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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 Hyuk Choi Apr 07. 2020

당신이 호주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_6

아바타의 배경이 된 바론 계곡 국립공원에 가다.

[여행 5일 차] 자연을 사랑하는 호주 사람들

호주 여행 5일째, 오늘의 목적지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바론 계곡 국립공원(Barron Gorge National Park)이다. 이 곳은 영화 ‘아바타’ 배경의 모티브가 된 장소로 유명하다.

마음 같아서는 며칠 동안 국립공원에 머물며 트레킹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여유 시간이 많지 않아 케이블카로 이동하며 열대 우림을 감상하고 이후 정상에 위치한 고산 도시, 쿠란다(Kuranda)를 방문하기로 마음먹어다.

숙소에서 차를 타고 약 20여 분만에 열대 우림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에는 회사명인 스카이 레일(Skyrail)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바론 계곡 국립공원 입구

스카이 레일은 7.5Km에 걸쳐 만들어진 케이블카인데 레드픽 스테이션, 바론 펄스 스테이션, 쿠란다 터미널 총 3개의 정차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 정차 지역에는 트레킹 코스, 사진 촬영 포인트 등 즐길 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왕복 티켓을 구입해서 각 스테이션을 돌아보고 쿠란다 터미널에서 돌아오는 스카이 레일을 이용하는데, 나의 경우 케언즈에 살고 있는 동생이 쿠란다에서 차를 가지고 기다릴 예정이라 편도 티켓만 끊었다. (참고로 편도 AUD 51, 왕복 AUD 77) 티켓 구매에 또 하나의 옵션이 있는데 AUD 15를 추가하면 바닥이 강화 유리로 만들어져 열대 우림을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다. (Diamond View Boarding이라는 상품이다.) 실감 나는 관람을 위해 다이아몬드 뷰 보딩 상품을 이용했다.

스카이 레일 티켓과 안내 책자

케언즈 스카이 레일이 유명한 건 장대한 케이블 웨이의 ‘규모감’, 희귀한 열대 수목의 군락을 감상할 수 있는 ‘희소성’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스카이 레일을 건설한 호주인들의 자연에 대한 ‘사랑’이다.

일반적인 케이블카 공사는 기간 단축 및 예산 절감을 위해 숲에 건설용 길을 내서 기둥을 설치하는 방식인데, 케언즈의 스카이 레일은 열대우림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둥 하나하나 헬기로 옮기고 기술자들이 직접 우림을 해치고 들어가 설치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결과 스카이 레일을 완성하는 데만 7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자연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케언즈의 스카이 레일은 여느 케이블 카와 달리 자연 속에 녹아든 모습을 하고 있다.

참고로 바닥에 강화 유리가 설치된 프리미엄 케이블 카는 6대에 한 대씩 운행하고 있어 차례를 기다려야만 했다. 5분 정도 기다린 후, 케이블 카에 올랐다. ‘나무가 다 나무지’라는 생각으로 별 기대 없이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강화 유리로 바닥을 만든 다이아몬드 뷰 보딩 케이블카

케이블카 앞으로는 광활한 열대우림이 펼쳐져 있고 뒤로는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가 위치한 바다가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케언즈 전경 (하단 이미지에서 보이는 지평선이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지역이다.)

넋을 잃고 케언즈의 전경을 감상하다 보니 첫 번째 도착지인 레드픽 스테이션(Red Peak Station)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레드픽 스테이션은 나무 위에 마천루처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거대한 열대 수목의 윗부분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었다. 산책 중에 특이한 외형의 카우리(Kauri)라는 나무를 목격하게 되었다. 최대 50m 넘게 성장을 하는 이 나무의 특이점은 껍질이 살아있는 생물의 피부를 연상하게 했다는 점이다. 남아공 여행에서 조우했던 바오밥 나무의 껍질이 파충류의 가죽을 떠올리게 했다면 카우리 나무의 껍질은 양서류의 피부와 닮아 있었다.

