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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놀부며느리 Oct 02. 2022

어머니의 엄마를 보낸다는 것

시어머니가 조금만 힘들었으면 좋겠다

우리 어머니, 할머니 품이 얼마나 그리웠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어머니라는 말만 내 마음에 떠올려도 나는 가슴이 찌릿하다.

내가 나이들어 우리 어머니 처럼 자식을 위하고, 남편을 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그렇게 못하겠다는 답이 나온다. 그만큼 우리어머니는 희생하며 지금껏 사셨으니까. 


어머니는 그것이 본인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어머니손을 잡고 그런 말을 했었다.

남편, 가족에 대한 선택 모두 나의 선택이었다고 말이다.


몇년전부터 요양병원생활을 하던 시할머니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들려왔다

어머니는 짐을 싸 두셨고, 보지 못했지만 밤새 엉엉 우셨을 것이다.

나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어머니는 어떠실까?


멀다는 이유로, 자주 뵙지도 못하고 마음만 앞서 어머니를 위로 했다.

내가 안아주는 그 순간이 어머니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겠냐만,,,

나 역시 엄마가 있기에 어머니 마음이 조금은 이해된다.

할머니가 나이들어 돌아가시는 것이 뭐그리 슬프냐고 그럴 수 있겠지만 나 역시 슬프다


남편과 결혼하기 전 남편은 할머니와 단둘이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우리 할머니랑 별로 가깝지 않던 나로서는 그게 이해되지 않았다.

할머니가 코를 골고 이를 갈아도 할머니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란 남편은 할머니와의 여행을 잊지 못해 몇번이고 내게 말해주었다.


결혼 한 후에는 할머니를 모시고 제주도에 갔는데, 어쩌다 보니 할머니 옆에서 단둘이 자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난 손주며느리였지만, 어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편한 사람이라 할머니의 말씀을 하나하나 듣는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애들은 엄마가 잘 키워야 하는겨

애들 영어공부는 미리미리 시켜

나는말이야,,,, 우리 금희 어릴적에..... 

내용은사실 기억 나지 않지만, 할머니가 한시간이 넘도록 내게 해주셨던 여러말들이 나는 정말 편안했다.

할머니 손을 잡고, 건강하시라고 하며 코를 골기 전까지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그냥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나서는 산다는게 너무 바빠 자주 뵙지 못했고, 결혼후 할머니를 뵌것도 손에 꼽지만 

나는 아직도 그 할머니의 따뜻한 음성이 생생하다.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찾아갔을때 코로나가 터져 손도 못잡고, 문틈 사이로 할머니 숨만 느끼고 온 이야기가

너무 슬펐는데, 밥은 먹고 왔냐는 걱정의 소리가 또 너무 슬프게 들렸는데

이제 얼마 안남으셨다고, 영정사진을 준비하신다는 삼촌의 말을 전해들으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


살다 가는 것이 이렇게 허망하게 느껴져서야 될 것인지 

많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 역시 우리 할머니를 보낼 날이 올텐데 그때 난 어떤 마음일까.

지금보다 더 슬플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난 지금 어머니가 아파할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기록해 두지 않으면 잊혀질까봐 또 이렇게 적고 있다.

내 마음, 내 기록, 

언젠가 할머니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이렇게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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