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이유

by 채과장

퇴사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생각한 건 어느 해 10월 정도였다.

팀 회식이 끝나고 택시를 기다리던 와중, 팀장이 이렇게 말했다.


“너한테 맞는 자리로 보내줄려고 지금 알아보고 있어”


돌려서 좋게 말한 거지 실제로는 ‘너랑 일하고 싶지 않아’ 라는 뜻이다.

그 날 이 말을 들었을 때 좀 상처 받았다. 7-8개월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업무 분장도 제대로 받고 신뢰가 쌓아갔거니 생각했는데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 사이즈가 있는 회사에서 이런 상황이 되면 두 가지 길이 있다. 내가 옮길 팀을 알아서 찾던가 아니면 이직을 하던가. 40 근처의 과장 중간급 정도되면 둘 다 쉽지 않다. 흔히 말하는 ‘엉덩이가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그 날 이후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몇 군데 봤지만 합격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내부에서 옮겨가기로 합의가 되어있던 팀으로도 발령이 나지 않았다. 양 측 팀장은 다 합의를 했지만 옮겨가는 팀의 임원이 보류 중이기 때문이다. 좀 알아보니 껄끄러웠던 다른 팀장에 그 임원에게 뭐라고 계속 하는 것 같았다.


이직도 안 되고, 팀 이동도 안 되니 답답했다. 그러다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퇴사였다.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확실히 떠오르는 것 없었다. 장사를 해야하나 생각도 들었지만 선뜻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렇다면 뭘해야 할까?


이 생각에 한동안 묻혀 있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답을 평생 못 찾을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답이 아니라 변화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바로 퇴사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퇴사라는 마지막 카드를 쓰고나서 찾아오는 우쭐함은 있겠지만 알량한 퇴직금이 사라지면 결국 내가 왜 그랬을까 탓하는 나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 1년 동안 최대한 돈을 모으자. Cash를 1년 동안 차근차근 모으면서 정말 제대로 퇴사를 준비해보자 라고 결심했다. 물론 1년 동안 돈을 모으면서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내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건 퇴사이니 1년 동안 잘 준비해보자. 이렇게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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