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맘 놀부며느리 Jul 20. 2022

당신이 성과 없이 바쁘기만 한 이유

주변을 돌아보면 바쁨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내 주변에서 한가해 보이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들 사이에서 가끔 한가해 보이는 내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지만 더 마음이 상하는 순간은 아무런 성과 없이 바쁘기만 했던 순간을 인지할 때다.

나는 성공하고 싶었다. 가족에게, 아이들에게, 시부모님께 우리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 스스로에게 반하는 멋진 여자가 되고 싶었다. 얼핏 봐도 멋있는 여자, 여자가 봐도 닮고 싶은 그런 ‘여자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내 나이 스물 셋, 아무 생각 없이 성공만을 바라봤다. 기하급수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그것도 아주 평범한 내 수준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직장인 보다 영업을 택하는 것이었다. 대학교 4학년 때 직감했다. ‘아무도 내 성공을 정의 내려 줄 수 없다는 사실을’


학과에서 꽤나 주목받으며 앞날이 유망한 교수님의 제자로 성장했지만 나는 교수님의 이력서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서류를 전달해 달라는 부탁에 받아온 서류에서 떨어진 교수님의 경력증명서는 내가 교수님의 길을 따를 경우 펼쳐질 앞날과도 같았다. 나는 ‘월급’이라는 굴레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소비자에서 사업자가 된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둔 내가 그토록 열정적일 수 있던 이유는 ‘성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그 회사가 주는 완벽한 비전 때문이었다. 그렇게 비전을 보고 뛰어든 곳에서 경쟁은 치열했다. 사실 겨우 스물 세 살, 사회경험 전혀 없는 내가 빠른 성과를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무척 실망스러웠다. 영업을 시작한지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수입은 친구들의 200만원 월급, 1/4도 안 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매일같이 ‘다시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라’며 잔소리를 하고 그 사이 친구들은 첫 월급, 두 번째 월급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즐겁게 해내는 듯 했다. 나는 겨우겨우 화장품 하나 둘 판매하여 통장을 채우면 또다시 교통비로 커피를 마시는 돈으로 텅장이 되어가는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아침에 눈뜨자 부터 잠들기 까지 나는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자 뭔가 잘 못 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분명히 바쁜데, 분명히 나는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데 영업을 처음 시작한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고, 그 다음이 그려지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열심히만 하는 것이 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나는 나의 현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당시 나의 끝없는 정신적 후원자였던 분을 찾아갔다.


“저는 왜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을까요? 학교 공부할 때 성적 안나오는 상황이랑 비슷한 것 같아 너무 답답해요”

“그건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모르는 곳도 겁 없이 개척하고, 새로운 고객들도 만나고,.....”

“이 세상에 바쁜 사람은 너무 많아. 우리보다 더 바쁜 사람도 많지. 하지만 그냥 바쁘기만 한건 시간낭비일 뿐인데... 네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바쁜 건 제자리에 서서 삥삥 돌고 있는 것과 다를게 없는거지.”



짧은 대화였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감이 교차했다.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목표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항상 무엇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고 확신했고, 늘 그것에 대해 기록했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스스로에게도 자신감 넘쳤다. 하지만 결과가 없다는 것은 나에게 ‘진짜 목표’가 없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진짜 내가 이루고 싶은 것 말이다.


나에게 24시간, 1440분, 86400초의 하루가 남들과 같이 주어졌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 시간을 온 열정 다해 보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무조건 돌진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중간 목표와 세부 수행계획, 단위 실천 목록을 설계하고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면 조금은 덜 허무했을 것이다. 내가 가는 길에 대해 갈팡 질팡하는 그 시간동안 적어도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 내 모습은 어땠을까?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 정도 수준이 아니었을까? 목표가 명확하지 않았기에 동시에 수많은 일들을 손에 쥐고 놓지 못했다. 그것은 결국 ‘진짜’목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잘 해야 하니, 그저 바쁘기만 했던 것이다. 나는 명확한 방향,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큰 목표를 세우지 못했다. 큰 그림을 그리고, 그 다음 세부목표를 세웠다면 조금 달랐을까? 명확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순간순간 나의 계획은 바뀌었다. 그래서 고객들의 요청에 항상 yes걸 이었다. 덕분에 친절한 세일즈맨이 될 수 있었지만 내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매일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배운 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문제였다. 다이어리는 빼곡하고 일정은 너무 많은데 실적은 제로였다. 그때 알았다. 습관처럼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애쓰고 있는 나를... 나는 과거의 내가 되지 않기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일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내 근본은 달라지지 않았고, 나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던 나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상희야. 이유를 찾아야 돼. 이유를 찾지 않으면 또 예전처럼 성과 없이 바쁘기만 할 거야.’ 울컥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일했는데 너무 겁이 났다.


스물셋, 부모님이 평범하게 살 기를 원하셨고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라 했지만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내가 선택한 영업이라는 길 앞에서 빈 통장 잔고는 여전히 비어있었고, 결국 마이너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불안했다. 그 날, 누군가를 기다리던 자리에서 불안하게 서있는 나와 마주해야 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먼저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그 자리가 탐나서가 아닌, 나만의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


그날 밤, 나는 부모님 사진과 어린 시절부터 지금 까지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을 꺼내들고, 빈방에 불을 끄고, 촛불을 켰다. 은은한 음악을 틀고 어둠속에서 부모님 사진을 보며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편지를 쓰는 동안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고,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이 힘들 만큼 많이 울었다. 유치하지만 지금 당장 굉장히 열심히인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람들,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잠든 뒷모습을 바라보며 편지를 써보라고...

나는 ‘평범’이라는 것을 뒤로 하고 ‘성공’하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그리고 세일즈를 시작했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결단했다. 나는 내가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야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열심히 하는 것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면 나는 명문대에 입학했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나를 비롯해 열심히 하는데도 잘 안 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은 누구나 몇 가지 목표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목표가 목표인줄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당신에게 ‘진짜목표’가 있다면 무작정 바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최선을 다해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가 없다면, 잠시 멈춰보자. 온전한 나와 마주하자. 가족사진, 어린 시절 부터 지금까지의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을 준비하자. 그런 다음, 모두가 잠든 시간, 빈방에 촛불을 켜고, 은은한 음악을 켠 뒤, 사진을 보며 자신과 가족에게 편지를 써보자.


아마 당신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찬찬히 곱씹어 생각할 수 있게 될 것 이며, 내가 왜 일을 해야 되는지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 그 이유를 찾은 당신은 지금처럼 성과 없이 바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미루지 말고, 즉시 이유를 먼저 찾으라. 이유를 찾은 당신은 시간은 물론이고 마음의 여유도 찾게 될 것이다. 사생결단을 하고 달려가도 쉽지 않은 것이 세일즈인데, ‘언젠가 잘되겠지’ 하고 시간만 보내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이제라도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자. 내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지, 언제까지 그것을 이룰 것인지,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하기 위해서 당신에게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결과 없이 바쁘기만 한 세일즈맨이 될 것인지 결과를 내며 여유있게 비즈니스하는 사업가가 될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데이트 장소는 도서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