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에 대한 접근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얼마 전 작년도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해외 매출과 모바일의 비중이 높았던 네이버와 기대보다 실적이 좋지 않았던 카카오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의 미래는 모바일과 해외진출이 핵심이 될 것이며, 카카오는 부진을 만회할 카드로 O2O를 꺼내 들고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 트렌드에서 빼놓고 갈 수 없는 부분이 O2O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도 O2O사업을 하는 고젝(GO-JEK)이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으로 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경도 많이 다른 나라이고, 소비자들의 패턴도 분명 다른 나라이지만 이 두 기업의 O2O전략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O2O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어떠한 요소와 어떠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은지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이야기돼야 할 부분은 ‘O2O의 핵심은 무엇인가’입니다. 많은 온라인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축적해왔던 기술과 사용자를 바탕으로 O2O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카카오 역시 5000만(해외 사용자 포함)이라는 카카오 사용자를 바탕으로 삼고,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핵심 플랫폼과 카카오페이 등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대의 경우로 인도네시아의 고젝의 경우 오토바이 운송이라는 명확한 오프라인적인 강점을 바탕으로, 온라인과의 융합을 통해 O2O사업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O2O를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논쟁은 ‘온라인 기반과 오프라인 기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하는 문제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중요성의 문제는 판가름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유물론과 관념론의 문제로 십 수 세기 동안 논쟁을 걸쳤던 문제도 정신과 물질의 중요성의 문제가 아니라, 선후차성의 문제일 뿐입니다. O2O 비즈니스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기반은 모두 중요합니다. 다만 온라인이 먼저인가 오프라인이 먼저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O2O를 이야기할 때 온라인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온라인 기술이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빅데이터, 위치기반기술, 온라인 결제 등의 다양한 기술은 우리가 오프라인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부분들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O2O의 근원(핵심이라는 표현보다 근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은 오프라인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청소 한번 해 보지 않았던 업체가 온라인 기술을 바탕으로 청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여기서 고객들의 실질적인 요구는 무엇일까요? 온라인을 통해서 편하게 청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깨끗하게 청소된 나의 집이나 사무실을 원하는 것일까요? 의외로 많은 업체들이 고객의 최종적인 니즈보다는 과정에만 빠져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니다.
카카오와 고젝에 대해서 분석해 보면서, 좀 더 심화된 O2O에 대한 고민을 진행해 나가도록 해보겠습니다.
‘최세훈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향후 1~2년 동안 분기마다 새로운 O2O 서비스를 1~2개씩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O2O 사업을 통해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택시 수익모델을 놓고 검토 중”이라며 “이용자 반응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 택시’뿐 아니라 고급 콜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도 선보였고, 대리운전을 위한 ‘카카오 드라이버’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제주도 감귤을 배송하는 ‘카카오파머 제주도’ 시험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는 운송, 홈서비스, 배달 등 다양한 분야의 O2O 서비스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카카오가 나가고자 하는 O2O시장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대한민국의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독보적인 위치인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다양한 O2O 사업부분에 직접적으로 진출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모바일 서비스 중에서 카카오톡과 대적할만한 서비스는 분명 보이지는 않습니다.
‘온디멘드’ 즉각성이 요구되는 O2O 비즈니스의 속성 상, 독보적인 모바일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강점인 것입니다. 특히 ‘카카오톡’ 연동과 ‘카카오페이’ 결제까지 모든 것이 모바일 플랫폼과의 연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카카오의 의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여기서 우려되는 부분은 카카오가 온라인의 강점을 얼마만큼 잘 오프라인에서의 강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옛날 ‘다음’의 경우 보험사업에 진출해서 특별한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 개인적인 의견을 추가하자면, 지금 카카오의 가장 중요한 선택은 O2O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떤 분야의 O2O사업을 해야 하는지가 더 근원적인 부분이라 판단합니다. 이 부분은 4번째 파트에서 상세히 기술하겠습니다.
한국과는 거리적으로 문화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는 인도네시아에서도 O2O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양상은 한국과는 아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카카오가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O2O사업에 진출했다면, 인도네시아의 고젝은 그와는 반대로 이제까지 오프라인 시장에만 존재했던 오토바이 운송을 온라인으로 융합함으로써 O2O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고젝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이제까지 개인으로서 운영되어왔던 오토바이 운송, 배달을 공식적인 플랫폼에 담았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한 인도네시아의 특징상 길거리에서 대기 중인 오토바이(오젝)를 잡아 타고 이동을 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습니다. 이 길거리 오토바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공식적인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어떠한 보험처리도 받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면부지의 개인에게 물건을 보내달라고 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입장에서는 길거리에서 잡아타는 손님 외에는 특별히 손님을 모객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정적인 수입을 가지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에서 착안한 고젝은 우버의 시스템을 오토바이에 적용하게 됩니다. 제일 먼저 사람을 운송하는 부분과 물건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내어 놓습니다. 고젝의 기사들에게 유니폼과 헬멧을 착용하게 함으로써, 특별한 마케팅 비용 없이도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운전자만으로도 광고를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위치 추적을 통해서 안전성을 담보했으며, 가격을 적정한 수준에 맞춰서 이용하는 고객의 부담을 줄여줬고, 오젝 운전자들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자신만 열심히 하면,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습니다.
