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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 Hyuk Choi Mar 05. 2020

당신이 호주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_2

제 1화 _ 호주 횡단의 꿈이 무산 되다.

호주에 살고 있는 후배와 메일과 전화를 통해 ‘호주 횡단’을 준비했다. 후배가 살고 있는 케언즈(Cairns)는 호주 대륙의 동쪽 상단에 위치해 있는데, 우리는 차를 몰아 케언즈에서 여정을 시작해 20일 후, 서쪽 하단 퍼스에서 일정을 마칠 계획이었다.

제일 처음 계획했던 여행 경로

이미 남아공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종, 횡단을 해본 경험이 있어 순조롭게 여행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숙소 비용을 아끼기 위해 YHA(호주 유스호스텔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조직)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차량 예약을 위해 렌터카 업체와 접촉했다. 그런데 거침 없던 준비 과정은 첫 번째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바로 차량 렌트 문제였다. 여행 기간 동안 렌트 비용이 300만원이었는데, 이를 반납하는 비용이 500만원에 달하는 것이었다. 왜 반납 비용이 이렇게 비싼 것일까?

호주의 면적(7,692,000 km²)은 대한민국(100,210km²)의 76배에 달한다. 우리가 계획한 여정의 시작(케언즈)와 끝(퍼스)까지 거리만 해도 4,610km에 달한다.(서울과 부산 사이의 거리 14배, 325km) 즉, 케언즈에서 빌린 차량을 퍼스까지 운전해 가면 다시 차량을 케언즈로 반납해야 하기에 반납 비용이 비싸게 책정되는 것이다. 호주 횡단 비용을 인당 600만원(2인 기준 총 1,200만원) 정도로 잡고 있던 터라 렌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추었다. 그것은 바로 ‘1달러 렌터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렌트를 마친 차량을 운전해서 일정 기간(15~20일) 내에 원래 위치로 반납하는 것으로 추첨을 통해 운전자를 선정하게 된다. 당첨자는 ‘1달러’라는 형식적인 렌트비만 지불하고 차를 몰아 목적지로 향하면 된다. 우리는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1달러 렌터카’ 추첨에 응모했다. 이미 저렴한 비용으로 항공권을 예약한 후여서 ‘1달러 렌터카’가 당첨되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참고로 항공권을 구입할 때, 직항이 아니면 항공권을 미리 살 필요가 없다. 필자의 경우 여정 보다 석 달 전에 왕복 항공권(일본 경유)을 90만원에 예약했는데, 여행 중 우연히 비행기 가격을 확인해보니 가격에 차이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당첨자가 발표되었다. 안타깝게도 ‘1달러 렌터카’의 행운은 우리 몫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800만원을 들여 차를 렌트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차량을 이용한 ‘호주 횡단’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 보았다. 심사숙고하여 차선책으로 차량과 항공기를 활용한 여행 계획을 짰다. 케언즈를 출발지로 하고 주변 지역은 차량으로 이동하고 이후 주요 도시로 이동할 때는 항공기를 타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변함 없이 퍼스(Perth)를 최종 목적지로 정했다. 그렇게 나의 호주 여행은 ‘자동차 횡단 여행’에서 ‘자동차 + 항공기를 활용한 주요 도시 탐방’으로 급선회하게 되었다.

빨강색  선, 최초 여행 경로(계획) 파랑색 선,  최종 여행 경로(실제)


[여행 1일차] 우여곡절 끝에 케언즈에 도착

일본 나리타 공항을 거쳐 새벽 3시쯤 케언즈에 도착했다. 입국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나의 캐리어가 세관 검색대에 걸려 가방을 열어 소지품을 하나하나 검색하는 과정을 거쳤다.

2001년 호주에 처음 왔을 때, 멜번 공항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었는데, 당시에는 서툰 영어로 하마터면 강제 출국을 당할 뻔했었다.

당시 상황을 회상해 보면 우리나라가 IMF 관리를 받던 상황이라 한국의 국가 신용도는 바닥이었고 그래서인지 입국 심사관은 한국 사람들에게 유독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댔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입국 신고서 항목을 잘못 기재하여(불법 물품을 소지하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실수로 ‘예’로 표기) 설명하는데 애를 먹었다.

16년 경험했던 비슷한 상황에 놓였지만 그간 나의 영어 실력은 일취월장 했고 대한민국의 위상도 높아 졌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별 무리 없이 세관을 통과했다.

