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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놀부며느리 Dec 20. 2022

특별한데 특별하지 않은 생일을 보냈다

오늘은 나의 서른 하고도 여섯번째 생일이다. 

얼마나 생일이 중요한지 어릴때 부터 별다른걸 느껴본적이 없어서인지 '축하받는'생일이 조금 어색하기도 하다. 그래도 생일을 기념하여 다시 한번 뭔가 특별한 걸 해볼까 나에게 뭘 줄까 고민하다가


"다시한번 일기를 써보자"는 생각을 해본다. 

시간이 지나 띄엄 띄엄 쌓인 글이 작품이 되고 추억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8년을 연애하고 스물 다섯에 시집왔을때 

가장 적응되지 않았던 것이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있는 '가족간의 태도'였다.

누군가 오면 반기는 것도 어색하고, 살값게 다가가 안부를 묻는 태도도 어색했다.

오늘 마음은 어떤지, 괜찮은지, 즐거운지, 힘든지, 걱정하는 모습들이 나에겐 조금 낯설었다. 


우리가족은 누가 오면 왔구나,

누가 가면 가는구나, 

시간지나 서른 여섯이 되어 보니 그 또한 표현이었고 사랑이었음을 알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저 우리집과 다른 집, 다른 느낌이라 좋았다.

그래서 나는 스물다섯, 이른나이에 결혼이란걸 했다. 


오늘 나의 생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시부모님과 남편의 애정으로 

보내는 날이 되었다. 

생일인데 뭘 안해도 되는지 물어보셔서 이제는 의미없는것 같다고 했더니 

아버님이 통장으로 20만원을 입금해주셨다. '점심은 니가 쏴라' 하면서 말이다. 

나는 사실 그돈으로 특별하지도 않은 걸 했다. 가끔 20만원이 나에게 선물이라며 주신것인데 그저 순간의 도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렇게 지나간다 싶었는데, 내 생일인지도 잊고 일어난 아침에 

'축하축하'를 돌아가며 외치니 또 낯설다. 

하지만 연이어 날아오는 카톡소리, 선물소리에 

'나도 못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 


이렇게 나의 생일은 지난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집에오니 케익이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불은 붙히고, 초는 불어야해" 

아버님의 말한마디에 나는 못이긴척 또 불을 불었다

후~~~ 


그래, 아이들이 커서 이 모습을 기억했다가 

아내와 가족에게도 이렇게 해주겠지?


나는 나처럼 아이들을 무감각, 무감성으로 키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오늘 처음으로 했다. 

인간의 본성은 타고났고, 기본 성향은 타고났지만 

환경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걸 나를 보며 느끼고 배운다. 


여기저기 축하의 소리가 반갑기도 하지만 

한살 더 먹는 소리에 조바심이 날때도 있다. 

하지만 오늘을 보낸 나는 스스로 나에게 반했다. 

오늘, 평소하지 않았던 걸 한번 더 시도하였으니까. 

그게 뭔지는 꼭 나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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