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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 Hyuk Choi Mar 30. 2020

당신이 호주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_5

천국의 아름다움을 지닌 피츠로이 아일랜드에 가다

[여행 4일 차] 또 하나의 천국 피츠로이 아일랜드

호주 여행 네 번째 날이 밝았다. 오늘도 역시 전날과 같이 리프 프리트 터미널로 향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리프 프리트 터미널은 케언즈 ‘해양 투어의 메카’로 모든 투어가 이 곳에서 출발하게 된다. 여행 4일 차 목적지는 피츠로이 아일랜드(Fitzroy Island)로 케언즈에서 크루즈로 약 30분 거리(약 30km)에 위치하고 있다.

 

피츠로이 아일랜드 약도

피츠로이 아일랜드로 향하는 크루즈는 빠른 속도로 파도를 해쳐 나갔다.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기 위해 선상(2층)에 앉았는데, 선체가 파도에 부딪쳐 만들어진 물보라가 선상으로 들이쳐 온 몸이 다 젖었다. 크루즈의 속도감과 차가운 물보라를 직접 맞으니 마치 4D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크루즈를 탄 것인지 롤러 코스터를 탄 것인지 헷갈렸다.

30분간의 항해를 마치고 섬에 도착했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선착장은 마침 ‘웰컴 베이’(Welcome Bay)에 위치하고 있었다. 섬에 도착하는 사람들을 반기는 주민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선착장을 지나 해변으로 나갔다. 그리고 펼쳐진 전경에 입이 딱 벌어졌다. 그 첫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천국에 온 것 같다.’였다.

푸른빛을 띤 바다와 하늘은 경계선이 모호했고 해변은 순백의 모래(나중에 알고 보니 모래가 아니었다.)가 펼쳐져 있었다. 거기에 더해 섬의 내륙 지역은 초록빛 수목이 우거져 있어 파란색, 하얀색, 푸른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저 섬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피츠로이 아일랜드 전경, 눈에 보이는 전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


누드 비치가 아니고 누디 비치

피츠로이 아일랜드에서는 카약, 스노클링, 제트 보트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아쉬웠던 건 당일 치기 일정이라 오후 4시 30분 돌아가는 배를 타야 했기에 액티비티를 포기하고 대신 섬을 트레킹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선착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섬을 탐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그는 “선착장을 기준으로 섬의 오른쪽 지역부터 둘러보고 돌아와 왼쪽에 위치한 산에 오르면 된다.”라고 답했다. 그의 말에 따라 바로 트레킹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해변이 모래가 아닌 죽은 산호로 이뤄졌다는 거였다.

산호 잔해물로 이루어진 선착장 주변 해안가

전날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투어에서 산호초가 고사(백화 현상)하는 걸 목격했는데, 바로 그 잔해가 파도에 밀려 섬에 쌓여서 지금과 같은 산호 해변이 만들어진 것이다. 난생 처음   산호로 이뤄진 해변을 보게 되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해변을 지나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누디 비치(Nudey Beach)가 위치한 섬의 동쪽(선착장 기준 오른쪽)을 탐방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섬의 안쪽 오르막 길에 위치한 시크릿 가든이었다. 커다란 바위와 열대 나무들의 모습이 이틀 전 찾았던 모스맨 고지의 축소판을 보는 듯했다. 주변을 둘러보고 바로 다음 목적지인 누디 비치로 향했다. 처음에는 누디 비치가 누드(Nude) 비치인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진입했는데, 상상하던 상황이 아니라서 스펠을 자세히 보니 누디(Nudey) 비치였다. (절대로 아쉬워하지 않았다.)

누드 비치가 아니라 누디였다.

누디 비치는 스노클링이 유명한 장소여서 짧은 시간이지만 스노클링을 즐겼다. 한국에서 산호와 크라운 피시(Clown Fish,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니모로 알려진 열대어)를 수족관이 아닌 실제 바다에서 보게 되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스노클링 때 만난 크라운 피쉬, 한국 이름 흰동가리

스노클링을 마치고 행복감에 취해 있을 때, 호주 여행을 허락해준 와이프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녀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그것은 바로 주변 지형, 지물과 어우러진 산호초 메시지였다. 다양한 모양의 산호초를 모아 글귀와 하트를 만들고 이를 촬영해서 와이프에게 전했다.

