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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놀부며느리 Mar 08. 2023

시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남편과 싸웠다

우리가 잘 살아야 하는 이유

남편과 나는 시댁 거실을 거쳐 방으로 들어가 3년째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우여곡절끝에 함께 하고 있는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나는 그저 어른들께 감사하고, 함께 하는 이 순간이 행복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 그런데 가끔, 정말 아주 가끔 

서로가 생각하는 기준이 다른다는 이유로 우리는 투닥투닥 하곤 한다

그것도 시부모님 앞에서 말이다.


특별한 것도 아닌데, 투닥거림이 시작되면 잘 멈춰지지 않는다.

물론 다른집과 비교하면 우리 싸움은 싸움도 아니다

그저 귀여운수준이다. 어쨋든 어제는 정말 쓸데 없는 이유로 싸움이 시작됐다.


아들의 코피.


업무 특성상 나는 집에서 오랜시간 통화를 하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때가 많다

어제도 마찬가지 였다.

집에서 통화를 시작했는데, 40분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 항상 아이들은 게임을 하거나 숙제를 하거나 밥을 먹거나 한다

물론 그 준비는 내가할때도 있고, 시어머니가 할때도 있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협의를 하고 그렇게 저녁시간을 보낸다. 

서로 일이 있으면 일이 좀 덜 많은 쪽이 맡아서 하는 편이다. 

물론 빈도수는 어머니가 8, 내가 2 정도 되는 것 같다.(복받은 며느리)


어제는 그 시간에 아들이 코를 팠는지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방안에서 전화통화중인데, 밖에서 뭔가 우당탕탕 하더니 모두가 분주했다.

그냥 해결하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남편이 방에 들어와

"지금 전화할때가 아니야. 지후 코피나" 

이렇게 말하고 나가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내 기분이 아주 바닥을 쳤다. 

그냥 지후가 코피가 난다는 사실만 알려주면 될것을 ....

전화하고 있을때가 아니라고 하는 그 말투가 너무 싫었던 것이다. 

물론, 뭘 어쩌라고 말한것은 아니지만 대게 부부싸움은 이런순간에 시작된다.

서로의 포인트가 다른 그 순간.


어찌되었든 나는 중간에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와 아들이 있는 쪽으로 갔다

시아버지는 손주 목을 받히고, 코피가 멈출때 까지 지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옆에 서서 안절 부절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유인 즉슨, 코피가 많이 났고 멈추지 않을 경우에 응급실이라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좀 앉아"

"한 순간도 방심하면 안돼"

"아니, 이 정도로 무슨 .... 좀 앉으라구..."

"지금 왜 이정도로 안절 부절 못하고, 호들갑이냐는 표정으로 봐?"


우리 둘 사이 냉기가 흐르더니 이 대화로 한 몇분을 투닥투닥

아들코피는 이미 멈췄는데 우리 두 사람이 스트레스로 코피가 날 정도 ㅎ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유치한 싸움인데 그 순간 심각했다.

나도 멈추지 않았고, 남편도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은 코피로 시작된 이야기가 마무리 되지 않자

당황한 듯 했고, 어머니도 '서로 생각이 다르다보면, 관점이 다르다 보면 그럴 수 있어' 

라고 상황을 종료시키고 싶어 하셨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게 그렇게 큰일이야? 코피 나면 멈춰. 나도 이맘때 코피 덩어리가 나왔어'

'작은거라도 방심하면 안돼. 피가 안멈추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뭐 이런식의 패턴의 대화가 3분정도 오가다가 그냥 그 자리를 뜨는 것으로. 

서로 쳐다보지 않는 것으로 대화를 강제종료 시켰다.



이 싸움에 갑자기 아버님이 등장했다

"부부가 아이들 키우고 살다보면 서로 이런일도, 저런일도 있지 " 

토닥토닥.


빨래를 널고 있는 내 어깨를 툭툭 달래주고 지나가는 시아버지.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나는 시어머니 시아버지의 공 때문에 

지금까지 남편과 잘 살고 있다. 

어느정도는 인정!

남편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지만 부부생활에 시부모님의 역할도 엄청 중요하다는걸

우리 부모님을 보며 새삼깨닫는 순간이 많다


우리 둘 사이에 오고갔던 그 냉랭함을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그 대화 덕분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잠들었다 

서로 옆에 두고 

한마디하지않은 채 그렇게 아침을 맞이했고 

내가 눈을 떴을 때, 남편은 회사에 출근하고 없었다.


아침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면 지는건 아니지만, 다시 생각해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나만 잘못한건지 남편도 잘못한건데,,,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카톡을 보냈다.



'어제는 내가 예민했어. 미안해'


이후에 연결된 남편과의 통화에서 카톡봤으면 전화를 하던지, 답을 해야지... 하면서! 

또다시 어제의 일이 스믈스믈 언급되기 시작했다 

남편은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했다.

거기에 '그래, 싸우지말자' 하면될것을

'나만 잘못한거야?' 라고 또 말을 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싸움이 언제 끝날까.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서 우리는 그렇게 웃으며 대화를 종료했지만


우리 부부는 왜 이렇게 유치했던 걸까. 


이 싸움을 아이들은 이렇게 해석했다. 

아빠가 서있어서 엄마가 아빠 다리 아플까봐 앉으라 했는데, 아빠가 화를 냈다!!


역시, 아들! 너는 내 편이었구나.


오늘도 나는 우리 가족이야기에서 

아버님, 어머님, 아이들, 귀여운 남편을 생각하며 

더 잘살아야 할 이유를 하나 찾았다. 


부부가 잘 사는 법,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리 이렇게 서로 사과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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