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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동네 사는 동갑내기 친구 스티브가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난생 처음 영국인 집에 초대받는 거라 엄청 신경이 쓰였다.
식사 예절부터 방문시 준비할 선물, 옷차림 등을 인터넷에서 꼼꼼히 뒤져서 준비해갔다. 와인과 꽃을 사들고, 옷도 세미 정장으로 입고 갔다. 스티브는 욕실 인테리어 업자이고, 아내 미쉘은 세무사다.
그 동네에서는 나름 중산층이다. 집도 크고 인테리어도 심플하지만 고급스러웠다. 아내와 아들, 딸 등 우리 가족 4명은 간단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부엌 싱크대와 식탁에 간단한 스낵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감자칩 과자, (바나나킥과 비슷한 맛이 나는) 다른 종류의 영국 과자, 비엔나 소세지, 미니 샌드위치, 몇 종류의 살라미(이탈리아식 훈제 햄)와 치즈, 해쉬브라운 등이다.
우리 가족은 ‘아, 요리하는 동안 기다리면서 먹으라고 주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아이들한테는 “이거 먹으면 배 불러서 메인 요리 못 먹으니까 참아”라고 말했다.
미쉘의 솜씨와 정성이 담긴 영국 가정식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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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둥~! 근데 그게 메인요리였다.
(우리 가족이 별로 안 먹고 있어서 그런지) 좀 있다가 냉동 피자를 데워서 아이들한테 준 게 끝이었다.
결국 그날 우린 주린 배를 움켜쥐고 집에 돌아와서 신라면을 끓여 먹었다.
나중에 크리스마스 파티, 생일 파티 등에 초대 받아 가봐도 비슷했다. 스티브네 집에서 싱크대에 늘어놓았던 조리가 필요없는 즉석 음식들이 주로 나왔다. 종류도 거의 같다.
영국인들은 주로 맞벌이를 한다. 주부도 대부분 파트타이머로 일하기 때문에 집에서 요리를 할 시간이 별로 없다.
요리 시간을 줄이고 간편히 먹기 위해서 요리를 하기 보다는 냉동식품을 데워먹는 것이다. 이런 수요에 맞춰 수퍼마켓에도 다양한 종류의 즉석 냉동식품을 팔고 있다.
TV에서도 백종원이 출연하는 요리프로그램이 대세인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제빵, 케이크 만드는 프로그램이 더 인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언젠가 예고없이 우리 집에 온 스티브에게 라면을 끓여줬더니 “너 요리 잘하는 구나, 매우 고맙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나를 머쓱하게 했다.
영국 직장인들은 점심을 나가서 먹는 경우가 많지 않다. 집에서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오거나, 샌인즈버리, 모리슨, 테스코 등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사다가 먹는다. 보통 3~4파운드로 저렴하고, 빨리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점심 식사후 동료들과 차 한잔 하거나, 산책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인들은 바로 일을 한다. 그냥 사무실 자기 책상에서 먹고 바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대신 오후 서너시쯤 삼삼오오 모여서 차와 간단한 비스킷 등을 간식으로 먹는다.
영국인들이 오후에 즐기는 홍차와 스콘, 디저트. copyright 백상현 이러한 영국인들의 일상생활 음식문화를 접했을 때 처음에는 의아했다. 먹는 즐거움이 일상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나로서는 말이다.
영국인들은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음식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매일 매일 가정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치우는데 몇 시간씩 들이는 한국의 음식문화를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했다.
퇴근 후 집에서는 쉬어야지, 음식하느라 또 노동을 시작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가사노동의 부담을 덜고 휴식 시간을 더 확보한다는 면에서 영국인들의 음식문화는 확실히 실용적이다.
먹는 즐거움은 물론, 줄어들겠지만......
호텔이나 티룸 등에서 파는 애프터눈티. 이상하게 비싸다. 식사값보다 훨씬 비쌈. copyright 백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