 만나지도 못해 아쉽겠다 했지만, 나는 오히려 적당히 거리감있는것이 좋았다.


난 공부를 해야하니까.

놀 시간이 없으니까.

그래도 그가 좋았는지 매주 금요일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는 그 시간만 기다렸다.


그는 매주 금요일 저녁 여학교앞에서 노란머리를 힘껏 세우고 나를 기다렸다.

난 교복을 입고 도도한척 하며, 그를 만나러 교문까지 가는 그 길이 엄청 멀게 느껴졌다.

멀리서 오빠가 보이면 씨익 - 웃으며 달려가곤했는데...

어느날인가 그 금요일도 기다려지지 않는때가 다가왔다.

시험기간이거나, 모의고사 이후 예민해 진 때에는 그냥 모든게 싫었던 것 같다.


대학생도 시험이 있지 않아요?

공부 안해요?


이런질문을 종종했던 것 같은데, 아마 그는 기억하지 못할것이다.


우리는 주로 금요일밤에 만나 맛있는걸 먹고 헤어진 다음

토요일 아침일찍 만나 창원대학교 도서관에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재미없었겠고, 힘들었겠다 싶은 성격인데 그때는 정말 아무말 하지 않고 나를 따라와 주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에 앉아 나는 공부를 했고, 그는 내 옆에서 뭔가를 열심히 했는데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정확히 기억나는건 우린 다른 연인처럼 놀러 다니느라 공부에 소홀히 할 시간이 없었고, 더 열심히 지냈다는 것이다.


나는 시간을 내어 영화라도 한편 보는 날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엄마, 아빠에게 죄책감이 느껴졌다.

딸자식, 공부하는 줄알고 학원보내놨더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연애질이야 -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열심히 했다.


가끔 공부하다 '잠깐 놀자!' 라고 하면 못이긴척 따라 나섰다.

숨막힐때 항상 내가 숨쉬게 해주는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였다.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대학교에 가면 이쁜여자들이 참 많을텐데.

마음속으로 이런 상상을 했지만, 항상 그는 나에게 충실했고, 나를 기다려 주었고,

그렇게 내가 고3이 되던해에 군대에 갔다.


군대에 가기전까지.

아니, 가는날 까지도 공부한다고 책상앞에 앉아 있는 내 옆에 앉아 있던 오빠.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모든 성공의 8할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옆을 지켜준 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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