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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 Hyuk Choi Mar 23. 2020

당신이 호주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_4

세계 최대 산호 지대,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 가다

[여행 3일 차] 나폴레옹 피시와의 조우

호주 여정 3일째, 오늘과 내일은 케언즈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숙소였던 YHA 카운터에서 다양한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여정은 바로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투어였다.

그레이트 베리어리프 투어를 시작점인 리프 프리트 터미널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오스트리아 퀸즐랜드(State of Queensland) 주 북동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이다. 산호초 지대의 면적은 20만 7,000㎢ 으로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의 면적(22㎢)과 맞먹을 만큼 광활하다. 오늘 투어는 배를 타고 그레이트 리프 산호초 지대로 나가 그 주변에서 액티비티를 즐기고 수상 생물을 관찰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리프 프리트 터미널(Reef Fleet Terminal)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배에 올랐다. 터미널에는 다양한 여행사가 상주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취향에 맞는 여행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이용한 투어는 리프 매직(Reef Magic)이라는 상품으로 2015년 호주 관광청에서 주최하는 어워드에서 은상을 받은 회사였다.

우리가 탔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크루즈

산호초 지대로 가기 위해 대형 쾌속정에 몸을 실었다. 선내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크루들이 관광객들에게 안전 교육을 진행했다. 마침 한국인 크루도 있어 투어에 대한 설명을 듣고 투어 옵션을 선택했다.

산호초 투어에서 스노클링, 반잠수함 투어, 유리 바닥 보트 투어는 기본이고 스킨 스쿠버와 헬멧 다이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헬멧 다이빙을 선택했다.) 투어 총비용은 AUD 215(약 193,500원)인데, 여기에 추가 비용을 내면 10분 동안 헬기를 타고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주변을 관광할 수 있다. (AUD 179, 약 160,000원)

선상에서 크루즈의 속도감을 느끼기 위해 실외 좌석에 앉았다. 파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배가 빠른 속도로 파도를 지치고 달리다 보니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을 달려 일행은 무어 리프(Moore Reef)라는 산호초 지대에 다다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쾌속정이 도착한 곳에 대형의 선착장(우주에 우주 정거장이 있다면 이 곳은 산호초 정거장이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이 마련되어 있어 이 구조물 주변에서 모든 액티비티가 이루어지게 된다.

선착장에 도착해 잠수복으로 갈아 입고 스노클링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잠수복을 빨리 갈아입었는데, 그 덕분에 ‘인생 사진’을 건지는 행운을 갖게 된다. 당시 상황은 아래와 같다.

나의 경우 이미 다른 여행에서 스노클링을 여러 차례 경험해서 주저 없이 잠수복을 갈아 입고 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산호초와 열대어를 감상했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산호 모습

이때 크루 중 한 명이 바닷속에서 전문가용 수중카메라로 나의 모습을 촬영했고(스노클링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USB에 담아 판매한다.) 그때 거대하고, 익살스럽게 생긴 나폴레옹 피시가 내 앞에 나타나 모델 역할을 해주었다. 스노클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크루에게 기초부터 배우고 준비하는 동안 나는 나폴레옹 피시와의 단 둘이 수중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 다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나폴레옹 피시 주변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나폴레옹 피시 설득(?) 중 (Photo by Magic Reef)

나폴레옹 피시와 ‘인생 사진’을 찍고 나서 산호초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반잠수정 투어(Semi-submarine Tour)에 참여했다. 배의 바닥 부분을 잠수정처럼 개조해서 바닷속에 위치한 산호초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참 산호초를 감상하고 있는데 희귀종인 푸른 바다 거북이 잠수정 옆을 헤엄쳐 갔다. 배의 크루는 푸른 바다거북을 보기 쉽지 않은데 운이 좋은 날이라고 이야기했다.

다양한 액티비티(헬기 관람, 잠수정 탑승 등)를 즐길 수 있다.

이후 선상에 차려진 뷔페로 점심 식사를 했다. 평범한 메뉴였지만 스노클링으로 허기진 상황이라 산해진미가 따로 없었다. 오후 일정을 위해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국적불명의 음식 그러나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선택 액티비티인 헬멧 다이빙(Helmet Diving)에 참여했다. 선택 액티비티 중에서 가장 손쉬운 것으로 커다란 헬멧을 쓰고 물속을 거닐며 열대어를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헬멧을 쓰고 물속으로 잠수하자 사진을 함께 찍었던 나폴레옹 피시가 주변에 다가와 이번에도 사진을 찍었다. 나폴레옹 피시는 크루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서 이미 투어 프로그램에 대해 꿰차고 있는 듯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100% 공감 가는 순간이었다.