오젝 운전자들의 반발도 많았으나, 고젝 운전자들이 더 큰 세력으로 증가해 감에 따라서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국돈 2~3천 원이면 자카르타 시내에 어디라도 이동을 하거나, 오토바이 택배를 보낼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고젝은 여기에 서비스를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O2O 서비스들로 확장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가 배달이 가능하다는 오프라인적인 장점을 바탕으로 한 고마트(Go-mart)와 고푸드(Go-food)입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장을 봐주고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배달 대행 서비스 정도였지만,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들과의 제휴를 통해서 마트의 모든 상품과 음식점의 모든 메뉴를 온라인화 하여, 온라인에서 직접 보고 주문한 제품을 고젝 기사를 통해서 배송받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위 서비스에 해당되지 않는 상품이나 음식 역시도 기사와의 통화를 통해서 주문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어느 늦은 저녁에 음식을 주문했었는데, 식당이 문을 닫았다고 다른 식당에서 그 음식을 사 와도 되겠냐는 고젝 기사의 전화를 받아본 적도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 청소, 마사지, 미용 서비스까지 추가적으로 오픈해서 진행 중에 있으며, 오토바이뿐 아니라 트럭에까지 서비스를 확장한 상태입니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오프라인에서의 강점(빠른 배달을 할 수 있는 오토바이)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남아에서 오토바이의 의미는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오프라인의 가장 핵심을 잡고 있는 이 서비스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더 확장을 해 나갈지 항상 기대감으로 바라보는 서비스입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에서는 대중교통(버스,택시 등)이 고젝 때문에 매출이 내려간다고 데모를 하기도 했습니다. O2O서비스 하나가 대중교통이라는 기본까지 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고젝의 성공사례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분명히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카카오의 전략을 살펴보면서 지금 카카오는 어떻게 O2O를 할 것인가가 보다, 어떤 분야의 O2O를 하느냐 하는 것이 더 근원적인 고민이 되어야 한다고 썼습니다.
온라인 업체는 오프라인의 강점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는 분야로 진출하기 힘든 무엇이 있다는 판단입니다. 요즘 한국에는 식재료 배달 서비스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대규모 유통망과 물류, 음식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CJ와 같은 기업이 이 부분에 뛰어든다는 생각을 해 보십시오.
명확하게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분야는 특히 업계의 맹주라 할만한 서비스가 있는 분야는 O2O가 진출하기에 적당한 부분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O2O 업체가 노려야 하는 오프라인 시장은 기존 기업이 형성한 질서가 명확한 분야보다는 새롭게 질서를 만들 수 있는 분야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는 오프라인에서 특별한 시장으로 간주되어 있지 않았던 분야를 온라인의 기술과 특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특성을 가진 시장으로 분명히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기존 숙박업계를 온라인을 통해서 고객과 연결해 주었던 부킹닷컴이나 아고다 같은 서비스보다, 특별한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던 개인의 집을 숙박시설로 다른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가능케 했던 Airbnb가 O2O의 모델로 더욱 적당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버 역시 개인의 자동차를 운송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발상에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입니다. 카카오가 택시로 갈 수 있었던 큰 이유 중에 하나는 택시 업계에 맹주라 불릴만한 업체가 없고, 개인사업자가 많은 택시 업체 특유의 시장 상황을 명확히 집어낸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고젝이 처음 진출했던 개인 오토바이 운송은 분명 오프라인에 존재했던 부분이지만, 강력한 마켓을 형성할 수 있었던 시장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위치기반 기술과 모바일 앱이라는 기술을 통해서 기존의 느슨했던 시장을 강력하고 거대한 시장으로 만든 사례입니다.
뻔히 눈에 보이는 시장은 벌써 기존의 여타 기업들이 오프라인적인 우세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시장입니다. 분명 존재하지만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시장, 새로운 기술로 더 단단한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분야가 분명 우리들 옆에는 많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고 개척할 때 여러분들에게는 성공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