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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 Hyuk Choi Mar 16. 2020

당신이 호주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_3

제2화 _  호주에도 포장마차가 있다! 없다?

[여행 2일 차]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으로 유명해진 포트 더글라스(Port Douglas)

호주 여행 2일 차 아침이 밝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케언즈에 살고 있는 동생을 만났다.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동생은 이번 여정의 ‘특급 도우미’를 자처하며 휴가를 낸 것이다.

후배의 차를 타고 제일 먼저 들린 곳은 탄산 커피(커피에 탄산을 녹인 음료)를 파는 시핑 덕(Sipping Duck)이라는 카페였다. 이 카페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차량 정비소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카페 안에 들어서자 중년의 여주인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카페 안은 직접 그린 미술품들이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추천해 준 탄산 커피를 주문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커피를 받고 있는 아주머니께 “한국에서 온 여행작가인데 여행 책자에 소개해도 괜찮겠냐고?” 묻자 흔쾌히 탄산 커피가 나오는 탭을 잡고 포즈를 취해 주셨다.

친절한시핑 덕 주인 아주머니( 표지 사진 참조)

사진 촬영 후, 탄산 커피를 들고 노천 좌석에 앉아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10년을 훌쩍 넘겨 만난 동생이었지만 바로 어제까지 함께 있었던 것 같은 친근함을 느꼈다. 그것은 아마도 1999년 시작된 녀석과의 추억 때문이었으리라,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차에 올라 클린턴 대통령이 휴가지로 유명해진 포트 더글라스로 향했다.

 

포트 더글라스로 향하는 도로 옆에 사탕수수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동생의 말에 의하면 호주 정부는 미래 에너지 확보를 위해 사탕수수 재배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지원 방식은 간단했다. 정부가 땅주인들에게 대지를 빌려 사탕수수를 재배한다. 그리고 이 사탕수수에서 액을 추출하여 미래 에너지의 원재료로 비축하고 있다고 한다.(옥수수 추출물로 석유를 대체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 석유 에너지가 고갈된 후를 준비하는 호주 정부의 노력이 놀라웠다.

광활한 사탕수수밭 이미지

사탕수수밭을 지나 포트 더글라스로 향하는 길에 전경이 아름다운 팜코브(Palm cove) 해변이 있어 차를 주차하고 경치를 즐겼다. 해변에서 바라보면 봉긋하게 솟은 섬이 자리하고 있는데, 중국 자본이 섬을 매입하여 현재 리조트를 건설 중이었다.

팜코브 전경 이미지

팜코브를 거쳐 포트 더글라스에 도착했다. 포트 더글라스는 호주 퀸즈랜드 주에 위치한 인구가 만명도 안 되는 작은 휴양 도시다. 2,600km 이상 산호가 펼쳐진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의 관문으로 전 세계 부호들이 요트를 정박하고, 휴가를 보내면서 고급 휴양지로 탈바꿈하였다. 특히 이 곳은 몇 년 전, 클린턴(전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차에서 내리자 파랗던 하늘은 금세 두터운 구름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마침 포트 더글라스에서 유명한 아일리쉬 펍이 문을 열어 비를 피해 들어갔다.

후배의 말에 따르면 패디스 아일리쉬 펍 앤 그릴(Paddy’s Irish Pub & Grill)이라는 식당은 이 지역의 식당 부호(우리나라로 치면 백종원 씨 같은 분) Paddy 씨의 식당 중 하나라고 했다. Paddy 씨는 포트 더글라스 외에 케언즈 시내에도 다양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러 개의 맛집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거부임에도 후줄근한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식당에 출몰해 그 자체가 시선을 끈다고 한다.