공항 밖으로 나서니 호주에 살고 있는 동생이 나를 반겨 주었다. 동생 차를 타고 숙소(YHA이라는 호주 유스호스텔 체인, https://www.yha.com.au)에 도착해 체크인을 했다. 오랜 비행 시간(일본을 거쳐 케언즈까지 약 15시간 소요)에 지쳐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5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케언즈를 어떻게 여행할지 계획을 짰다. 우선 후배가 알려준 한국인 마트에 가서 여행 정보도 얻고 휴대폰 사용을 위해 유심 카드도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숙소에서 나와 한인 마트로 가는 길에 ‘러스티스 (Rusty’s Market) 마켓’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러스티스 마켓’은 주말에만 문을 여는 곳으로 지역의 야채와 과일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러스티스 마켓 전경

시장 입구에 많은 사람이 줄을 서있어 가보니 즉석 사탕수수 주스를 판매하고 있었다. 문득 ‘러스티스 마켓’에 가면 사탕수수 주스를 먹어보라는 후배의 당부가 떠올라 주스를 주문했다. 사탕수수즙에 다양한 과즙(민트, 라임, 라즈베리 등)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데, 신맛을 즐기는 편이라 라임을 추가 했다. 사탕수수와 라임 주스의 조합은 지금까지 먹어 본적이 없는 ‘특별한 맛’을 느끼게 했다. 새콤하면서도 달콤하고 톡 쏘는 맛은 요즘도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케언즈에 가면 사탕수수주스를 꼭 마셔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탕수수 주스는 케언즈에서 맛봐야 할 별미 중 하나다

러스티스 마켓을 지나 한인 마켓에 갔다. 한인마켓에서 20일간 사용할 유심도 사고 라면, 김치를 비롯한 식자재도 구입했다. 참고로 장기간의 호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현지에서 프리 페이드(Pre paid) 유심에 데이터를 넉넉히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필자의 경우 30불을 내고 4기가 바이트를 구매했는데 여행 말기 데이터가 부족해서 4기가 바이트를 더 구입했다.)



펠리컨 가족의 환영을 받다

유심을 장착하니 인터넷과 카톡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케언즈 시내에 있는 ‘라군(Lagoon)’이라는 관광 명소를 찾아갔다. ‘라군’은 케언즈 지방 정부가 만든 실외 수영장으로 주변에 공원과 공연장, 식당이 자리하고 있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라군’은 한 마디로 열린 공간이었다. 수영장은 별도의 입장 통로가 없고 주변을 둘러싼 벽이 없어 누구나 쉽게 찾아와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설계되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노천 콘서트 장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쾌청한 하늘 아래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였다. 수영장을 지나쳐 노천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마침 현지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어 잔디밭에 앉아 공연을 감상했다.

 

라군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새파란 하늘 아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나 역시 그들 사이에 앉아 망중한을 즐겼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음악에 취해 있을 때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혔다. ‘이게 바로 호주의 여유구나. 행복하다.’라는 생각과 함께 치열한 일상을 보냈던 서울을 떠나 한적하고 여유로운 케언즈에 와 있음을 실감했다. 한참 동안 공연을 감상하다 보니 허기가 느껴졌다. 공원 주변을 살펴보니 식당이 즐비했다. 언제나 그렇듯 나의 감을 믿고 맛있어 보이는 이태리 음식점에 들어갔다. 메뉴를 보니 ‘Fantastic seafood pizza’(환상적인 해산물 피자)가 있어 ‘환상적인 맛’을 느껴 보기로 했다.

전혀 환상적이지 않았던 'Fantastic Pizza'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 듯, 주문한 피자는 그렇게 ‘환상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노을이 지는 해변을 바라보며 피자에 맥주를 곁들이니 취기가 오를수록 피자의 맛이 환상에 가까워졌다. (취해야 환상적인 맛이 느껴지는 피자인 듯)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해변 산책로 쪽으로 나아갔다.

드넓은 해변과 하늘은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순간 하늘의 반은 회색 빛 나머지 반은 붉은빛으로 물들여졌다. 그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한 무리의 펠리컨이 모여들어 춤추기 시작하자 한 폭의 명화를 보고 있는 듯 했다. 해변 벤치에 걸터앉아 펠리컨의 춤을 감상했다.

호주에 도착한 첫 날 만난 펠리컨 가족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일정을 위해 숙소로 돌아가라는 하늘의 게시 같아 숙소를 향해 걸었다. 그렇게 호주에서의 첫 날 밤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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