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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Oct 07. 2018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말하기란?

좋은 발음이 솔루션인가?

TED를 들여다보는 중 재미있는 동영상을 찾았다.


일단 이 동영상의 주제는 어떻게 Native Speaker처럼 말하는 것인가 이다.

 

강연의 연사인 Marc Green은 동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영어와 독일어를 구사하는 natural-born bilingual이다. 아버지는 미국인, 어머니는 독일인.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2가지 언어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라면서 두 가지의 언어를 본인의 모국어로 습득할 수 있었다. 외국어 습득이 아닌 진정한 bilingual이 되는 건 생후 2~3세까지 이중 언어 환경에 노출이 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강연자는 외국어 구사 능력에 대해서 그 만의 방식으로 4가지를 구분했다. 

Basic Fluency / Fluency / Mastery / Native-Speaker-like


 Basic Fluency는 기본적인 단어와 문장을 이용해서 간단한 문장을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흔히 말하는 여행용 회화 수준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어학연수를 간 초급 능력의 학생이 1~3개월 정도 공부를 한 수준이라고 하면 무방하지 않을까.


두 번째 레벨인 Fluency는 그 외국어로 생각을 할 수 있는 단계라고 한다. 머릿속에서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을 영어로 전환하는 과정 없이 바로 머리에서 영어 단어를 떠올리고, 그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이 강연에서는 Fluent 레벨이 되면 무의식 속에 그 언어가 박히게 되어 오랜 시간 동안 그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다시 접했을 때 금방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어학연수를 갔다고 했을 때, 6개월에서 2년 정도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플루언트의 레벨을 광범위하게 잡고 있다. 사실 플루언트한 정도만 되면 생활하는데 그리고 비즈니스를 어느 정도 하는 데는 문제없을 것이다. 물론 외국기업과 기업 인수 협상이라던지, 학회에 가서 자신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아주 깊은 대화를 오랜 시간 동안 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강연자도 그런 레벨은 Mastery라고 별도로 지정했다. 


세 번째는 Mastery 레벨이라고 강연 저자는 설명하는데, Fluency 레벨에서 발전한 단계로 해당 외국어로 전문 지식을 사용하는 단계로 설명한다. 내 생각에 이 레벨까지 도달하는 건 지식의 창출을 해당 외국어로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지식의 습득 및 전달까지는 플루언트 레벨에서도 가능하겠지만, 지식을 나의 모국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로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단계가 마스터리 레벨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연 중후반에 다시 나오는데 Fluency 레벨과 Mastery 레벨의 차이는 전문 지식의 습득 및 사용을 외국어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강연자는 보고 있는 듯하다. Fluency레벨에서 Mastery 레벨을 거치지 않고 바로 Native Speaker-like 레벨로 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모든 네이티브 스피커가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 하면서….


Fluency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름길은 없다고 한다. 이 말에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인데, 언어는 정말 반복에서 완성된다. 했던 것의 반복, 새로운 것을 계속 찾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의 반복. 이 두 가지의 반복이 없으면 영어 등 새로운 언어를 유창한 수준으로 배울 수 없다.

 

그래서 이 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리며,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예전 레벨로 회귀하고는 한다. 마치 나의 테니스 실력처럼. 또한 Fluency 레벨에서 Mastery 레벨로 가는 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면서 굳이 Mastery 레벨로 가지 않고 바로 Native Speaker-like 레벨로 가는 방법 혹은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는 발음(Pronouncation),  두 번째는 일상 대화(Colloquialism), 세 번째는 문화적 특징(Cultural Trait)이다. 


모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강연자는 3가지 중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발음이었다. 만약 당신의 발음이 네이티브 스피커와 거의 유사한다면 그 네이티브 스피커는 당신을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당신을 대하는 방식 등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얘기한다. 


How you sound with the accent decides how native speakers treat you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외국에서 대화를 혹은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해보면 내가 영어를 잘하긴 하지만 그래도 원어민과 다른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이런 장벽을 넘으면 발음 개선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Marc Green의 생각이다.


발음을 개선하기 위해서 그가 제안한 방법은 Perfect Sentence라는 방법이다.

