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3.4 우주엘리베이터의 건설




케이블은 무엇으로 만들까?



  사람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는 케이블을 먼저 설치해야 한다. 현재까지 설계된 우주엘리베이터는 지상에서부터 정지궤도 높이인 약 36,000km 정도에서 최대 10만 km까지 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 지구 반지름의 약 15배 정도 되는 거리로 국제 우주정거장까지 거리의 약 250배 정도 되는 아주 먼 거리다. 국제 우주정거장까지만 가도 우주에 갔다 왔다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는데 이번에는 그것의 수백 배 높이까지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므로 만만치 않은 공사가 될 것이다.

먼 거리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케이블을 만들 재료가 까다로운 조건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엘리베이터처럼 튼튼한 강철선을 사용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겠지만 튼튼한 것보다 더 중요한 성질이 필요하다. 가벼워야 하기 때문이다. 

실의 한쪽 끝을 잡고 책상 위에서 실을 놓아 보자. 실은 금방 책상으로 떨어진다. 실에도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 엘리베이터에서는 이 길이가 자그마치 지구 반지름의 십여 배라니 그 무게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다행히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실에는 원심력이라는 것이 작용하는데 중력과 반대방향인 우주로 날아가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실의 무게가 조금 줄어들긴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다리(현수교)에 사용하는 강철 와이어로 우주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만들면 어떻게 될지 계산을 해봤다. 먼저 로켓에 강철 와이어를 싣고 수 십 번 왕복해 정지궤도에 갖다 놓고 서서히 지구로 내려뜨리는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약 7000km 정도를 내리면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강철 와이어가 끊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강철은 탈락.

그다음 재료는 케블라 섬유. 케블라는 방탄조끼 등에 이용되는 화학섬유로 아주 질긴 실이다. 게다가 강철보다 1.4배 더 질기기도 하고 무게도 거의 1/5 수준이니 케블라는 승산이 있어 보인다. 과학자들은 역시 케블라를 가지고 열심히 계산을 해보았다. 그러나 케블라 섬유도 16,000km까지 내리니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끊어진다고 한다. 믿고 있던 신소재도 절반 정도밖에 내리지 못하니 우주엘리베이터는 케이블 문제 때문에 영원히 만들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희소식이 들렸다. 탄소나노튜브라는 신소재가 발명된 것이다. 이것은 탄소로 이루어진 튜브 모양의 물질로 케블라보다 20배나 질기고 가운데가 뚫려 있는 원통 모양으로 무게도 아주 가볍다는 것이다. 무게가 강철선의 1/6 정도이니 현재까지 재료 중에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재료다. 신이 난 과학자들은 당장 탄소 나노튜브를 케이블로 사용하는 것을 계산해 보았다. 결과는 충분히 지상까지 내려뜨릴 수 있었다. 이제 우주엘리베이터용 케이블을 만들면 되었다.

우주엘리베이터 케이블의 상대적인 케이블 두께

그런데 케이블이 만들어져도 사실문제가 있다. 케이블의 모양을 연구해야 한다. 케이블의 모양에 따라서도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재료가 자신의 무게를 잘 버틸 수 있도록 높이에 따른 두께를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케이블에는 중력과 원심력이 작용하므로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을 두껍게, 적게 받는 부분은 얇게 만들면 끊어질 위험이 줄어든다. 이렇게 설계를 해서 강철에 적용해보니 가장 두꺼운 부분과 가장 얇아야 하는 부분의 비율이 10의 200제곱이 나온다. 두꺼운 부분이 어마어마하게 커진다는 말이다. 철로 우주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만들려면 우주의 모든 철을 다 사용해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케블라 섬유도 10의 8제곱이 나온다. 가장 얇은 부분의 지름을 1mm로만 잡아도 가장 두꺼운 부분의 지름이 100km나 된다.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그런데 탄소나노튜브로 계산해보니 10의 5제곱이 나왔다고 한다. 가장 두꺼운 부분의 지름이 10m정도로 탄소섬유를 만들어 지구와 가까운 쪽으로 붙여놓으면 끊어질 염려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실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제 진짜로 탄소나노튜브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탄소 나노튜브의 발명.