참고로 산호초는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한글의 자음, 모음 형태는 물론이고 사람의 표정이 담긴 드한 것도 있었다. 메시지 전달을 끝으로 섬의 동쪽 트레킹을 마쳤다. 이어서 섬의 서쪽으로 향했다.

'뭥미'와 '헉' 표정이 나타난 산호석


피츠로이 아일랜에 가면 재미있는 글귀를 만들어 보기 바란다.

정상 정복, 기록 작성에 실패하다.

섬의 중앙에 위치한 리조트를 지나 서쪽 트레킹을 시작했다. 서쪽 투어의 핵심은 269m에 달하는 산의 정상(Island Summit)에 오르는 것인데, 리조트 매니저의 도발(?)이 나를 자극했다. 그는 “얼마 전, 한 관광객이 산의 정상에 25분 만에 도착했다.”라고 이야기하며 나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참고로 걸어서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다.) 평소 등산을 즐겨해서 기록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꼭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그저 최선을 다해 뛰어 보기로 했다.

앵무새와 나의 동상이몽

긴장된 마음으로 등산로 입구에 이르자 황볏 앵무새(Sulphur crested white cockatoo) 무리가 나를 반겨 주었다. 볏을 세우고 소리를 내며 반갑게 맞아 주는 모습에 힘이 솟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위협을 느꼈을 때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타이머를 누르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가 완만한 숲 길을 지나 오르막 길에 들어서자 특이한 형태의 암석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탑 모양 암석, 사과를 반으로 쪼갠 듯한 모양의 암석 등 마치 등산로에 누군가가 조각을 해 놓은 것 같았다.

뛰는 듯 빠른 걸음으로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데, 나비 떼가 날아와 내 주변에서 춤을 추었다. 산행으로 힘겨운 타이밍에 힘을 돋아 주었다. 참고로 피츠로이 아일랜드는 8월부터 엄청난 수의 나비 떼가 출몰하여 장관을 이룬다.

산을 오를 때 벗이 되어 준 나비들 중 한 마리

30여분을 뛰어 산의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 산에 올랐는데도 20분 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기록 작성에 실패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정상에 올라 바라본 피츠로이 섬의 아름다운 전경은 ‘아쉬움’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천천히 하산 길에 올랐다.

산 정상에서 바라다 본 풍경

산행을 마치고 섬의 왼쪽 끝에 위치한 등대로 향했다. 등대로 가는 길 주변에는 이스트 섬의 석상을 닮은 거대한 바위들이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홀로 길을 걷고 있었지만 석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았다.

산책로 주변에 석상과 같은 거대한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한참을 걸어 등대에 도착했다. 등대에서 리틀 피츠로이(Little Fitzroy Island)라 불리는 조그만 섬을 관찰하고 돌아오는 길에 위치한 거북이 재활 센터에 방문했다. 센터 소속 가이드는 거북이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해파리)로 오인해서 먹거나, 그물에 걸려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 바다거북의 폐사 요인 중 60% 이상이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호의 고사를 목격한데 이어 거북이의 피해에 대해 듣게 되니 일회용품 사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소하지만 나부터 일회용품, 플라스틱 제품 등의 사용을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재활 센터의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수조에서 치료 중인 바다 거북이들을 만나 보고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되었다. 급박하게 여정을 소화하느라 식사를 하지 못한 상황이라 섬 내 유일한 식당 폭시스(Foxy’s)로 향했다.


(3시 이후에는 식사 주문을 마감한다.) 그리고 또 한 번 ‘앵거스 햄버거’를 주문했다. (음식 하나에 꽂히면 계속 먹는 편이다.) 산행을 마친 직후라 허기가 져서 햄버거를 삼키듯 먹어 치웠고 음료도 거푸 두 병을 마셨다. 이후에도 허기가 가라앉지 않아 추가로 햄버거와 맥주를 주문했다.



1일 1 앵거스 버거 실천 중

바다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자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해변을 여유롭게 거닐었다. 파도가 산호 해변에 부딪쳐 청명하고 맑은 소리를 만들었다. 피츠로이 아일랜드가 하루 종일 고생한 나에게 감미로운 선율을 선물해 주는 것 같았다. 여유롭게 해변 산책을 마치자 케언즈로 돌아가는 크루즈가 선착장에 도착해 있었다. 천국처럼 아름다운 피츠로이 아일랜드에서의 여정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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