레드픽 스테이션에서 산책을 마치고 다시 스카이 레일에 올라 두 번째 역인 바론 펄스 스테이션(Baron Falls Station)으로 향했다.

바론 펄스 스테이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론 폭포 근처에 위치한 역으로 관광객들이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사진 촬영 명소다. 기념사진 촬영 후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자 바론 폭포의 낙수를 이용해 운영되었던 전기 발전소(1935~1963)에 대한 노천 박물관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발전소 운영 당시 사용하던 장비와 이동용 트롤리 등이 전시되어 바론 폭포에 얽힌 역사를 쉽게 이해하는 좋은 학습 자료로 활용되고 있었다.

비가 내리지 않는 시기라 폭포의 물줄기가 미약했다.

바론 펄스 스테이션에서 다시 케이블 카에 올라 마지막 역인 쿠란다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주차장에 후배가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었다. 타국의 여행지에서 반가운 얼굴이 맞이해 주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후배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다음 목적지인 쿠란다 마을로 향했다.

터미네이터와 망고 와인

쿠란다 마을은 고산 지역에 위치하여 적당한 온도와 풍부한 강우량으로 농사짓기에 최적화된 지역이다. 그 결과 이 곳에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마켓과 다양한 상점이 위치하고 있어 케언즈 사람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원주민 미술 갤러리가 있어 둘러보았다. 원주민 미술품은 점묘법을 활용하여 그림을 그리는데 작가마다 표현 기법이 다르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원주민 미술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갤러리를 둘러보는데 오리너구리를 표현한 그림이 마음에 들어 가격을 살펴보았다. 그림의 가격은 AUD 35였다. (약 35,000원)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기쁜 마음으로 계산대에 그림을 올려놓았다. 순간 직원이 놀라며 가격 앞에 ‘1’ 자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실제 가격 AUD 135) 갑자기 올라버린 가격에 더 이상 저렴한 가격이 아니어서 구매를 포기하고 갤러리에서 나왔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마켓으로 향했다. 마켓 안에는 수공예품 판매점, 식당, 기념품 가게 등이 즐비했다. 그중에 핸드 페인티드(Handpainted)라는 가게에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다양한 수공예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제품을 둘러보는데 철제 부품을 조합해서 만든 터미네이터 피규어(AUD 30)가 눈에 띄어 구입했다. 앞서 갤러리에서 사지 못한 그림에 대한 위로 차원이랄까…

피규어를 구입하고 주변 상점을 둘러보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작은 컵을 건넸다. 그것은 바로 쿠란다의 주요 농산물 중 하나인 망고로 만든 와인이었는데, 아주머니의 공짜 술 제안(?)에 이끌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후배와 함께 너스레를 떨자 아주머니께서는 다양한 망고 와인을 시음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분위기가 업되서 시음이 아닌 술판이 벌어질 판이었다. 그렇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 아주머니에게서 망고 와인을 구입하고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아주머니에게 호주 여행 후 책을 낼 예정이라고 말하자 다음 여행에 책을 가지고 오면 와인을 무한대로 주겠다며 꼭 자신의 가게를 소개해 달라고 당부하셨다.

쿠란다에 갈 예정이라면 망고 와인의 구입을 추천한다.


왈라비의 안타까운 죽음, 거대 개미집 그리고 박쥐 떼

케언즈는 호주 커피 생산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호주 커피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그래서 후배에게 커피와 관련된 재미있는 장소를 추천받았는데, 그곳이 바로 다음 목적지인 커피 워크(Coffee Works)였다.  

커피 워크는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이 곳에 가기 위해서는 마리바(Mareeba)라는 농업 지역을 통과해야만 했다. 마리바로 향하는 도로에 진입하자 깜짝 놀랄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도로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동물의 사체를 발견한 것이다. 동물의 정체는 ‘왈라비’(Wallaby)였다. 왈라비는 캥거루 과의 30여 개 종 중에 하나로 몸무게가 25kg 미만인 소형 캥거루를 일컫는다.

