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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Jun 06. 2018

영어는 반복이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반복은 좋다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냐에 관해 말하는 책들은 정말 많다. 옛날에도 많았고 지금도 많다. 그 많은 책들이 시작 부분에 전제 비스무리 깔아놓는 얘기들이 있다. ‘영어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지극히 맞는 말이며 이 책에도 영어책 암송을 위한 반복이 좋은 방법이라 소개하고 있다. 뻔한 얘기를 어떻게 흥미롭게 써서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영어 공부방법 책들의 핵심이기도 하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읽어봄직 하다. 


 

책을 펼치게 되면 만나는 프롤로그가 처음부터 핵심을 찌르고 있다. 

‘영어를 잘 하면 인생이 잘 풀릴까?’ 

이 질문을 마주하고 나를 떠올려봤다. 과연 내 인생을 잘 풀렸을까? 영어 점수가 더 높아서, 아니면 영어 회화를 더 잘 해서 내가 이득본 것이 있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실 이득을 본 경우가 있었다. 크게 두 번의 경우였는데 두 번 모두 영어 면접을 잘 봐서 회사를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영어가 내 인생을 바꾼 건 아니지만 영어로 혜택을 본 건 맞으니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맞아 영어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라고 중얼 거렸다. 


 

인생에 도움을 주는 영어를 잘 할려면 눈으로 책을 읽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읽고, 입으로 말하고, 그 문장을 내 머리속의 단기기억 저장소에서 장기기억 저장소로 옮길 수 있게 반복을 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반문한다. 책을 어떻게 한 권 다 외우나? 한국말로 쓴 책도 외우기 힘든데 영어로 된 책을 다 외우나? 라고 말이다.  


 

비법은 책의 두께가 아닐까? 라고 자문자답한다. 이 책은 영어책을 외우라고 했지 두꺼운 영어책을 외우라고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어학연수 가기 전 이 책을 다 외우고 갔었다. 8월에 밴쿠버에 도착했으니 50일 전부터 아무 생각없이 외웠다. 하루에 한 문장씩 외웠으니 처음 일주일은 어려울 게 없었는데 20일 넘어가면서부터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분명 난 가벼운 마음으로 외우고 가야지 했는데 한 달이 넘어가니 앞에 외웠던 문장을 계속 떠올리면서 새로운 문장을 외우려고 하니까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걸렸었다. 기억력이 나빠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학연수 가는데 50문장 정도는 알고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겨우겨우 다 외우고 갔었다.  


 

밴쿠버로 간 어학연수 생활동안 저 50문장을 책에 나온대로 써본 적은 없었지만 그 문장 문장 내에 포함된 phrase나 clause를 내가 말하는 문장에서 써먹기 시작하면서 유용했었다. 실력은 절대로 선형 형태로 늘지 않는다. 어느 임계치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나의 공부 성과가 발현되지 않아서 왜 영어가 늘지 않을까 하는 자책을 하고는 했는데 그 때 그래도 하나의 책을 끝냈었지 라는 성취감으로 좌절감을 덜 수 있었다. 영어공부를 하면서 이런 좌절감을 자주 느끼는데 좌절감을 떨쳐내고 계속 즐겁게 공부를 하기 위해선 small project를 완수했다는 승리감을 가질 수 있게 아주 아주 얇은 책부터 외어나가기를 추천한다. 


 

책의 내용에 동의하는 중요한 점 하나는 영어는 자신감이라는 내용이다. 가수 요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현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영어를 쓰는 외국인 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면 영어를 한결 쉽게 느낄 수 있다. 


 

영어 공부를 하며 비교대상을 굳이 English Native Speaker로 잡을 필요는 전혀 없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미국인이 한국말을 한국 사람처럼 발음 못하고 글을 못 써서 스트레스 받는 거랑 같으니까. 특히 한국어는 언어학적으로 일본어와 함께 고립어에 속하기 때문에 유럽인들처럼 영어를 배우기도 불리하다. 그런데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처럼 하지 못한다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영어를 배우거나 공부하는 이유는 각자의 이유가 뚜렷하다. 재미있어서. 취업하는데 필요해서, 승진에 필요해서. 그렇게 나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거지, 명확한 목표 없이 무조건 영어를 잘 해야한다라는 강박감에서 시작한 영어는 실력도 늘기 어렵고 재미있기 어렵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과 영어를 할 때 내 말을 잘 이해 못하면 천천히 다시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해주면 된다. 미국 사람이 말하는 걸 듣는게 어려우면 천천히 다시 말해달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내용을 알기 쉽게 다시 설명할 것이다. 간단한 책을 다 외웠다고 마법처럼 외국 사람의 말이 들리기 시작하고, 나의 말을 외국 사람들이 바로 알아먹진 않는다.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외웠던 문장을 말하고 혹은 듣고, 영어에 대한 압박을 내려놓고 접근한다면 재미있는 영어의 세계를 접할 수 있다. 



다르게 생각하는 점

영어 조기교육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라고 얘기를 하셨는데 예전엔 나도 이 책과 같은 생각이었다. 모국어를 더 잘하고 나서 외국어를 해야지 그렇지 않는다면 사고의 도구인 언어가 더 세밀하고 정련되는데 어려움을 주지 않을까 하곤 생각하고는 했었다.  


 

최근 TEDK-MOOC에서 들은 강의 내용에 따르면 Bilingual이 있고 외국어 학습자가 있다. 외국어 학습자는 자신의 모국어로 하나의 사고체계를 형성한 후 새로운 외국어를 받아들이는 것과,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각기 다른 외국어를 쓰는 부모가 있는 환경에서 자라면서 자신의 뇌에 두 가지의 언어 체계를 모두 가진 사람들은 다르다는 것이다. 


 

Bilingual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후천적으로 배우다 보면 새로 배우는 외국어의 단어를 나의 모국어에 나도 모르게 대응하게 되고, 만약 정확히 대응하는 개념이 없다면 그 차이를 인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하지만 Bilingual이라면 내 머릿속에는 두 개의 언어 인벤토리가 장착되어 있는 것이니 더욱 풍성하고 정밀하게 다른 언어들을 쓸 수 있으니 더 좋다고 생각한다. 


Bilingual이 되는 건 지금까지는 부모의 모국어가 다르다던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가능한데 위에 언급된 유튜브에서는 한 가지 언어를 쓰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기들을 Bilingual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실험하는 내용이 유튜브에 나오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TED 영상을 보시는 것도 추천 드린다.


이 책을 읽으시면 좋은 분들

이 책은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영어에 관심이 많으나 최근 공부를 쉬고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좀 더 좋지 않을까 하는데 왜냐면 이 책은 일단 영어책 한 권을 외우라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 공부에 최근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이 영어책 한 권을 읽으라고 하면 심리적 허들을 넘기기가 수월하지 않다. 어느 정도 쉬었다가 다시 한 번 영어공부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서 동기 부여도 되고 실질적으로 실력을 늘일 수 있는 조언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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