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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 Hyuk Choi Apr 13. 2020

당신이 호주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_7

지구 상에서 가장 위험한 조류를 만나다.

[여행 6일 차] 괴조와의 만남

호주 여행 6일째, 케언즈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목적지로 떠나는 날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에서 체크 아웃하고 출발 준비를 했다.

케언즈 여정은 현지에 살고 있는 후배 덕분에 튼실하게 채워졌다. 후배는 여기에 더해 다음 목적지인 타운즈빌까지 차량으로 이동을 돕고 하루 동안 여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케언즈에서의 5일,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동생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특별한 시간이었다. 언젠가 케언즈에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고 후배의 차에 올라 새로운 여행지를 향해 출발했다.

지도상으로 보면 짧은 거리(붉은 원안쪽) 같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거리와 맞먹는다.
케언즈에서 타운스빌로 가는 고속도로 전경

목적지인 타운즈빌은 케언즈에서 약 350km 떨어진 곳으로(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약 380km) 도시를 건설한 영국 출신 사업가 로버트 타운스의 이름을 따서 ‘타운즈빌’이라고 명명하였다.

로버트 타운스

오늘 머물 숙소는 타운즈빌에서 페리를 타고 20여분 가량 들어가야 하는 휴양지 ‘마그네틱 아일랜드(Magnetic Island)’다. 제한된 시간(20일) 동안 호주의 동, 서부 주요 도시를 방문할 예정이라 타운즈빌에서는 이틀만 머물러야 했기에 그중 하루는 마그네틱 아일랜드, 나머지 하루는 타운즈빌에 머물 예정이다.  타운즈빌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마치 지평선을 향해 달리듯 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었고, 마치 이대로 달려가면 새파란 하늘 속으로 빠져들 것 같았다.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도로 주변에 안내판(화식조가 출몰하니 과속하지 말라는)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바로 이 지역이 화식조(Cassowary)의 출몰 지역이라는 것이었다.

누군가 안내판에 장난쳤다.

화식조는 파란색 머리, 붉은 벼슬 그리고 검은 몸이 특징인 대형 조류(타조, 에뮤 다음으로 큰 새로 최대 1.8m~2m까지 성장한다.)로 파푸아 뉴기니와 호주에만 서식한다. 화식조는 온순한 성격이지만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공격을 받거나, 위협을 느낄 경우 단검(12.5cm)과 같이 생긴 세 개의 발톱으로 공격을 하는데, 그 공격이 빠르고 치명적이어서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안에 있는 화식조

실제로 지난 2019년 4월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즈빌에 있는 농장에서 화식조 한 쌍을 기르던 75세 남성이 이 중 한 마리에게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위험한 동물이지만 왠지 모르게 녀석을 직접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밀려왔다.(귀신의 집에 찾아가는 심리랄까...)

화식조는 빠른 속도로 뛰어와 몸의 무게를 실어 공격을 한다.

후배에게 화식조를 직접 보고 싶다고 말하자 후배는 이미 수 차례 이 길을 다녔지만 ‘화식조를 목격한 적이 없다.’며 출몰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큰 기대 없이 도로 양 옆에 수목이 우거진 도로를 지나고 있는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바로 야생 화식조가 도로를 건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차를 세워 화식조의 움직임을 숨죽여 관찰했다. 도로를 건너 숲 속으로 사라지기까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화식조가 모습을 감추기 직전 날카로운 발톱을 들어내는 순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나무 사이로 사리지는 화식조의 날카로운 발톱을 포착할 수 있었다. (사진 중앙 하단)

화식조를 직접 목격했다는 기쁜 마음으로 한 시간 반 정도 차를 몰아 미션 비치(Mission Beach)에 도착해서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었다.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스카이 다이빙을 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 착지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며 하늘을 보니 스카이 다이빙을 마친 사람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미션 비치는 스카이 다이빙의 착지 지점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2018년 스카이 다이빙을 하다 사망 사고가 발생하여 정부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한동안 금지시켰다.)

