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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우주엘리베이터의 건설


고작 몇 킬로그램을 우주로 보내는데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들고, 자칫 잘못하면 중간에 가연성 연료와 같이 대규모로 폭발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것을 타고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수개월간 혹독한 훈련이 필요하다. 일반인 우주 여행자가 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우주에서 머무는 시간은 고작 수분 정도에 그친다. 바로 로켓을 이용한 우주여행이다.

아침에 출근하듯 간편한 복장으로 별도의 준비 없이 건물을 오르듯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여행을 할 순 없을까? 이 SF 영화 같은 아이디어는 놀랍게도 꽤 진지하게 연구되어 지금 거의 이론적인 준비가 마무리된 상태다. 우주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우주여행. 로켓을 대신할 우주엘리베이터는 어떻게 작동하고 언제 만들어질까? 그리고 진짜 만들 수 있을까? 


우주엘리베이터 가상도



3.1 하늘로 오르는 방법


인간 탑 쌓기


  8월 마지막 날.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이날은 축제의 날이다. 마을 주민들이 ‘카스텔’이라고 불리는 탑 쌓기 행사를 한다. 카스텔은 성(clastle)이라는 의미로 수백 명의 인원이 층을 이루어 인간 탑 쌓기에 도전하는 대회다. 규칙은 단순하다. ‘카스텔례레스’라 불리는 선수들이 다른 참가자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 대개 6층에서 10층까지 층을 이룬다. 이 탑의 1층은 아주 넓다. 참가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둥그렇게 탑의 중심부로 힘을 보태 탑의 토대가 된다. 2층에는 건장한 남성 십여 명이 올라 탑의 두 번째 토대를 만들고 3층부터는 네댓 명의 남성이 탑을 균형 있게 지탱하며 한층 한층 높이를 올린다. 탑의 가장 윗부분은 가벼운 어린이들이 맡는다. 대회의 긴장감 넘치는 순간은 마지막 층에 오를 어린이가 층층이 탑을 오르는 장면이다. 이때 군중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탑의 완성을 기원한다. 

  이 행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이지만 동시에 많은 위험을 안고 있어 악명 높은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대개 균형을 잡지 못해 탑이 무너지면서 위에 있는 어린이들이 떨어져 다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몇 년 전부터는 위에 오르는 어린이들에게는 헬멧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가장 아래의 토대에 있는 사람들이 탑이 무너질 때 떨어지는 사람들의 무게를 온전히 받아내며 골절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탑 위로는 대개 수십 명의 건장한 남성이 오르기 때문에 십여 톤의 무게를 버텨야 한다. 토대에 있는 사람들이 엄청난 힘을 받는다는 말이다. 

  인간 탑 쌓기 행사는 약 2백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지역 시민들의 소속감과 협동심을 키우기 위해 시작된 것이 현대에 와서 지역 축제로 승화한 것이다. 지난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도 등록되었다. 사실 200년 동안 계속된 행사의 최고 높이는 초기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이젠 높이 오르기 대회보다는 하나의 볼거리가 된 이유다. 사람이 만들 수 있는 탑의 높이는 탑을 구성하는 사람의 몸무게와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근육량에 따라 이미 한계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앞으로 200년이 지나도 사람의 근육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탑의 기록은 더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직접 탑을 만들지 않아도 탑을 세우는 것은 인류가 가진 하나의 공통적인 생활양식이었다. 동양에서도 종교적인 석탑이나 목탑 구조물이 흔하게 보이며 이보다 앞선 고대 왕국에서도 왕권의 상징으로 피라미드와 같은 거대한 탑을 만들었다. 탑은 권위의 상징이면서 하늘에 대한 도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탑을 높이 쌓으면 과연 하늘까지 닿을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인간들은 이런 상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바벨탑이다.    

인간탑쌓기




바벨탑


바벨탑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지어졌을 것으로 여겨지는 건축물이다. 창세기 11장에 따르면 인간들이 천국으로 가기 위해 하늘로 쌓아 올린 거대한 탑으로 묘사된다. 사람들은 도시의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벽돌을 빚어 단단히 구워내고 쓰러지지 않도록 벽돌을 역청으로 발라 높은 탑을 쌓기 시작한다. 역청은 끈적끈적한 접착제 역할을 하는 광물로 지금의 아스팔트와 비슷한 성분이었다. 탑이 올라갈수록 부담을 느낀 야훼(신)는 사람들이 협동하지 못하도록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도시를 세우던 일을 그만두게 되고 흩어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성경에 기록되어 전해 내려 오는 이 신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이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이 바벨탑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몇 개의 후보를 찾았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 진위 여부를 놓고 검증에 들어갔다. 바벨탑이 이라크 북부의 말위야 탑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바그다드 근처의 아칼쿠프 지구라트가 그 흔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원조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인간이 하늘에 오르기 위해 만든 탑들이 적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인간은 왜 이처럼 하늘에 오르고 싶어 할까? 진짜 바벨탑처럼 천국에 가고 싶어서일까? 

