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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Mar 04. 2024

죽지 않으려고 하는 생존운동

꼬진 몸으로 살아남기

이번엔 목감기. 침을 삼킬 때마다 부어오른 목구멍이 아프다. 긴급처방으로 따뜻한 물을 마시고 목구멍에 프로폴리스를 뿌리고 도라지청도 먹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든다. 제발 내일 아침에는 이대로 싹 가라앉기를 바라며.

아침이 되니 가라앉기는커녕 목소리도 쉬고 가래기침도 있고 영락없이 항생제처방을 받아야 될 모양이다.

이번엔 왜 또 아프게 되었나. 꼬박꼬박 가던 필라테스가 무리가 되었나. 바람맞으며 만보 걸은 날이 문제였나. 이건가 저건가 원인을 생각해 봤자 이 빠진 유리컵 같은 몸뚱이에 뭐든 무리가 아니었겠나 싶어 스스로에게 혀를 찬다. 어휴. 또야?




운동을 좋아한다. 가만히 앉아서 나뭇가지 새순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몸을 움직이며 땀을 내고 난 후의 개운함을 모르는바 아니다. 러닝, 수영, 등산, 요가, 필라테스, 줌바, 스피닝, 헬스 PT, 골프, 테니스 모두 발만 담가본 운동들이다. 워킹맘, 투병생활, 늦둥이 출산, 발목 부상, 손목 부상, 다채로운 이유로 꾸준히 한 운동이 없다. 그래도 사부작사부작 끊기지 않고 몸을 움직이고는 있다. 내 몸이 허락하는 정도에서 미미하게나마.

최근에 필라테스에 재미가 붙어서 이번에야말로 꾸준히 해서 휴직동안 나도 코어근육 길러봐야지 다짐했던 터다. 몇 년 정도 계속하다 보면 나중에 지도자코스도 도전해 봐야지 하고 자기 계발 중독자는 마음먹었더란다.

역시나 손목이 탈이 났다. 나는 특히나 손목이 얇아서 가끔 내 손목을 보며 닭발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번쩍번쩍 금팔찌를 해도 부티가 나지 않는 초등학생 같은 볼폼없는 뼈손목.

온몸의 체중을 버틸 코어근육이 없으니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갔을 테고 가뜩이나 노산으로 뼛골이 약해진 늙은 엄마의 손목은 버티지 못하고 숟가락질도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상위 1프로의 신체발달상황을 달리고 있는 12킬로의 둘째가 아직은 두 발로 서지 못해 씻길 때도 손목이 필요하고, 이유식 재료 다질 때도 손목이 필요한데 이대로 내 손목아지는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반 짜증반이다.

다행히 두 아들들은 팔다리만 얇은 어미의 허약함을 닮은 것 같지는 않다. 첫째도 둘째도 허벅지만 보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을 정도로 때글때글하니 단단하다. 딸이 없어서 나중에 늙어 서러울지 모르겠지만 딸이 없어서 한편으론 다행이기도 하다. 딸이 내 골골대는 체질을 닮았다면 키우는 내내 짠하고 미안했겠지. 이런 상념은 평생을 골골대는 딸을 둔 우리 부모님께 얼마나 불효를 하고 있는 것인지로 귀결되어 결국은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쓸데없는 생각의 가지를 거기서 쳐낸다. 건강 말고 다른 걱정을 끼치는 딸은 아니니까.


나의 골골거림이 정신력의 문제는 아닐까 늘 경계한다. 할 수 있는데 물러서는 것은 아닐까. 아플까 봐 지레 겁먹고 한 발짝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참고 조금만 더 해보자고 혼자서 채찍질도 해본다. 그리고 켜지는 꼬진 몸의 경고등. 삑! 발목 인대가 찢어짐. 삑! 몸살이 남. 삑! 암에 걸림. 삑! 손목부상. 삑! 삑! 삑!


아프고 싶지 않다. 증맬로. 튼튼하고 싶다.


골골댐의 원인을 따져보자. 생활습관이 잘 못되었거나, 먹는 음식이 잘못되었거나, 환경이 잘못되었거나,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뭐든 문제가 있으니 자꾸 아픈 게 아닐까.