점심 식사 후, 마그네틱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서둘러 타운즈빌로 향했다.

미션 비치 전경


케언즈에서 다섯 시간을 차로 이동해 타운즈빌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마그네틱 아일랜드행 페리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페리에 추가 비용(승용차 대당 약 AUD 120)을 지불하자 차량을 싣고 섬에 진입할 수 있었다. 마침 주말을 맞이해 관광객들과 차량이 페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배는 파도를 가르며 섬을 향해 나아갔다. 약 20여분 후, 우리는 마그네틱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참고로 마그네틱 아일랜드는 일 년 중 300일 이상 비가 내리지 않고 온화한 기후로 퀸즐랜드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양지다.

마그네틱 아일랜드행 페리에서 바라본 타운스빌 선착장

후배의 차를 타고 미리 예약해 놓은 마그네틱 아일랜드 YHA를 찾아갔다. 숙소 홍보 문구에서 ‘야생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숙소에 도착해 외양을 살피니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 쥐라기 공원의 어딘가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숙소는 앙증맞은 크기의 오두막집인데 큰 창문이 입구 양 옆에 뚫려 있어(다행히 방충망은 설치되어 있었다.) 대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때마침 해가 지면서 붉은 노을이 하늘에 드리워지자 운치가 한껏 더해졌다.

작고 귀여웠던 숙소 모습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위해 마그네틱 아일랜드의 식당이 모여있는 아카디아(Arcadia)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의 푸드 코트처럼 다양한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고 식사용 테이블들이 중앙에 놓여있었다.

후배와 난 슈니첼(독일식 돈가스)과 피시 앤 칩스 그리고 맥주를 주문해서 식사를 했다.

허기진 상황에서 너무나 맛있게 식사를 했다.

오랜 이동 후 허기진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니 산해 진미가 부럽지 않았다.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리는 귀여운 동물 친구가 우리 테이블 옆을 지나치고 있었다.

녀석의 이름은 부시 스톤 도요새(Bush Stone-curlews)인데, 몸통은 얼룩무늬 색이었고 쭉 뻗은 다리는 몸통 길이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부시 스톤 도요새들은 식당 주변을 돌아다니다 음식물이 떨어지면 부리나케 달려들어 이를 집어서 달아났다.

부시 스톤 도요새는 사람들 사이를 자유롭게 걸어다녔다.
빛보다 빠른 부시 스톤 도요새들의 먹이 탈취법(?)

후배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음 날 둘러볼 여행지의 진입로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빠듯한 일정 상 새벽부터 마그네틱 아일랜드를 탐험해야 했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고자 했으나,  숙소 주변에서 들려오는 야생 동물들의 울음소리에 쉽게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그래서 케언즈에서 구입한 망고 와인을 후배와 나누어 마시고 다시 잠을 청했다. 잠이 들려는 순간 이번에는 문 앞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확인 차 문을 열고 숙소 밖으로 나가니 숙소 바로 앞에 왈라비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눈 앞에서 왈라비를 목격하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사진기를 들고 왈라비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 사진을 찍었다. 녀석은 인기척을 느꼈지만 도망가지 않고 계속 풀을 뜯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자 녀석은 그제야 자리를 떴다. 야생 동물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행복한 순간이었다.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던 왈라비

공동 샤워장에서 몸을 씻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동물 울음소리가 들렸다. 큰 기대 없이 나무로 다가가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 환호성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주머니 다람쥐(Possum)가 나무 위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주머니 다람쥐는 나무 위에서 한동안 나를 응시했다.(누가 관찰자이고 관찰 대상인지 모호한 상황이었다.)

서로를 응시했던 주머니 다람쥐와 나

녀석도 내가 신기한지 자리를 뜨지 않기에 숙소로 가서 사진기를 가지고 와서 사진을 찍었다. 야간에 밝게 빛나는 주머니 다람쥐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내일 새벽 여정을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마그네틱 아일랜드에 도착해서 만난 귀여운 동물 친구들 덕분에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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