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님 아들 데려가세요

못살겠으니 데려가라던 그 남편과 11년째 잘 살고 있습니다

by 워킹맘 놀부며느리

어머니 아버님 ,

아들 데려가세요


어느날인가 남편이랑 엄청 싸우고 시어머니께 문자한통을 보냈다.

못살겠으니 데려가라는 식의 내용이었다.


"바람폈니...?"

".........네?"

"남자들 한번씩..."

"그런말하시려고 온거면 그냥 가세요"


밤 열두시가 넘어 시아버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런말 할거면 집에 가시라고 화를 냈던 그 며느리. 아직도 남편과 살고 있다.


나는 그 질문이 너무 화가났다.

남자니까 한번쯤은 그럴 수 있다는 듯한 말투가 나를 더 화나게 했다


사실 돌아보면 엄청 유치한 이유라서

11년이 지난 지금, 내가 왜 시부모님께 아들 데려가라고 문자를 보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남편이 친구랑 놀고 싶어 거짓말을 했는데, 그걸 들켰나?

정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쨋든 신혼초 내가 그토록 화가 났던 이유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 그 하나였다.


친구랑 놀다 들어온것도 잘못이 없고

친구랑 노는 그 시간에 나도 잘 놀았다.

그런데, 솔직했던 나와 달리 남편이 회사일 때문에 늦는줄 알았는데 거짓말을 해서 화가 났나?

기록이라도 해둘걸.. 후회가 되지만 어쨋든, 그때는 부부간의 거짓말에 대한 분노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어쩌면 더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지, 지우고 싶었는지 어쨋든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매우 작은 일

사소한 일이었고

그 새벽에 시부모님을 불러 아들을 데려가라고 했다는 것

그것 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난 지금 그 남편과 그 아들과 살고 있다.

그것도 대충이 아니라 너무 행복하게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숨고싶은 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적는이유는

더 나이들어서 이 조차 기억나지 않을까

사는 것이 바빠 좋은 순간들

우리가 극복해낸 순간순간들이 아예 잊혀질까 두렵기도 해서다.


잘 살면 됐지.

다음에 우리 아들이 나 처럼 커서

내 며느리가 나를 새벽에 부르면 나는 어떨까?

나도 이렇게 달려가 며느리 손을 붙잡고 이야기를 다 들어 줄 수있을까?


11년만에 어머니 아버님께 사과드리고 싶다

"어머니, 아버님 그 날 그 새벽 죄송했습니다"



(직접사과는 드렸구 함께살고있습니다. 시부모님과♡ 글 사이사이 생략된내용으로 글을읽고 오해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