왈라비

도로를 통과하는 동안 6구의 왈라비 사체를 목격했다. 그만큼 이 지역에 다수의 왈라비가 서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후배의 말에 의하면 야간 주행 시 왈라비와 같은 야생 동물의 로드킬(Road Kill)이 빈번해서 현지인들은 밤에 교외 운전을 자제한다고 한다. 귀여운 왈라비들이 교통사고로 숨져 있는 모습에 기분이 착잡해졌지만 여정은 계속되어야만 하기에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죽은 왈라비들과 흰개미집이 산재해 있던 도로

그런데 이동 중 또 한 번 나의 시선을 잡아 끄는 특이한 물체가 있었다. 흡사 흙더미를 다져 만든 조형물 같았는데, 성인 키 보다 큰 사이즈로 도로 주변에 듬성듬성 솟아 있었다.

이것의 정체는 바로 ‘흰개미 집’(Termite Mounds)이었다. 거대한 크기와 특이한 형태에 이끌려 차를 세우고 직접 관찰해 보기로 했다. 흰개미 집은 엄청나게 컸다. 어떤 개미집은 2m가 넘어 보였고 그 형태도 다양했다. 개미집은 흰개미의 배설물과 흙 그리고 목재가 혼합되어 만들어지는데, 그 단단함은 사람의 힘으로도 부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개미집 재질의 견고함을 보여 주는 예로 차량이 진흙탕에 빠지면 개미집을 부셔서 진흙탕을 메우는데 이런 응급조치를 하면 질퍽한 진흙탕이 굳어져 차량이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흰개미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옆에 서 보았다.

거대 흰개미 집을 관찰하고 커피 워크에 도착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커피 워크는 커피, 차 그리고 초콜릿과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매장 안에서는 아르헨티나에서 사용되었던 1920년 산 에스프레소 기계, 지역의 공예가들이 제작한 커피잔 세트, 아프리카부터 남미지역에 이르는 다양한 커피 원두 등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케언즈에서 재배되는 차와 초콜릿 제품도 다양한 형태로 판매되고 있었다. 커피 워크에서는 커피 시음회, 강연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되어 지역 주민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커피 워크를 둘러보고 다시 케언즈 시내로 돌아왔다.

커피위크 전시품들

케언즈 시내에 돌아와 후배가 또 하나의 관광 명소를 소개해 줬다. 바로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박쥐 서식지였다. 도서관이 위치한 애봇(Abbott) 스트리트 끝자락에 위치한 무화과나무(fig tree)에는 수 백 마리의 늑대 박쥐(Flying Fox)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박쥐 서식지 아래에는 주차된 차량과 인도를 걷는 시민들이 종종 박쥐의 배설물에 피해를 입기도 하는데, 케언즈 사람들은 이런 불편을 감내하며 박쥐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시내 한 복판에 박쥐 서식지를 목격하게 되다니 서울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라 더 신기했다.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박쥐떼

늑대 박쥐를 한참 동안 관찰하고 케언즈 시내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아트 갤러리를 찾았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 지역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꼭 찾는 편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운이 닿지 않아 찾지 못하다가(미술관 정기 휴일, 박물관 운영 시간 종료 등) 운 좋게도 케언즈 여정의 마지막 날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 날은 마침 호주 현대미술 작가들의 특별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다가 달걀프라이를 벽면에 붙여 만든 조형물을 보는 순간 허기를 느꼈다.

역시 현대 미술은 난해하다.

그래서 바로 식당으로 가 샌드위치를 먹고 기나 긴 하루 여정을 마무리했다. 다음 날, 케언즈에서 350km 거리에 위치한 타운즈빌(Townsville)로 떠나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왈라비들의 명복을 빌며…


To be cont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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