생활습관

야식을 먹지 않는다. 배고프면 잠들 수 없는 남편과 달리 저녁부터 쫄쫄 굶어도 참고 잘 수 있다. 치맥이 아닌 이상에야(치맥을 참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다) 한밤의 맥주나 라면정도는 옆에서 먹고 있어도 대부분 잘 참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한 물 한잔을 꼭 마신다. 마른 입안을 헹궈내고 따뜻한 물이 쪼르륵 속으로 내려가는 느낌이 좋다.

몸이 찬 편이라 찬물설거지, 찬물샤워도 하지 않는다. 미지근한 물 샤워도 매우 싫어한다. 거의 뜨거운 물의 끝까지 수도꼭지를 돌려놓고 몸을 데우는 편.

산책을 좋아한다. 혹한이나 혹서를 빼고는 출근할 때도 점심 먹고 아이들과 운동장 한 바퀴라도 걷는다. 하루 총걸음수를 생각하면서 걷기도 하지만 바빠서 너무 안 걸었다 싶은 날엔 죄책감도 든다. 다행히도 내가 사는 곳은 어딜 가나 산책로가 매우 잘 되어있어서 걷는 내내 새삼 행복할 정도다.


먹는 음식

쓰고 있는 연재북인 주간집밥도 그렇지만 밀키트나 가공식품보다는 원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 먹는 편이다. 휴직을 해서라기보다는 바쁠 때는 좀 더 간단한 메뉴를 해 먹고 시간이 나면 손이 많이 가는 메뉴를 도전하고 정도의 차이. 내 주방의 콘셉트는 무엇이든 홈메이드. 유기농 재료를 찾아 사지는 않지만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는 편이고 아이도 남편도 나물이나 무침, 생선 같은 집밥메뉴를 맛이 없더라도 잘 먹어주어서 음식차림에 별 고민이 없다. 밀키트나 시판 양념도 써보지만 달기만 하고 임팩트가 없다. 그냥 집에서 하는 게 제일 낫다.

환경

새집증후군, 미세먼지, 지나친 플라스틱 사용, 코팅 프라이팬, 코팅 밥솥, 전자파 전기장판 등 모두 건강을 위해 꺼리는 것들이다. 스탠 프라이팬을 쓰거나 유리 반찬통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꾸고 미세먼지 같은 국가적 재난은 산책을 하지 않고 조심한다는 정도로 일반적으로 다들 하고 있는 것들이다. 딱히 환경 때문에 내가 골골댄다고 하기엔 나만 골골대는 것 같다.


스트레스

스트레스 없이 사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정도의 차이가 있겠고, 개인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의 차이도 있겠지만 휴직을 한 지금으로서는 큰 스트레스가 없다. 생계형 맞벌이였다가 휴직을 하니 가정경제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지만 내년에 복직을 할 거니 일 년 동안 경고등은 잠시 플러그를 뽑았다. 노산이라 임신 내내 걱정했던 둘째 아이도 너무나 건강하게 태어나 쑥쑥 잘 자란다. 이것만으로도 모든 스트레스를 묻어버릴 수 있다. 사실 내가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아이들이 안 아픈 것이 제일 큰 행복이자 감사이다. 바깥세상에서 얼마나 험한 일이 벌어지는지 상관없이 따뜻한 햇살이 드는 거실에서 국민문짝 붙잡고 잘 노는 둘째 아이를 바라보는 요즘 일상은 거의 행복에 가깝다.




왜 자꾸 아플까. 어디 무슨 습관을 고쳐야 지치지 않고 일상을 잘 영위할 수 있을까. 타고나길 허약한 체질이라는 한의사의 진단을 듣고 "아닌데? 나 엄청 건강한데?"를 크게 외칠 수는 없는 걸까. 역시나 제가 몸이 좀 꼬졌죠...... 라며 수긍하고 싶지 안 단말이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은 말한다. 골골 백세라고 네가 제일 오래 살 거야. 쑥이며 냉이며, 도라지며 인삼이며 쓴 것들을 그렇게 잘 먹고 챙겨 먹는데 결국 백 살까지 사는 건 너라고.

그래. 발목 아지, 손목아지가 내 운동의 앞길을 가로막아도, 몸살이 내 산책을 막는 날이 있어도 멈추지 말고 하고 있으면 되는 거겠지. 아프면 좀 쉬었다가 하더라도 그냥 하면 되겠지.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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