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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놀부며느리 Mar 06. 2023

아빠의 이 모습이 싫었는데,,, 결 혼 후 알게된 것

친정아빠의 남다른 사랑방식

스물다섯에 결혼이란 걸 했다. 

정말 결혼을 이렇게 일찍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결혼을 스케줄 처럼 결정해  버린 나로서는 아빠의 결혼반대가 이해되지 않았다.

스물다섯, 어제까지만해도 대학에 다니던 딸이 갑자기 결혼을 한다고 남자를 데려오니 아빠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겠지.


나는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하고, 말도 안되는 똥고집만 부리는 아빠가 싫었다

게다가 

"스무살 되면 그때 부터 느그 알아서 살아야 된다, 알제?" 

이러면서 눈만 마주치면 스무살 타령을 하던 아빠를 보면서

습관처럼 말했다. 

절대 아빠같은 사람이랑 결혼안할 거고, 방한칸에 살아도 오손도손 하하호호 하는 집에 시집갈거라고.


그때 엄마는 콧방귀를 꼈지만 나는 그 의미를 알지못했다.

그런데 결혼후에 비로소 아빠의 그 모습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은 미친듯이 표현하고, 누가봐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결혼한지 십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게 그러하다.

물론 연애때랑은 다르지만 다른집과 비교해보면 오늘도 어제도 나를 그렇게 이뻐한다는건 정말 신기할 노릇이다.

그런데 아빠는 달랐다. 우리집 인사는 눈마주치면 그걸로 끝이었고, 사랑한다는 말은 죽어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결혼을 결정하고 신부입장을 연습하며, 나는 처음으로 아빠의 손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빠손이 너무 못생겼고, 너무 딱딱했고, 이만큼이나 고생하며 우리를 키웠을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한 집으로.

우리집과는 전혀 다른 집으로 시집간다고 무진장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남편은 나에게 사랑한다, 예쁘다 쪽쪽 거리면서도 

가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 나를 사랑하지 않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무의식중에 내 손을 친다던지 (물론 뭔가를 말리는 행위중 하나다)

아니면 짜증을 확! 낸다던지 (물론 다른 남자들 비교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에 반해 우리아빠는 표현하나 없지만 

결혼 후 우리집에 우리가 없을때 몰래몰래 들어와 

내 대신 분리수거를 3년동안이나 해주셨다. 

그런 아빠에게 나는 

'아빠! 집에 올때, 말좀 하고와!!! 강서방 불편하잖아'

하는 따위의 싸가지 없는 딸이었다. 

아빠는 행여 내가 불편할까봐 내가 없는 , 강서방이 없는 시간만 틈타 들어오곤 했는데 나는 그때는

그것이 사랑인 줄 몰랐다. 


어린시절 집 밖에서 김밥을 사먹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던 터라

나는 남편과 연애하면서 정말 많은 걸 누렸고, 정말 많은 것을 처음해보았다

가족끼리 외식을 한다던지 아니면 어디 놀러를 간다던지 영화를 본다던지.. 

그런건 우리집에서 용납되지 않았고, 어린시절에 나는 아빠가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거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고, 모자랐던 생각이지만 아빠는 그게 우리를 사랑하는 방식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열심히 아끼고 모아서 좋은집을 사고, 좋은집에 내 방을 만들어 주는 것.


나는결혼하고 나서야 아빠가 그토록 십원짜리를 세어가며 일했던 그 시절이 이해가 되었고 

김밥한줄 사먹었다가는 난리가 나는 그 상황이 이해되었다.

어쨋든 나는 결혼후에 아빠의 여러 행동이 이해되었고, 

그또한 아빠의 사랑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아빠 나이 이제 육십하고도 반을 더 달려가고 있다.

나는 마흔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나 나이먹고 아빠의 사랑방식을 이해하게 될줄이야. 

앞으로 난 이곳에서 아빠의 이야기를 종종 해볼까한다

우리 남편의 사랑방식은 많은 여자들이 원하는 방식이지만

우리아빠의 사랑방식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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