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어머니

내겐 시엄마

by 상현달

내겐 시엄마

며칠 전,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음 주 수요일이 엄마 생신이니 이번 주 토요일 저녁에 식구들 만나 함께 저녁 먹자"


내게는 올해 아흔둘이 되신 시어머니가 계신다.
아니 나는 ‘시어머니’라고 생각지 않는다.' "시엄마"

가끔은 엄마라고 할 때도 있고, 엄마라고 하면 우리 친정 엄마가 서운 해 하실 것 같기도 하다.


시누이들에게 오빠만 챙긴다는 볼멘소리 들으며, 온 마음을 다하여 키우시고,

장가보낸 하나뿐인 아들이 이십이 년 전 어느 이른 봄날, 작별 인사도 없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 아들이 바로 내 남편이다.
상상하는 거 조차, 입에 올리는 거 조차도 가슴 내려앉는 아들 잃은 슬픔의 고통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떠나간 아들을 가슴속, 마음속, 상상 속에서만 보고 의지하고, 대화하고, 더 멋지게 바라보고, 간직하고 계실 어머니.

그 고통 속에서도 홀로 남은 며느리인 나를 마음 다칠까 봐, 고생할까 봐 늘 신경 써주시는 어머니.


90이 넘으셨지만,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하셔서 이른 아침 거리 청소를 하신다.
굽은 허리로 힘겹게 버신 돈을 모아 내게도, 손주에게 용돈 주시는 걸 기뻐하시는 어머니.

올 설에는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묘지 관리비를 내라며 봉투를 내미셨다.

"부족하진 않을 거야"라며 내 손에 쥐어주신 봉투. (관리비가 5년마다 오른다)

며느리에게 시아버지 묘지 관리비까지 내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 이신 거다.

5년마다 내는 관리비 잊을 만도 하신데 그 해를 잊지 않으신다.




생신은 어머니 댁 근처 식당에서 조촐하게 밥 먹기로 했지만,

반찬을 몇 가지 만들어 드리기로 했다.

일찍 일어나 전날 사둔 재료들을 꺼내 손질을 했다.
어머니 치아를 생각해 부드러운 반찬 위주로 준비했다.
얇게 썬 소고기를 양파, 다진 마늘, 양념에 재워 불고기를 만들고,
내가 자신 있는 계란말이와 두부구이, 처음 만들어 보는 새송이 간장조림,

그리고 오이무침까지 다섯 가지 반찬을 정성껏 만들어 용기에 담았다.


결혼 초, 어머니 댁에서 함께 살던 시절이 떠올랐다.

친정에 있을 때는 아침을 잘 먹지 않았는데 어머니는 꼭 아침을 챙겨주셨다.

어느 날, 이불 빨래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세탁기도 크지 않아 어머니와 함께 옥상에서

커다란 고무 대야에 이불을 넣고 발로 밟아 빨았다.

어머니는 이불을 밟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더 나이 들면, 내가 네 이불 빨아준 것처럼 내 이불 빨아줘. ”

언제였던가 이런 말도 하셨다.
“혹시나 내가 네게 고까운 말 하게 되면, 그건 내 진심이 아니고, 그땐 내가 좀 이상해진 거야.”

또, 어머니에게 건강식품이나 명절 때 선물세트 드리면 "친정 엄마에게도 드렸나?"

안 드렸으면 이거 드리라면서, 친정 엄마에게도 잘하라고 하신다.

자식들에게 서운한 게 있을 땐

'나는 우리 부모님에게 우리 얘들 만큼이나 했나. 나 한 거 비하면 우리 자식들은 잘하는 거야'

라며 스스로 다독이신단다.


자녀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쓰신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며느리, 딸 김장 김치를 직접 담가 주셨고,

우리 집에 오실 때면 빈손으로 오신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명태조림은 기본으로 챙기시고, 김치, 나물 들까지 무겁게 들고,

버스를 타고 오셨었다.


전화도 자주 못 드리는 며느리. 어쩌다 전화를 드리면
항상 “응, 엄마다!” 하고 환하게, 큰소리로 반겨주시는 어머니.

"전화 오랜만에 드려 죄송해요"

“바빠서 그렇지.”

그리고 항상 첫마디는
“아프진 않냐?” "오늘 눈 왔는데 운전해서 출퇴근하니라 힘들었지. 조심해라"

비나 눈이 올 때면 운전해 다니는 나를 염려하고 챙기는 말씀뿐이다.

어머니와 통화 중 70% 정도는 나를 울컥하게 만든다.

마음이 따뜻해져서, 세월이 지날수록 더더욱 새겨지는 어머니의 슬픔과 연로하심이 느껴져서.


안부 전화를 드리니,

"네가 해 준 반찬 맛있게 먹고 있다, 그 조그마한 손으로 나 준다고 만들었을 거 생각하니..."

하시며 훌쩍거리신다.

오늘도 어머니 아니 "시엄마" 때문에 눈물이, 코 끝이 찡하다.


"시엄마

부족하고 무심한 며느리 예쁘게 봐주셔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따뜻하게 우리 곁에 오래 계셔 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평범한 하루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