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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헤부부 Feb 25. 2021

육아휴직 신청서와 복직 신청서 사이에는

무엇으로 채워졌는가.

6개월간의 육아휴직이 내일이면 마친다.

"그동안 고생했다." 라는 의미인지 뜻밖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장모님이 집에 오신다고하여 비밀리에 육아휴직을 했던 나는 낮에 4-5시간 정도의 시간을 카페에서 빈둥거릴수 있는 시간을 선물로 받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육아휴직 신청서과 복직 신청서 사이에는 무엇이 있었나. 
그 회백색공간에 나는 무엇을 채워넣고 싶었고, 무엇을 채워넣었나.

1. 아이들과의 소중한 시간

첫째 아이의 3살. 둘째 아이의 1살. 그 시간을 집에서 함께 즐기고 부대끼고 누릴수 있었다. 책도 많이 읽어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할수있었다. 직장에 다시 돌아가게되면 회사에서 있는 동안 줄수 없는 나의 시간들을 아이들에게 줄수 있었다.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니었을까.


2. 정신적인 충전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회사 업무에 대해 고민하는 영역이 내인생에 크게 차지한다. 막혀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 마감까지 어떻게 해야하지. 그런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민들을 내려놓고 온전히 가정에 집중할수 있었다. 그리고 육아를 하며 남는 조금의 자투리 시간에는 게임에 중독되는 시간도 있었지만 책도 읽고 사색도 하면서 정신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4년간 회사가 몰아가는 방향으로 나도 떠밀려 가던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남은 회사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보낼수 있을지 준비하고 나 자신을 다듬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돌아가서 잘할거란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두렵고 떨린다. 긴장된다. 그러나 견고하게 갈려진 도끼가 되어 내 앞에 있는 나무를 이전보다 더 날카롭게 내리찍을 기대를 해보게된다.


3. 경제적 부수익에 대한 관점

구글 애드센스나 쇼핑몰이나 쿠팡파트너스, 주식 등을 잘 공부하거나 잘 준비해서 고정수입 외에 엄청 막대한 부수익을 벌어들이는 수단을 발견할수 있을줄 알았다. 그러나 헛된 기대였다. ㅎㅎ 역시나 돈은 공짜로 벌리는게 아니었다.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고, 잠을줄여가면서 엄청 쏟아부어도 눈에 띌만큼 원하는게 들어오는 거솓 아니다. 물론 계속 노력하고 발굴하면 마침내 성과를 이룰수 있을것 같긴한데.. 육아를 하면서 그런 시간투자를 한다는 것은 굉장한 노력이 드는 일임을 꺠달았다. 여전히 그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긴하다. 그래도 6개월간 집에 있으면서 느낀건 회사를 안다니고 이런저런 일들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엄청난 수익을 벌일수 있는 것들을 찾으룻 있는건 아니라는 점.. 돈벌기 쉽지 않다는 점. 내가 가진 달란트로 가장 고효율로 인정받을수 있는 곳이 원래 내 직장이라는점.. 등등.. ㅎㅎ 조금은 슬픈 꺠달음..


4. 글쓰기 중독자

싸이월드 시대에는 2-3문단으로 끝나는 짧은 감성글이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긴글을 읽는데 부담을 느끼며 읽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나도 짧고 함축적이고 촌철살인의 문구를 많이 고민하고 불필요한 어구를 많이 삭제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글을 길게 쓰려고 한다. 300페이지 짜리 책을 3문장으로 요약하기는 쉬워도 3문장을 300페이지로 벌려놓는것은 어렵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실제로 글을 길게 쓰는 것도 능력이다. 쓸데없는 말을 반복하라는건 아니다. 긴글을 통해 전할수 있는 것들이 많다. 실제로 왠만한 책을 내려면 A4로 200-300페이지는 채워야 한권의 책이 만들어 질수 있다. 그래서 작가를 희망한다면, 나만의 책을 만들어보길 희망한다면, 짧은 글보다는 긴글을 써보길 추천한다. 실제로 육아휴직동안 뭐했냐.. 했을떄 그럴듯한 결과물이라 하면 브런치에서 브런치북을 출판했던 일이 아닐까. 2달정도를 꼬박 준비하여 출판했던 브런치북이다. 관련 링크는 아래 참조. 물론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에서 최종 선정되지는 않아서 그냥 나만의 만족으로 머무르게된 책이지만 언젠간 퇴고와 수정과 보완을 거쳐 나만의 독립서적으로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북을 출간하고나서는 나만의 데일리 저널을 쓰는 습관이 생겼다. 매일 일상을 기록하고, 일상의 생각을 기록하고, 드는 생각들을 정리한다. 그렇게 무작정 쓰는 것이다. 처음에는 A4 2장 분량의 글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글의 퀄리티는 중요하지 않다. 처음엔 양이 중요하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훈련이 되면 특정 주제에 대해 글을 써보기도 하고 그걸 엮어 책으로도 출간할수 있는 것이겠지. 복직해서도 기록의 습관을 놓치고 싶지 않다. 어찌보면 앞으로 나의 주된 직업은 기록자가 되는 것이고 부업이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다.


** 나의 브런치북 - 과고라고라 (https://brunch.co.kr/brunchbook/sci-school)


5. 요리실력 상승

나의 요리실력은 대학교 4학년 시절, 동아리 자취방에 살면서 조금 늘었고.. 중국에서 1년반 생활하면서 두번쨰 늘었다. 그 뒤로 딱히 요리 실력이 늘 여유가 없었다. 결혼을 해서도 양가에서 보내주는 반조리된 냉동식품을 데워먹는데 급급했다. 그런데 집에 있으면서 앞으로 복직하게 되면 독박육아를 하는 아내를 위해 무언가 요리를 준비해야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잡채를 배우고, 생선조림을 배우고, 소고기무국을 아주 자주 끓이고, 미역국과 된장국은 기본이며, 가끔 별미로 짜장과 카레도 만들어 먹는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세번째 나의 요리 실력 상승시기였다. 특별히 우리 가족구성원들에게 특화된 요리들을 많이 배울수 있었다. 이제 복직하고나면 실전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가족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출근하고 돌아와서 심신이 지친 아내를 잘 달래줄수 있을까. 


=


복직하고나면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것들을 진짜 펼쳐야하는 시간이다. 

진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육아부모님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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