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 팀에 있는 얼마 안되는 친한 동료가 회사를 떠난다고 했다.
회사에서 내 옆에 앉아 있다고 뒷 자리에 앉아있다고 그 사람이 내 동료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메신저에서 보이지 않게 되면 나의 회사 생활이 얼마나 적막해질까 생각이 들게하는 사람, 상사에게 깨지는 모습을 보게 되면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라고 말 건네주고 싶은 사람.
점심 먹고 자리로 바로 돌아가기 싫을 때, ‘한 바퀴 도시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는 걸 보면 허전해진다.
회사 생활이라는게 결국 돈벌러 모이긴 한 거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게 꼭 내가 저 자리로 올라가야지, 저 사람보다 빨리 승진해야지 이런 생각만 하고 오는 곳도 아니고,
와서 죽어라 엑셀이나 장표만 만들다 가는 곳도 아니지 않는가.
밥먹다가 실없는 얘기도 하고, 야근하다 지치면 편의점 가서 커피나 핫식스 사와서 같이 돌려 마시고, 윗사람 뒷담화 하고 그러면서 아 이 사람도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 들면서 서로 일하면서 동료라고 부를만한 사람 하나 하나 겨우 만들어가고 그러는 거 아닌가.
이젠 동료가 생기는 속도보다 동료가 떠나는 속도가 더 빠른 시기에 들어온 거 같다.
다들 자신의 건강을 위해, 본인의 꿈을 위해, 가족을 위해 하나 둘씩 떠나간다.
남겨진 나도 곧 새로운 시작을 위해 언제 떠나야 정확한 시기인지 그것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그 동료가 떠나면서 어쩌면 나의 계획보다 더 빨리 회사를 떠나가야 하는게 아닐까 야근 후 집에가는 택시에서 내가 잘하는 게 있나? 좋아하고 하고싶어하는 건 있는 거 같은데 잘하는게 있을까 생각했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하고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그 친구들은 약간 어이없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 나이에 하고싶은 일이라는 게 있어?’ 라는 표정으로 쳐다본 녀석도 있고, ‘역시 너는 이상주의자구나’라는 표정으로 봤던 녀석도 있었다.
MBTI라는 심리 테스트를 받았을 때 이상적이라던지, 통찰력이 있다던지 이런 형용사들이 나를 설명하는 문구로 자주 나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의 표정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나의 질문은 다른 친구의 간단한 대답으로 정리되었다. ‘그런게 어딨어. 먹고 살아야 하니 그냥 하는 거지’ 라는 대답에 다른 친구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었다.
일이라는 것에 의미를 둔다는 건 어떤 것일까 고민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기여한다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일하면서 좌절도 하고, 좌절을 이겨내고 성취도 하고, 높은 단계로 성장을 한다면 그만큼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를 출근하는 게 기다려질거 같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잘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회사생활 동안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는게 기다려진 적이 몇년? 몇달 며칠인지 잘 모르겠다. 정말 내 발이 나를 끌고가서 내 자리에 나를 앉혀논 경우가 많았다.
머리가 움직이지 말라고 아무리 명령해도 소용이 없었다. 발은 그냥 정해진 시간에 자기가 해야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왜 가기가 싫었을까? 왜냐면 가서 해야하는 일들이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아니었다. 그러면 내가 잘하는 일들이었을까? 그렇지도 않다.
나는 당시 인정받고 싶어했다. 인정 받았으면 아마 야근까지 별 불만없이 묵묵히 했을 것이다. 관리역량이 우수한 혹은 영악한 관리자들은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잘 알아서 약발이 떨어지지 않게 ‘누구씨는 잘 하는 거 같애, 누구씨가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모르핀을 놔주지만 나의 팀장은 그러지 않았다.
일을 분담하거나 작성방향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할 뿐 필요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덕분에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는 이곳을 탈출할 수 있게 적절한 어시스트를 해줬다.
좋아하는 것은 뭐고 잘하는 것은 뭐지 라는 생각을 퇴사 고민하면서 많이 했다. 뭔가를 쓰는 걸 좋아한다. 글 쓰면서 스스로 치유하는 느낌도 받고, 키보드위로 손가락이 움직여서 글자가 옆으로 늘어나는 걸 보면 아 내가 저 하얀 거 위에 뭔가를 만들고 있구나 그 느낌이 들어서 글쓰기를 좋아한다.
두번째로 엑셀로 복잡한 모델링은 만드는 건 자뻑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한다. 회사에서 엑셀 모델이 필요해서 만들라고 요청하지만 그걸 만들면서 ‘이것봐 역시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라고 혼자 잘난 척 할 수 있기 때문에 엑셀로 모델링은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았을까.
신입사원때 내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전략, 재무 쪽의 형님들이 했었던 일을 나도 할 수 있다는 만족감으로 이 일을 좋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좋아하는 일들은 남들보다 잘한다고는 할 수 없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천지에 널렸을 거고, 나보다 엑셀 모델을 잘 만드는 사람 역시 회계사까지 가지 않아도 회사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넌 이걸 잘해라고 말해준 게 있을까? 찾아보니 있기는 하다. 나는 영어를 잘 한다고 사람들이 얘기해준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이게 아닐까한다. 잘한다는 건 내 능력의 탁월성을 드러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봐준다는 것.
이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영어를 잘 하니 뭐가 문제냐 라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었다. 특히 고등학교 친구들은 자기는 영어만 잘하면 회사에서 승진도 잘할 수 있고 주재원도 나갈 수 있고 좋은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는데 그게 없어서 아쉽다라고 말하고는 했었다.
그렇다면 이 잘하는 걸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그 답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