색다른 풍미가 느껴졌던 고등어 피시앤침스

식당 사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피시 앤 칩스와 맥주가 나왔다. 패디스 피시 앤 칩스는 지금까지 먹어왔던 그것과 달랐다. 대부분의 피시 앤 칩스가 헤이크(Hake:대구과 생선)를 재료로 한다면 이 식당의 피시 앤 칩스는 고등어를 재료로 사용했다. 알고 보니 커언즈 주변에 고등어 어획량이 많아 피시 앤 칩스 재료도 고등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쫄깃한 고등어 피시 앤 칩스와 맥주를 마시며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니 색다른 운치가 느껴졌다. 분위기와 맥주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중에 비가 그쳤다. 방금 전까지 두껍게 드리워졌던 구름은 사라지고 맑게 개인 하늘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아픈 역사를 지닌 모스맨 협곡(Mossman Gorge) 트레킹

싱그러운 햇살을 받으며 다음 목적지인 모스만 협곡(Mossman Gorge)으로 향했다. 모스만 협곡은 서울 크기의 15배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으로 케언즈에서 약 80km 떨어져 있다. 이 곳은 오래전부터 호주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살던 지역이었다.

금광 개발 전문가 윌리엄 한

그러나 1872년 이 지역을 찾은 월리엄 한(William Hann)이 금을 발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월리엄 한은 퀀즈랜드 주정부의 허가를 받고 요크 반도를 탐사하던 중, 모스만 협곡에서 이어진 파머 강 부근에서 금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4개월 만에 금광 채굴을 위해 쿡타운(Cooktown)이라는 광산 마을이 건설된다. 삽시간에 광부 및 공무원 등 약 3,000명이 조용한 마을에 들이닥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1876년, 인근 지역인 호킨스 강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거주민은 급격하게 늘어 약 12,000명에 이르게 된다. 이때 금을 비롯한 광물을 운송하기 위해 포트 더글라스가 만들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 지역의 금광이 개발됨에 따라 수 천 년간 산속에 살던 원주민(쿠쿠야란 지족, Ku ku yalanji)과 외지인들이 충돌하게 된다. 양측 충돌은 10여 년에 걸쳐 상호 간의 보복 살인 형태로 이어졌고 결국 호주 정부가 개입하여 원주민들을 무력으로 제압하면서 일단락된다. 금과 다이아몬드(보석)가 외지인들에게는 희망의 씨앗이었다면, 원주민들에게는 불행의 씨앗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과거 피로 얼룩진 분쟁의 장소가 지금은 원주민들의 역사와 삶을 보존하는 공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공원 입구에서 티켓을 구입해 입장하니 트레킹 코스로 이동하는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약 10여 분간 이동하자 트레킹 코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폭우가 내린 이후라 짙은 안개가 산속 구석구석을 메우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드리워진 숲의 모습은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트레킹 코스 입구 쪽에는 익살스럽게 생긴(붉은 얼굴에 대머리) 브러시 칠면조(Brush Turkey)가 관광객들을 맞이하듯 서 있었다. 녀석은 마치 산책로를 안내하듯이 우리 앞을 앞질러 트렉킹 코스로 달려가다가 이내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웃긴 외모의 브러시 칠면조

후배와 트랙킹을 시작해서 30여 분 후, 첫 번째 도착 지점인 모스만 강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가 내린 직후라 강물의 흐름은 성난 황소가 내달리는 것처럼 거셌다. 주변 바위에 올라 거센 물살을 감상하며, 120여 년 전 이 곳에서 치열하게 싸웠을 원주민들과 외지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서로의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을 그들은 이 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한동안 물살을 감상하다 숲으로 진입했다. 숲과 이어진 길에서 제일 처음 렉스 크리프 다리(Rex Creep Bridge)를 건넜다. 1985년 최초 건립되었던 렉스 크리프 다리는 안전을 위해 2010년 다시 지어졌는데, 자연보호를 위해 모든 건설 자재를 인부들이 직접 들고 와서 건설했다고 한다. 자연환경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호주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모스만강으로 흐르는 계곡물

트레킹 코스를 걷다 보니 만잘 딤비(Manjal Dimbi)라 불리는 산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가이드 투어가 진행되고 있어 만잘 딤비에 위치한 거대한 암석에 얽힌 전설을 들을 수 있었다.

