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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놀부며느리 Mar 01. 2023

남편과 잘 싸워야 하는 이유

결혼이라는 건 '협의' '협조'의 연속이다

나는 결혼 후 남편과 잘 싸우지 못했다

마음속으로 담아두고, 하나 둘 쌓아놓았다가 한번에 터트리는 성격이었다

별것도 아닌걸 마음에 품고, 참자 참자.. 하다가 열한번째에 터지면 상대방은 내가 왜 화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럼 또다시 '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냐' ' 왜 그정도 밖에 생각을 못하냐' 이런말들이 오가다가 결국 싸우게 되는 패턴.


우리 부부도 그런 패턴을 지나왔다. 


둘이 죽고 못살아서 열일곱부터 스물다섯까지 연애를 했고 

남편 군대에 42번의 면회를 가며, 매 주말 마다 면회를 갔던 나였는데 ...

옆에 남편을 앉혀 놓고도 

'보고싶다' 노래를 부르며 울었던 나였는데 ...

어느날, 남편이 하는 모든 것들이 싫어졌다. 결혼 후 권태기랄까?


한번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집이 너무 어지럽혀져 있었다

남편이 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집에 있으면서 집은 안치우고 왜 이렇게 어지럽혀 놓았나.. 부터 시작해서 .. 왜 밖에서 일하고 오는 사람 생각은 하지 않지?? 이런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그래서 아무말 하지 않은 채 집에 들어오자 마자 

옷도 갈아 입지 않은채 

청소기를 들고 벽이 부숴 져라 퍽퍽 쳐 가면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할 때면 그릇이 깨지는 줄 알았을 것이다.


어쨋든 우리 신혼은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왜 그랬는지. 이런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나한테 불만이 없을까?"

스스로 질문했을때 나는 눈물이 났다.

남편도 혹시 나에게 이런말을 하고싶었을텐데

표현하고 싶었을 텐데

밖에서 일하고 온 나에게 티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을텐데

나는 왜 그렇게 남편이 신경쓰이게 행동했던 걸까?

그런 마음이 반복되자 나는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결혼 후 처음으로 맥주한캔을 들고 대화하기 시작했다.


이게 섭섭했고, 저게 섭섭했고 

이건 이해가 안되고, 저건 더 이해가 안된다

이런대화가 몇번 오가다가

결국 마지막은 

'그래, 다 내 잘못이지. 미안하다! 됐지?' 

남편이 그렇게 말하면 나는 또다시 

'뭐가 미안한데? 정확하게 뭐가 미안한지 설명해봐' 따위의 말꼬리를 끊임없이 잡아가며 

싸움에 끝이 없다가.... 어떻게 화해가 되었는지 모르게 화해를 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냈다.


그런데 이렇게 대화하는 것이 잘 안되던 이유가 모두 성격차이 때문이라는걸 알고 있었지만

그 성격차이를 우리가 이혼하지 않는 이상 맞춰가야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답이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과 원칙을 정했다.

무작정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기

불만부터 말하지 않기

그냥 상대방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걸 말하고, 협의점을 찾기


이정도로 협의가 되고 난 다음부터는 우리는 서로 무엇이 다른지 무엇이 같은지

뭘 원하는지 조금 편하게 대화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남편을 그렇게 좋아했고, 유일한 찐친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세상 모든 사람들 보다 남편에게 말하는 것이 불편했던 사람이다

뭔가 말하면 예민하게 반응하고, 말투 , 눈빛, 손짓, 표정하나하나에 너무 과민반응하는 남편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남편이 여자이고, 내가 남자였다면 더 잘 맞지 않을까? 이런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우리도 그렇게 싸우며 조금 대화가 편해질때즘 


친구들이 결혼이란걸 하고, 주변에 결혼으로 인한 갈등의 문제들에 대해 노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먼저 싸워보고 먼저 화해해보고 먼저 결혼, 출산, 육아라는걸 해보고 나서야

우리는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생겼다


남편과 아내가 잘 싸워야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잘 싸우려면 서로간의 기본 예의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집안을 욕해선 안되며, 싸울때는과거의 일을 가져와 싸우기 보다는 현 상황만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싸움의 끝이 이혼하자!로 절대 끝나선 안되며, 우리가 싸우는 이유, 싸워야 하는 이유는 

이 문제에 대해서 협의점을 찾기 위함이라는 것을 싸움중간중간에 상기시켜줘야 한다. 서로에게.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싸우는 시간이 매우 무의미하다.

그냥 헤어져버리면 그만인데 그러지도 못하고, 끙끙거리고 살아야 된다는거 아닌가?

그러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길고, 갈길이 너무 멀지 않은가?


나는 항상 남편과 잘 싸우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10년간

그래서 우린 별로 싸우는 일이 없다.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 대화는 끝난다.

그냥 내가 쿨하게 이해하거나 남편이 이해하거나 그렇게 쿨하게 끝난다.



나는 세상 많은 부부들이 함께 힘겨움을 이겨내고 

행복을 두배 세배로 나누며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자녀들에게 전하며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다. 

"우리 엄마아빠처럼은 살지않을거야"

이렇게 만들지 말고, 엄마아빠 처럼 살고싶도록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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