유명한 SF작가 테드 창(Ted Chiang)이 쓴 단편 소설 ‘바빌론의 탑(Tower of Babylon)’은 성경의 미완성 바벨탑과 달리 완성이 되어 하늘로 이어진다. 과학적 검증과 까다로운 고증이 장점인 그의 작품을 통해 바벨탑에 대한 물리적인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소설에서는 탑의 기단이 화강암으로 만든 십여 미터짜리 돌들로 이루어져 있고 탑의 두께는 웬만한 신전의 크기만 하다. 탑은 잘 구워진 벽돌을 쌓고 역청을 발라 단단하게 굳게 만든다. 이 벽돌을 만드느라 도시 전체의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고 주변 유프라테스강의 바닥에서 흙을 퍼오느라 강의 수심이 무척 깊어졌다고 한다. 탑에는 두 개의 나선 모양으로 난 길이 있는데 하나의 길은 올라가는 길, 나머지 하나는 내려오는 길이다. 두 길 사이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들이 이어진다. 이 탑을 모두 오르려면 한 달 반이 걸리며 탑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레를 끌고 5일을 올라가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조에게 짐을 넘기고 다시 빈수레를 끌고 되돌아오는 식의 물류 시스템을 보여준다. 이런 수레꾼의 무리는 탑의 정상까지 사슬처럼 이어져 있다. SF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만약 인간이 바벨탑을 만든다면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이러한 이동장치일 것이다. 현대 고층건물의 엘리베이터처럼 끝도 없이 이어지는 탑에는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오르내리는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할 사람들을 위해 수도나 전기 시설을 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도시 전체가 탑의 건설을 위해 벽돌을 만드는 공장이 되듯이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많은 건축자재가 필요할 것이다.

소설에서 사람들이 탑을 오르려는 이유는 하늘의 천장을 부수고 천국으로 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막상 이 소설의 주인공은 천국보다 인간의 호기심이 탑을 오르게 만든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늘 위 천국에 대한 호기심.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신화와 소설 속 바벨탑을 만들었듯이 현실 속의 인간도 언젠가 하늘로 향하는 이런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바벨탑 가상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하늘로 올라가는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희망 섞인 이야기로 그려진다. 영국의 유명한 민화 ‘재크와 콩나무’에서는 무심코 뒤뜰에 버린 마법의 콩이 다음날 하늘 높이 자라서 거인이 사는 성에 다다른다. 재크는 이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거인에게서 훔쳐와 가난한 삶의 마침표를 찍는다. 하늘이 소원을 들어주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전래동화에도 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줄을 타고 하늘을 오르는 이야기다. 마음 착한 오누이가 어머니와 함께 살다 떡을 팔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힌다. 이 과정에서 익숙한 이런 말이 등장한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엄마로 분장한 호랑이는 오누이를 잡아먹기 위해 엄마처럼 행동하지만 이내 들켜버리고 화가 난 호랑이를 피해 뒷마당의 나무 위로 올라간다. 호랑이가 나무 위로 올라오려 하자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오누이는 하늘에게 기도한다. 

‘저희를 구하시려면 새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세요.’

그러자 하늘에서 새 동아줄이 스르륵 내려오고 오누이는 그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 해와 달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를 본 호랑이도 하늘에 대고 빌었고 썩은 동아줄이 내려와 올라가는 중간에 끊어져 죽는다. 

이처럼 하늘을 오르고 싶다면 거대한 탑 대신 줄을 타고 올라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하늘로 향하는 새 동아줄은 끊어지지 않게 튼튼하고, 하늘까지 이어져야 하므로 매우 길어야 한다. 동아줄을 어디에 묶어놓을지는 당장 생각하지 말자. 문제는 묶을 장소가 아니라 다른 것에 있다. 그냥 튼튼하고 길이가 긴 동아줄을 하늘에 매달아 놓고 오른다고 상상해보자. 동아줄의 길이를 대충 수 킬로미터로만 잡아도 무게가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새 동아줄이라도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중간이 끊어질 것이다. 아주 길게 뽑은 국수 면발의 한쪽 끝을 잡고 건물 옥상에서 서서히 내려뜨려 보자. 아마도 몇 미터를 내리지도 못하고 국수 가닥은 끊어질 것이다. 단단한 실로 하면 되지 않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사람 키만 한 실타래는 수 킬로미터 길이로 감겨 있는데 이 무게는 수백 킬로그램에 달한다. 이 실타래를 모두 풀어 늘러뜨리고 한 곳에 묶어 놓으면 실 한올이 제 무게인 수백 킬로그램을 견뎌야 한다. 실 한올은 그만큼 질길까? 과학자들이 케이블을 이용해 하늘을 오른다는 아이디어를 상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 이유다. 물론 탑 쌓기에 비해 가능성은 높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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