헬멧 다이빙을 마치고 주변 물고기들에게 먹이 주는 시간(Feeding Time)이 되었다. 크루들이 먹이를 흩어 뿌리자 크고 작은 열대어들이 물 밖으로 뛰어올라 먹이를 낚아챘다. 먹이를 던지는 방향과 양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군무를 연상케 했다.

먹이를 주고 나서 마지막 프로그램인 ‘유리 바닥 보트 투어’(Glass Bottom Boat)에 참여했다. 이 투어는 바닥이 유리로 된 배를 타고 산호초와 그 주변 생물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인데, 반잠수정 투어와 유사하지만 보다 넓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바다 생물을 감상할 수 있는 특징이 있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주요 포인트에 멈춰서 바다 생태계에 대한 설명을 해 준다는 것이다. 투어가 시작되고 파란 산호와 회색 산화가 혼재해 있는 지역에 들어섰다. 선장님은 배를 멈추고 두 산호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살아 있는 산호는 파란 형광색을 띠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회색으로 변해 고사(백화현상)하고 있어요. 지난 2016년 지속적인 엘니뇨 현상으로 이 지역의 1/3에 해당하는 산호가 폐사하여 회색으로 변했어요. 머지않은 미래에 아름다운 산호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살아있는 산호초의 개체 수가 많지 않았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음을 확인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선장님의 설명을 듣고 투어를 통해 확인해 보니 파란색 산호는 극히 일부였고 고사한 산호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전 세계 기후 변화가 산호의 생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하니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투어를 마치고 케언즈 항에 도착하자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케언즈 항구 전체를 붉게 물들인 석양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조명보다 아름다운 빛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여정을 마무리할 때 비추어 주는 석양은 여행자의 행복감을 폭발시키는 다이너마이트와 같다. 붉은 석양이 사그라질 때까지 하늘을 관찰했다.

※ 나폴레옹 피시 : 몸길이는 일반적으로 약 1m이며, 최대 2.3m, 180kg까지 자라기도 한다. 성숙한 개체는 머리에 혹이 튀어나와 있는데, 이것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모자와 닮아 보여서 '나폴레옹 피시'로도 불린다. 수명은 30~50년으로 어류 중에서는 장수 어종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생후 5~7년이 지나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암컷은 성전환을 통해 수컷이 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호주의 ‘한우’ 앵거스를 맛보다  

항구에서 덩그러니 앉아 시간을 보내다 저녁 식사를 위해 눈여겨보아 두었던 수제 햄버거 집 지미스(Jimmy’s)로 향했다. 이틀 동안 케언즈 주변을 돌아다녀 보니 시내가 크지 않아 웬만한 장소는 걸어서 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항구에서 천천히 걸어 20분 후에 지미스에 도착했다.

어제 여행을 함께 했던 후배가 햄버거 집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2016년 문을 연 지미스는 호주 토종소인 앵거스(Angus)를 사용한 수제 햄버거와 직접 만든 맥주가 유명한 곳이다.

앵거스 버거

식사로 지미스 클래식(Jimmys Classic Burger)을 주문했다. 사이드로 양파 튀김을 주문했는데 그 바삭함과 달콤한 맛은 역대급 양파 튀김이었다. 수제 햄버거에 맥주를 마시며 후배에게 오늘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다 보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내친김에 2차를 가기로 마음먹고 동생에게 색다른 분위기에서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동생이 추천한 식당은 퓨전앳바 앤 타파스(Fusion at Bar & Tapas)였다. 이 식당은 갤러리 안에 와인 바(Bar)가 자리하고 있는 형태는 미술에 관심이 많은 내게 있어 최고의 장소였다. 여기에 더해 타파스라는 음식에 대한 좋은 추억(예전에 스페인 여행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동생의 추천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담당 매니저가 추천한 포핸드 바로사(Four Hands Barossa, 2017 Shiraz)라는 와인을 마시며 동생의 호주 생활에 대해 들어 보았다.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녀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셰프가 되었는지 호주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등 그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보따리를 하나, 둘 풀었다. 힘겨운 타국 생활이었지만 잘 이겨낸 후배가 대견스러웠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 닫을 시간이 다가왔지만 문 닫는 시간을 신경 쓰지 말라는 매니저의 배려 덕분에 동생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세계 최대의 산호 지역을 거쳐 나의 ‘취향 저격’ 식사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만큼 행복한 하루였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떠나게 될 피츠로이(Fitzroy Island) 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스르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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