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처음
열정적으로 사랑한것도 아니고, 이 사람이 없어서 죽을거 같은 것도 아니었다.
(이 글을 그가 볼까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어쨋든 이 말은 내 지인들에게 매번 했던 말이다)
어린 내 머릿속을 왜 그런생각으로 가득 채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독신을 꿈꾼다던지, 내 20대를 좀 더 열정적으로 펼치고 싶다던지, 그런마음때문에 결혼이라는 자체가 내 성공의 장벽따위로 취급받는다던지 그럴필요는없다고 생각했다.
남편과 나는 어릴때 만났고, 오랜시간 서로를 기다렸고 위해주었으니까.
세상에 별남자 없다고 생각했다.(별남자가 있었던 걸까?)
다른 사람을 만나도 결국엔 이 남자와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녀가 만나 감정을 나누고, 애정싸움을 하고,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를 알아가는 그 시간이 어쩌면 내게는 굉장히 아까운 시간으로 느껴졌다. (감정소비라고 생각했다)
이미 이 사람과 모든걸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는데 '헤어진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고?' 정말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아까웠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 가득 어차피 이 사람과 결혼할텐데...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고
그렇게 결정한 결혼은 정말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되었고 별다른걸 준비할 겨를도 없이 우리는 결혼이란걸 했다. (9월 밖에 시간이 안되니 이 날 우린 결혼을 해야한다고 남친에게 통보해버렸더니 당황하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당탕탕 결혼이라는 걸 하고 보니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스물 일곱인가? 그때까지는 내가 원하던 대로 내가 계획한대로 모든 일정을 소화했고, 목표를 달성했고, 모든것을 순리대로 이뤄냈다.
그런데 언제 부터 였을까.
우리는 꼬이기 시작했다.
내 마음속에 남자라는 존재는 그렇게 존경할만한, 엄청난 대상이 아니었다.
남자들이 받는 월급? 대기업? 사업가가 아니라면 거기서 거기였고, 그돈을 바라보기 보다는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인생을 살아가는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차피 결혼할것 같았던 이 남자를 선택했고, 절대 나의 목표와 나의 삶에 대한 태도에 태클걸지말라는 조건으로 우리는 결혼했다.
좋은 말로 표현했지만 나의 요점은 그거였다.
사실 그렇게 결혼할때 어른들이 던지는 그 말들이 참 싫었다.
사람마다 각자 가진것이 다르고 나 역시 그 사람에게 얻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그런 표현을 마구 해버리는 어른들이 참 어이없었던 것 같다. 심지어 우리 부모님 까지도 ,,,,
자기 딸이 그렇게 잘난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말들로 남편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을 보니
그 안에서 내가 보였다.
어차피 결혼할거같은 이 남자의 아무 조건도 보지 않았던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런저런걸 좀 따져물었으면 좋았을까?'
약간의 후회가 몰려오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결혼도 처음이고
남편도 결혼이 처음인데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는
잘 살아낼 방법을 서로 이야기 해야 한다고 어느순간 판단했던 것 같다.
많은 부부들이 그 시간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에 헤어지는걸까?
결혼이라는건 서로 어차피 할 사람과 하고 나서도
어떻게든 대화로 삶의 태도를 동기화 시켜가며 제대로 나눠야 지속이 가능한 걸까?
결혼후 여러관계를 회복하고 성장시키는 동안
나는 이번생애 결혼은 처음이라는 것을 핑계삼아 좀 어린아이 취급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