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는 그 ‘의미’와 ‘기능’을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 특히, 명사가 가지고 있는 문법적 ‘기능’의 핵심은 ‘셀 수 있는지 여부’이다. ······
다수의 한국 사람들에게 명사의 기능에 관한 설명은 매우 낯설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어의 ‘명사’는 영어의 ‘Noun’에 비해 그 기능이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복수의 영어 명사를 모두 복수의 한국어 명사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I bought two books yesterday.’라는 영어 문장을 ‘나는 어제 책 두 권들을 구매했습니다.’라고 번역해 보자. 복수를 표현하는 한국어 의존명사 ‘들’을 사용하니 매우 어색한 문장이 되었다. 오히려 ‘나는 어제 책 두 권을 구매했습니다.’가 좀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왜 그럴까? 영어 ‘Book’과 달리 한국어 ‘책’은 사실상 단수와 복수의 개념을 모두 품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어 문장 ‘나는 어제 책 두 권을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를 영어로 번역해 보자. ‘I borrowed two book from the library.’라고 하면 어떨까? 이것은 문법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문장이다. 좀더 거칠게 표현하면 틀린 문장이다. 왜냐하면 한국어 ‘책’과 달리 영어 ‘Book’은 그 기능상 단수와 복수가 명확하게 구별되는 ‘셀 수 있는 명사’이기 때문이다. 언어 기능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하자면, 한국어 ‘명사’의 경우 ‘셀 수 있는지 여부’라는 기능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언어 기능의 분화라는 측면에서 설명하자면, 한국어 ‘명사’는 단수와 복수로 정확하게 분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어와 영어가 가지는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이다.”
이상혁, 『Dr. LEE의 똑똑영어: 똑바로 이해하고 똑바로 실천하는 영어 공부』 (연암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