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SNS #Kamitidaktakut
오늘 제가 사는 자카르타에는 안타까운 테러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뉴스로 많은 분들이 소식을 들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카르타에 대한 IS의 테러는 작년부터 예고되어 왔었고, 오늘 그 예고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도 이제까지와 다르게 가까운 곳에서 이런 일이 생기고, 제가 자주 가던 곳에서 테러가 일어나는 영상을 직접 목격하니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모든 가치 이전에 사람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며, 어떠한 이유에서도 이런 테러는 용납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 곳에서 오늘과 같은 테러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급박하게 전개되어 가는 테러 상황에서도 저는 계속 메신저와 SNS를 통해 테러의 소식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느꼈던 위급상황에서 SNS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간단히 한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이런 특별한 긴급 상황에서 가장 자세하고, 정확한 뉴스를 들을 수 있는 소스가 SNS입니다.
특히 페이스북보다는 단문 메시지 형식의 트위터가 좀 더 전파력도 높고, 빠르게 소식을 전하기에 유리한 면이 있었습니다.
10시 50분 경 최초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테러는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신저를 통해서 전파가 되었습니다. 11시가 조금 지났을때 현지 저희 직원이 제게 테러가 발생해서 폭탄이 터지고 총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다고 전해 주었습니다. 10분이 지나지 않아서 제 메신저에도 테러 관련 이야기들이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고, 언급된 사진은 트위터에서 나온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뉴스를 확인해도 실제 현지 뉴스 사이트나 외신에서 당장 확인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30분 정도 후에 현지 뉴스를 중심으로 속보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전파 속도로만 봤을 때는 메신저 - SNS - 외신과 현지신문 순으로 각종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느낀 것은 위급한 상황에서는 SNS보다는 메신저에서 훨씬 빠르고,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분들은 대부분 카카오톡을 사용하셨고, 현지분들은 Whatsapp을 주 메신저로 사용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메신저의 순기능은 빠른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으나, 역기능으로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계속 유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테러에서 가장 대표적인 유언비어는 '소총으로 무장한 차량과 오토바이를 탄 테러리스트들이 자카르타 시내 주요 도로에서 보행자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있다'는 루머였습니다. 꾸닝안 지역 등에 총격이 있었다는 소문 역시 많은 한국인 직장인들을 긴장시킬 수밖에 없었던 루머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뉴스 사이트의 뉴스 전파 형태에 대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가디언즈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 자카르타 테러에 관련한 페이지입니다.
시간별로 주요 뉴스를 업데이트하는데, 대부분의 뉴스가 SNS를 인용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제 기자가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있기에, SNS를 통한 제보를 통해서 뉴스를 구성하는 것으로 현장감 있는 뉴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한국의 뉴스 사이트의 구성을 봤을 때는 아직까지 외신과 현격한 차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포털에 제공하는 형태의 뉴스는 단신 형태가 될 수밖에 없기에, 자체적으로 즉각적이면서도 깊이가 있는 뉴스를 보여주는 외신에 비해 단면적인 뉴스만을 제공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지 뉴스의 경우에는 시체 사진이나 이런 부분을 모자이크 하지 않는 특징으로 인해서 실제 시체 사진이 직접 노출되기도 했고, SNS와 핸드폰 카메라 덕분에 폭파 당시의 동영상이 여러 개 유포되기도 했습니다. 폭파 이후 사람들이 모인 상태에서 테러리스트가 경찰에 총을 쏘는 장면이 정확히 사진에 잡히기도 해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기술적인 발달은 정보의 생성과 전달이 더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확산되는 역기능도 분명히 있었지만, 확실히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상황 이후에 이어질 수도 있는 긴급한 상황에서 더욱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SNS와 메신저를 제외하고는 이런 긴급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분명히 도래했습니다. 다만 긴급한 상황이기에, 확인되지 않는 루머에 대한 유포는 조금 더 스마트하게 걸러낼 수 있는 의식은 필요해 보입니다. 이럴 경우 뉴스와 SNS를 교차적으로 확인하면서 자기만의 정확한 정보를 잡아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 판단됩니다.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가끔 제 아침을 깨우는 문자들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지진이 크게 났다고 하는데 피해는 없니?" 와 같은 지인의 문자를 받은 경우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곳은 대부분 자카르타와 거리가 먼 곳이라, 여기에서는 미동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2시간의 시차가 발생하는 곳이 있는 나라입니다. 아무래도 지인이 외국에 나가 있는데, 그 나라에 대해서 작은 뉴스라도 안 좋은 뉴스가 들리면 걱정이 자연스럽게 되나 봅니다.