먼 옛날 쿠쿠야란 지족의 생활 터전인 이 곳에 워럼부(Wurrumbu)라는 거대한 악마가 나타나 원주민들을 괴롭혔다. 워럼부의 악행이 계속되던 어느 날, 커비리(Kubirri)라는 거인이 나타나 워럼브(악마)와 혈투를 벌인다. 결국 커비리가 승리하지만 악마를 영원히 봉인하기 위해 그를 품에 안고 함께 거대한 암석이 된다.

만잘 딤비에 얽힌 전설

이 지역에 얽힌 전설에 대해 듣고 다시 트레킹을 시작했다. 데인트리 지역(Daintree Region)에 들어서자 지금까지 보아왔던 식물군과는 다른 특이한 형태의 수목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거대한 ‘교살자 무화과나무(Strangler fig tree)’였다. 나무의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 나무는 성장하면서 주변의 식물, 바위 등 모든 물체를 감싸 옥죄고 부숴버린다. 이 나무의 악명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예가 바로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유적인데, 나무가 유적에 뿌리를 내리고 몸통과 가지가 성장하면서 유적지를 감싸 부숴버린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무를 제거하다 보면 유적도 함께 무너져 내리는 경우가 많아 성장 완화제로 파괴 속도를 늦추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거대한 교살자 무화과 나무

호주에서 만난 ‘교살자 무화과나무’는 앙코르와트의 일족처럼 유적을 부수지는 않았지만 거대하고 특이한 외양은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 ‘교살자 무화과나무’는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각각의 나무는 이름을 붙여 주어도 될 만큼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제크와 콩나무’에 나오는 거대 콩나무를 연상시키는 나무, 회오리 치는 듯한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있는 나무 등 다양한 형태의 나무, 나무 밑 둥이 사람의 코 모양을 닮은 나무 등.

다양한 형태의 나무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무화과 나무 군락
사람 코모양을 닮은 나무에 입맞춤 하기

다양한 형태의 무화과나무를 관찰하다 보니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유구한 세월 속에 만들어진 숲을 거닐다 보니 새삼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일정을 위해 발길을 돌려 케언즈로 돌아왔다.


호주에도 포장마차가 있다! 없다?

케언즈로 돌아오는 길에 후배가 선상 포장마차에서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호주에서 포장마차라니… 그 존재만으로도 매력적이어서 꼭 가겠노라고 마음먹었다. 숙소에 들러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쯤 후배가 차를 몰고 왔다.

선상 포장마차는 어제 들렀던 라군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상호는 ‘프라운 스타’(Prawn Star)였다. 저녁 6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프라운 스타는 선창에 두 대의 요트를 정박해 놓고 그 위에서 술과 해산물(튀김과 찜)을 파는 선상 식당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보고 주문할 요리를 정했다. 메뉴에는 고가의 크레이 피시(Crayfish), 머드크랩(Mud Crab)은 물론 상대적으로 저렴한 타이거 새우(Tiger Shrimp) 등이 있었다.

선상 포장마차 이미지

십 여분을 기다리자 자리가 났다. 우리는 메뉴 중에서 타이거 새우(AUD 35, 약 20,000원)를 주문했다.

우리가 주문한 타이거 새우

선상 포차 안쪽에는 커다란 라운드 테이블(12~15인용)과 두 개의 사각 테이블(8~10인용, 4인용)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라운드 테이블에 앉아 처음 보는 10여 명의 사람들과 테이블을 나누어 쓰게 되었다. 테이블에는 중국인 가족 관광객과 아시아계 커플(국적 확인 불가), 호주인 커플 등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다양한 해산물을 주문해 왁자지껄하게 식사 시간을 즐겼고, 중국인 커플은 특별한 날이었는지 메뉴 중 최고가인 크레이 피시(AUD 70, 약 63,000원)와 샴페인을 마시고 있었다. 한국의 포장마차에서 느낄 수 있는 정감 어린 분위기를 호주에서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커다란 테이블에서 함께 음주를 즐기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포장마차와 비슷하다.

후배와 함께 통통한 새우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며 대학 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보았다. 탄산 커피를 마시며 청량하게 시작했던 하루는 클린턴 대통령이 골프를 즐겼던 포트 더글라스를 거쳐, 비극적인 역사를 간직한 숲을 지나 정감 어린 선상 포차에서 마무리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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