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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Mar 09. 2020

유가의 급격한 하락

재테크 전략으로 주식을 하시는 분이라면 오늘 일어난 일을 믿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코스피는 과연 사이드카가 발동할지 아닐지 지켜봐야 할 수준입니다. 


코스피가 급락한 이유는, 사실 코스피뿐 아니라 모든 지표가 하락한 이유는 표면적으론 국제 유가 선물지수가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유가 선물지수였습니다. 이미 선행지수인 선물지수의 하락이 드러나면서, 얼마나 주식 시장에 그 영향을 미치는지 주말 내내 주식투자자라면 고민했을 항목입니다.


오전 기준으로 코스피는 3.8% 하락하며, 현재 1,960선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의 결과는 이미 주말 동안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유가 선물 인버스에 투자하신 분들은 수익률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국제 유가라는 건 쉽게 말해 ‘기름’의 가격인데, 유가가 하락한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가장 간단하게 말해보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왜 그러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졌을까요?


일단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로 중국은 공장들을 가동 중지했었습니다. 공장이 돌아가기 위해선 기름이 필요하죠. 직접적으로는 기름을 원재료로 쓸 수 있고, 간접적으로는 공장이 돌아가는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데 쓰였을 수 있습니다. 공장이 안 돌아가니 기름이 예전보다 필요 없을 수 있겠지요.


두 번째로는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사람들이 여행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비행기가 예전보다 적게 뜨고, 기름의 수요가 적어졌습니다.


공급적인 측면에서  OPEC(원유 생산국 회의)이 원유 감산에 실패했습니다. 수요가 줄어도 공급이 줄면 가격의 하락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산 합의는 실패했는데 왜 그런지 Economist의 기사를 참조하겠습니다.


Source : Economist


2016년 이후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원유 생산이라는 차원에서 기이한 협력관계를 그동안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OPEC의 실질적 리더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창궐 이후 회원들에게 강력한 감산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3월 6일 OPEC 회의는 어떠한 결론 도출 없이 끝났습니다.


그 이후 사우디 아라비아는 경쟁국가인 러시아와 미국을 상대로 price war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글로벌 브랜트 유(주: Economist라서 브랜트 유 가격을 썼을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WTI 가격을 많이 벤치마크로 쓰기도 합니다.) 가격은 3월 6일 1배럴 당 $45에서 마감했지만 장을 다시 연 3월 9일 1배럴 당 $31로 하락했습니다. 이 30%의 하락이 주식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져왔습니다.


그동안 원유 수요 감소는 Global Finance Crisis가 있었던 2008, 2009년 두 번만 존재했습니다. 따라서 OPEC 회의에서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도 그 정도 효과가 있을지 논의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우디의 제안을 왜 러시아는 거절했을까요? 사우디와 러시아는 사실 냉전시절부터 에너지 분야에서 라이벌이었습니다. 또한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 사태에서 친이란파와 연관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또 한 번 더 서로 어색해졌습니다. 

왜냐면 사우디는 이란을 늘 견제하기 때문입니다. 이란 역시 어마어마한 유전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로 인해 아직 원유 강국으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동이 세계의 화약고인 이유는 결국 현대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원유, 에너지 패권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셰일가스의 폭발적 성장으로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변모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와 러시아는 이상한 동행을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에 러시아는 사우디의 제안에 합의를 했지만, 러시아 기업들이 그 조치를 따르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하루에 2.1백만 배럴을 감산하자는 내용이었는데, 이런 전략적 조치는 미국의 셰일가스 시장점유율을 더 늘여줄 뿐이라는 맹점이 있습니다. 미국은  OPEC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니까요. 그래서 셰일가스는 ‘셰일가스 혁명’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미국에 다시 한번 전방위적인 헤게모니를 가지게 할 수 있는 도구니까요.


사실 러시아도 OPEC 회원이 아닙니다. 그러니  OPEC의 리더인 사우디는 미국과 러시아에겐 협의해야 하는 것입니다. 러시아와 협상 실패가 끝나자 사우디는 공격적인 저가 정책을 펼쳤습니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본인만 생산량 감산하면 경쟁자들은 다 이득을 보니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저가 정책을 펼친 것입니다. 

특히 사우디는 러시아의 에너지를 쓰고 있는 북서부 유럽 국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유가 하락은 경제에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요인이긴 하지만 지금 전 세계가 pandemic 상황으로 갈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에서 얼마나 큰 상승 요인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가 일시적으로 갑자기 터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될만하면 시차를 두고 다른 나라에서 창궐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제 상황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유가가 이렇게 싸진다면 과연 전기차와 친환경 관련된 기업들은 다시 한번 기업실적이 좋아질 수 있을지 보는 것도 지켜보면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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