 - 먼저 원어민을 찾는다(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 하나의 문장을 랜덤으로 선택해서 읽는다

 - 원어민에게 많은 엑센트, 약간 엑센트, 엑센트 없음(원어민처럼 발음함) 3개의 레벨에서 하나 골라달라고 한다.

 - 그리고 원어민이 그 문장을 발음한다

 - 다시 그 문장을 말한다.

 - 원어민이 재평가하고, 엑센트 없음이 나올 때까지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두 번째로 어려운 단계이다)


이렇게 하면 발음이 엄청나게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발음 개선에 가장 중요한 것은 원어민의 피드백이다. 원어민의 제대로 된 피드백 없이 발음을 개선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저 방법에서 원어민만 잘 찾는다면 좋은 방법인데 한국에서 영어 원어민과 친구 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니…. 

아님 튜터링으로 돈을 줘야 하는데 생각보다 튜터링은 비싸다. 화상영어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래도 실제 대면으로 만나서 혀의 위치, 턱의 위치 등 이런 디테일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어야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이링구얼이 된다면 무엇이 좋을까?

마크에 의하면 우리는 두 가지의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어 실력이 많이 좋아지게 되면 느낄 수 있는데 영어를 하는 나와 한국어를 하난 나는 혹시 다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크는 그렇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실제 다른 언어를 사용했을 때 문제 접근 방법도 달라지게 된다. 


유럽어족이 아닌 한국어와 영어에 바이링구얼인 사람이라면 각자의 언어를 사용할 때 확실히 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계에 따르면 외국어를 배우거나 사용하게 되면 치매도 늦게 찾아온다고 한다. 개의 짖음을 흉내 낼 수 있는 고양이가 치매나 병에 늦게 걸린다고도 한다.


이 TED 동영상에서 궁금증 중 하나는 Fluency이고, 어디까지가 Mastery이고, 어디까지가 Native Speaker-like 일까? 하는 질문이 들었다. 사실 언어의 유창성을 정량적으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토익 스피킹이나 다른 스피킹 시험들이 레벨로 구별해서 평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토플처럼 스피킹 점수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시험도 있기는 하다. 


매년 토플에 응시하는 전 세계의 학생들의 영어 스피킹 답변을 데이터베이스화 했다면 ETS가 평가하는 스피킹 점수는 꽤 정확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든다. ETS에서 국가별 지원자들의 스피킹 특징들을 정리해서 알려주거나 관련한 논문을 내준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동영상 초반에 보면 3개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손을 들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4개를 할 수 있는 사람, 5개를 할 수 있는 사람까지 여러 명이 손을 들고 있다. 역시 유럽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나라도 영어와 가까운 언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하나의 외국어를 높은 수준으로 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준다. 위에 언급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만드는(?) 경험도 해볼 수 있고. 


유튜브에서 해당 동영상의 댓글 중에는 강연의 내용에 공감한다는 댓글도 많지만 다른 시각의 댓글도 다수의 동의를 받고 있다. 댓글의 내용은 ‘나는 영어로 의사소통만 clear 하게 한다면 내가 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 굳이 내가 발음을 개선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펼칠 필요가 없다는 논지이다. 


정확히 Marc Green이 말하는 바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동영상의 말미에서 Marc는 내 강연의 takeaway는 발음을 개선하는 것이 how to talk like a native speaker라는 과제의 베스트 솔루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까. 결국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말을 하면서 얻는 혜택을 위해서는 발음을 고치는데 주력하고, 기능적으로 영어나 다른 언어를 쓰고 만족한다면 굳이 발음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 댓글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 질문을 나에게 한다면 발음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언어 공부를 하는 재미를 뺏길 필요도 없고, 영어 발음이 좋은 것만으로 영어 잘하는 것의 척도를 삼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영어 발음이 좋아도 영어 듣기라던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휘의 범위가 작을 수도 있고.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발음도 중요하고 어휘도 지속적으로 확장을 해야 한다. 기능적으로 언어를 쓰는 것에 잘못된 점이 하나 없지만 발음을 개선하고 어휘의 범위를 늘려가며 네이티브 스피커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 언어 문화권의 몰랐던 점을 찾아내는 새로운 재미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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