오늘 자카르타의 테러뉴스가 한국에는 오후 정도에 네이버 메인에 올라와서 그런지 다양한 메신저로 안부를 물으시는 지인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저도 인도네시아 10년 차,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가장 비극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실제 오늘 테러가 발생한 스타벅스는 바로 옆에 버거킹이 있는데, 몇 년 전에는 자카르타에서 버거킹이 거기 한 곳뿐이라 자주 가던 곳이었습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신 테러가 일어난 대로는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이면 차 없는 거리 행사를 하는 곳으로, 그와 같은 행사에서 이런 테러가 발생했다면 오늘보다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즉각적으로 제 메신저를 통해서 저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오후 정도에는 너무 많은 메신저가 와서 제가 안전하다는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서 걱정하시는 지인분들에게 제 소식을 알려 드렸습니다. SNS를 통해서 멀리 떨어진 지인과 가족, 친지의 소식을 확인할 수 있는 건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준 순기능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제가 이 글을 적게 된 가장 큰 이유인 부분입니다.
지난번 파리 테러 당시 온라인에서는 많은 캠페인이 일어났습니다. 해쉬태그로는 #PrayforParis 가 대표적이었고,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자신의 프로필 사진에 프랑스 국기를 합성해서 올려놓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세상의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테러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함께 힘이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었습니다.
지금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SNS에도 다양한 캠페인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단 해쉬태그의 경우에는 최초 테러 당시에는 #PrayforJakarta 가 장식을 하고 있다가, 지금은 #Kamitidaktakut으로 바뀌었습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WeAreNotAfraid입니다.
우리는 두렵지 않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인도네시아어만의 표현을 한 가지 이야기드린 다면, 우리가 영어로 가면 We지만, 인도네시아는 우리를 뜻하는 단어가 두개가 있습니다. Kita(청자를 포함한 우리) Kami(청자를 제외한 우리). Kami tidak takut은 테러를 행한 사람들에게 결연한 경고가 들리는 멋진 문구인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네티즌들은 파리의 경우를 따르지 않고 새로운 자신만의 태그를 만들어 널리 알리고 있고, 두렵지 않다는 것에 대한 인증 또한 줄을 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테러가 발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통령이 어떠한 보호장비 없이 테러 현장을 방문하는 모습으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먼저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SNS를 통해서 확산되고 있는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테러 현장 바로 옆에서 꿋꿋하게 꼬치구이인 사떼를 구워서 팔고 있는 상인의 모습으로, 우리는 테러가 발생했어도 결코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의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테러가 일어났던 스타벅스에서 인증샷을 올린다던지, 테러 현장에서의 상인들의 모습을 찍어 올리면서 테러를 겪어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모습을 세계 곳곳에 알리고 있습니다. 테러를 당해서 슬퍼하는 모습이 아닌 더욱더 당당하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우리는 절대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테러에 대처하는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의 수준을 보면서, 이제는 정말 인도네시아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ray for Paris 보다는 더욱 적극적이고 더욱 명확한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대처해 나가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냅니다. 테러의 위험속에서도 두려워 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설수 있다면 더 큰 위기에도 굳건히 맞설 수 있는 그들일꺼라는 확신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와중에 멋진 대응으로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찬사를 받은 기업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칼럼에서 자주 소개해 드렸던 고젝이라는 서비스입니다.
고젝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 참조하세요.
일단 이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고젝에게 관심이 몰리기 시작합니다.
폭탄 테러 피해자를 구해가는 고젝 운전수의 모습이 소개되었습니다.
여기서 그쳤다면 제가 고젝을 칭찬하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젝의 CEO 이름으로 테러가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래와 같은 내용이 발표됩니다.
대략적인 내용을 알려 드리면, 전 국민의 안전을 기원하며 오늘 자카르타 지역과 주위의 지역에 고젝을 통해서 사람이 움직일 경우 요금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거기에 고젝 운전수들에게 이 위기에 위험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주라는 메시지로 마무리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어려운 일이 생겨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부터 올리고 보는 대단한 항공사와는 상당히 비교가 되는 즉각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젝의 이 외에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적절한 마케팅 사례는 다음번 글에서 자세히 언급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오늘 테러로 인도네시아 전체의 스타벅스가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는 내용도 발표되었습니다
어려운 일을 겪어 보고 나면, 주위의 사람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지만, 저는 그 이후의 다양한 일들을 보면서 인도네시아는 미래가 밝은 나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움에 슬픔이 아닌 더욱더 당당한 모습으로 대처하는 인도네사아 분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오늘 불행한 일을 당하신 분들에게는 다시 한번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이곳에서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