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때문에 억지로 사는 거, 저는 못합니다

지금은 그 덕분에 잘 살고 있습니다

by 워킹맘 놀부며느리

"자식 때문에 억지로 사는게 어딨어?. 그게 말이돼?"

"너도 세월지나 봐라. 다 그렇게 된다"


친정 엄마와의 대화가 이해되지 않았던 어느 날

나는 자식때문에 사는게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말은 '세월이 지나 나도 자식이 생기면, 다 투닥투닥 그렇게 살아간다'는 말이었다.

엄마도 아빠랑 진작 갈라서고싶었지만 오빠와 나만 생각하며 참아냈다는 말이었다.


'그때 그냥 헤어지지 그랬어. 세월지나 뭐 달라진거 있어?'

나는 꾹꾹 참아온 엄마에게 마지막 비수를 꽂았다.

그때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 다 그렇게 살아진다. 그 안에서 행복 찾아 지는 거야 '

머리로 이해하려 해도 절대 이해 되지 않던 그 말이

정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도 일어났다.


남편이 바람을 폈나..

도박을 했나.....


둘 다 아니었다.


그냥 나와 다름이 나에게 주는 많은 부담감과 감정적인 부분이 매우 컸다.

어릴때 부터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 싶었던 집에서 짜증이 묻어 났고, 그 짜증이 육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한동안 남편과 투닥거리며 싸우는 동안에는 차라리 아이둘을 나혼자 키우며 조용히 사는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 애들하고 총싸움하며 놀아줄 수 있어? '

' 애들하고 감정표현 잘 하며 살 수 있어? '

' 애들하고 어벤저스 이야기 할 수 있어? '

' 애들하고 헤리포터 보는 건 괜찮겠어? '

유치하기 그지없는 질문을 스스로 해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남편이 거의다 전담하여 아이들과 지내고 있는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지금이야 아이들과 남편과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불과 4년전만 해도 가족사진엔 항상 내가 없었다.

늘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좋은 곳을 다녔고 사진을 찍었고 영상을 남겼다. 아침일찍 나가서 늦은 저녁이 되야 집에 들어올 동안 나는 집안을 돌보지 못했다. 모든것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했고,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한것이라곤 '그 아이들을 세상에 나오게 한것' 그것이 전부였다.


육아 일기를 쓰라고 하면 나는 아이들이 기고, 잡고 서고 달리기 시작한 한 순간도 기억하지 못하므로

그저 내가 돈을 번다는 유세떠는것 빼고는 아무것도 가족을 위해 한것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왜 남편에게 완벽을 요구하며, 완벽한 가정이 되기를 바래왔던걸까?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미안해 졌다. 그리고 감사해졌다.

' 우리 남편도 나에게 못마땅한 점이 있을텐데,,, 딱히 말하지 않았을 뿐이야 '

이 생각을 하니 정말 미안한 마음이 감춰지지 않았다.



'그래, 아이들 때문이라도 한 번 더 생각해보자' 하는 생각이 틀렸다. 나는 절대 아이들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 덕분에 사는 것이다.



결혼을 하기 전부터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기 까지 나는 입버릇 처럼 이말을 달고 살았다.

'아이때문에 억지로 살고 그런거 나는 못해요'

시어머니 한테도, 남편한테도, 우리 부모님한테도 지인들에게도 나는 이 마음이 엄청 대단한 것 처럼 떠들어 댔다. 우스게 소리였는데, 지나고 보니 참 말이니까 쉬웠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싸우고

두번싸우고

세번 싸우는 동안 나역시 아이들 때문에 한 번 더 살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참 귀엽고, 참 별것 아닌 순간들이 자꾸만 곱씹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 될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왜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는 걸까?


우리 부부가 이렇게 싸우며 살았어요. 라는 글을 적기에는 싸운적이 정말 별로없어서 적을 말이 없지만

연애 8년, 결혼 11년차인 우리에게 10대, 20대, 30대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흔적과 추억 그리고 아픔과 미움, 배움 등등의 많은 감정을 하나씩 꺼내어 보면 너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늘도 글을 남긴다.


분명 자식때문에 억지로 사는 것은 안된다고, 못한다고 했던 내가

자식덕분에 다시 잘 살아보기로 마음을 먹고

지금의 남편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그보다 더 행복한것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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