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친구들이랑 1박2일 가려고 하는데... '
' 응 다녀와'
'여보, 나 오늘 회식'
'오키'
'여보, 있잖아'
'그게 뭐든 오케이'
나는 남편과 평화롭게 사는 방법 중 하나로 '허용'을 택했다
무한대로 허용했다. 그게 무엇이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남편이 나에게 뭔가 말을 꺼낼때는 동의를 구한다거나 의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 대충, 대략적으로, 아니 거의 대부분의 것을 결정하고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말이 나오는 순간 정말 '이건아니야' 싶은 것이 아니면 허용한다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어차피 반대해도 할거라는걸 알기 때문이다
남편이 오토바이 이야길 했을때 쉽게 허용한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수용했다.
남편은 너무 고마워 했고, 놀라했지만 나는 고마워 하지도 놀라지도 말라고 했다.
'여보, 어차피 내가 반대하면 입 튀어 나올거지,,, 아이들한테 짜증낼거지,, 아니라고 하면서도 가정에 평화를 깰거아니야. 그러니까 그냥 깊게 생각했을거라 치고 허용하는거야. 근데 뒷일은 본인이 감당해야겠지.'
어쩌면이게 젤 무서운 허용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대부분의 것을 허용했고, 여전히 그러고 있다
남편이 집밖을 나가는 순간 나는 연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출근을 하면, 밥은 뭐먹었냐, 오늘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냐 궁금해서 묻지만 어느모임에 나간다던지 하면 나는 절대 연락하지 않는다. 나 역시 중요한 자리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남편이 카톡이라도 보내오면 별것 아닌것일 수 있는데 신경쓰인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오래전 아이들이 어릴때, 남편이 내가 정말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때 아이들을 하루종일 혼자 봐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여자들이 주로 해야 한다는 '독박육아'를 남편이 몇년간 했다.
그때 너무 고마웠지만 남편이 수시로 카톡이 왔다.
애들이 어쩌고,,, 집에 머가 어쩌고,,, 아이가 다쳐도, 울어도,,, 기분이 안좋아도 정말 몸은 떨어져 있는데 함께 있는 기분이었고 나는 그게 싫었다.
그래서 나는 집을 나서는 순간 남편에게 연락을 잘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경쓰이는걸 너무 잘 아니까.
뭔가를 허용하는건 이런 마음과 비슷하다.
남편이 내게 거짓말을 한다면 제발 들키지 않았음 하는 마음으로 속아넘어 가주기도 하고
때때로 터무니 없는 일을 벌일때 이런생각을 해본다
그래, 안살거 아니면 묻어두자,,, ㅋㅋㅋㅋㅋ 좀 웃긴가
나는 남편이 오토바이를 사든 뭘 사든 상관이 없다
다만 자기가 남편으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
아빠로서 다해야할 책임은 다하고 본인의 취미든 뭐든 예고 없던 일들을 감당한다면 나는 정말 전혀 상관이 없다.
때때로 우리가 다툴때는
'나 혼자 사는 건가?' 싶은 순간일때였다.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듯 보이는 남편이 싫었고, 쌓고 쌓고 또 쌓아서 한번에 터트리기도 했다.
그러면 남편은 너무나 수용적이었던 내가 불같이 화를 내는 시점에 당황스러워 왜그러냐 묻지도 못하고 뚱한 표정을 짓곤했다.
어쨋든 나는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을 남편과 함께 보냈다.
그리고 결혼 11년이 넘으니
우리 이제 조금 서로를 알겠구나,,, 하는 맘이 든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살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정확히 나를 볼때 보살은 아니다
나는 '책임'을 다할때 '자유함'을 주는 것이 옳다고 보기에 별로 싸울일이 없을 뿐인다.
부부로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서로 너무 바닥만 보이지 않으면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모든것이 예뻐보이지 않을까싶다
나이가 들고, 엄마의 목소리가 아빠보다 커져갈때
나는 우리도 그렇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부부로 사는 것 자체가 지금은 아름다워서
그저, 나이든 부모님을 보며 웃을 뿐이다.
언젠가 세월이 지나 내가 이 글을 돌아볼때 어떤마음일까
남편의 모든것을 허용한 나 자신에 대해서 후회할까?
아니면, 뿌듯할까?
그것도 아니면 어떨까!
나이 얼마 되지도 않은 내가 이런 글을 적고 있자니 조금웃기긴 하지만
나는 참 잘 나이들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