우주엘리베이터에 필요한 케이블은 강해야 한다. 끊어지면 큰일이 난다. 끊어지기 직전까지 버티는 힘을 인장강도라고 하는데 우리가 원하는 케이블은 인장강도가 커야 한다. 그리고 늘어나서도 안된다. 처음 길이에 비해 늘어난 비율을 변형률이라고 하는데 변형률은 아주 작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벼워야 한다. 인장강도를 밀도로 나눈 것을 인장비강도라고 하는데 인장강도는 크고 밀도는 작아야 하므로 인장비강도는 커야 한다. 인장비강도의 단위는 유리(Yuri)다. 유리 아르츠타노프의 이름을 따왔다. 이렇게 끊어지지 않으며 늘어나지 않고 가벼운 케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탄소 동소체

그러려면 후보가 확 줄어든다. 탄소가 결합된 물질이 가장 유력하다. 주기율표의 가벼운 원소 1번부터 5번까지 살펴보면 수소, 헬륨, 리튬, 베릴륨, 붕소까지는 재료로 쓰기에는 애매한 원소들이다. 탄소가 그다음인데 탄소는 소재로서 적당하고 결합하기도 좋다. 탄소 동소체로 만든 물질은 몇 가지가 있다. 다이아몬드와 흑연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그 비싼 다이아몬드와 작은 힘만 주어도 쉽게 부러지는 연필심으로 케이블을 만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다른 탄소 동소체들도 있다. 흑연에 레이저를 쏘았을 때 남은 그을음에서 발견된 축구공 형태의 풀러렌, 연필심에 접착테이프를 수천번 붙였다가 떼면서 어렵사리 발견한 2차원 평면을 이룬 그래핀, 풀러렌을 전기 방전시켜 남은 부스러기에서 발견한 탄소나노튜브 등이 있다. 이 세 가지 탄소 동소체는 발견되자마다 학계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연히 발견자가 노벨상을 수상 했다. 탄소나노튜브는 발견자가 애매해서 노벨상이 수여되진 못했다. 하지만 이중 케이블로 제작 가능한 가장 유력한 후보는 탄소나노튜브이다.

강철보다 수백 배나 질기고 가벼운 탄소나노튜브. 그런데 탄소나노튜브의 강도는 어떻게 측정하지? 나노 단위의 아주 작은, 제대로 잡을 수도 없는 물질을 어디에 매달고 잡아당길까?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물질의 끝이 어딘지 모른다는데 있다. 우리는 동그란 튜브 형태라는 것을 추정할 뿐이지 탄소나노튜브 한가닥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과학자가 해냈다. 그래서 또 노벨상을 받았다. AFM(Atomic Force Microscope) 탐침에 의한 방법이다. 아주 작은 탐침이 탄소나노튜브의 표면에 원자 하나 정도 들어갈 만큼 가까이 다가가면 원자와 원자 간의 힘이 작용하게 되는데 이 순간 당겨지는 인장강도를 측정해냈다. 측정 결과 충분히 강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문제는 이제 길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 사실은 현재까지 만들어진 가장 긴 탄소나노튜브는 몇 cm에 불과했다. 수만 km를 만들어야 하는데 고작 1m도 만들지 못하다니. 탄소나노튜브는 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처럼 쭉쭉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화학물질을 통해 점점 길어지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촉매가 사용된다. 끝 부분에 붙어있는 촉매가 탄소 기체를 합성하면서 길어지는 과정으로 만들어지는데 문제는 촉매가 변형되어 성장이 멈춘다는 것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2cm를 만든 것이 최고 기록이다. 또 몇 가닥이 만들어져도 사실 너무 작아서 발견하기도 어렵다. 현재 일본에서 어찌어찌해서 14cm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는데 1500분이 걸렸다고 한다. 어느 세월에 1m를 만들까? 일반 털실처럼 짧은 것 여러 개를 꼬아서 만들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강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몇 가지 방법을 최근 열심히 연구 중이라고 한다. 만들어 내는 즉시 꼬아서 길게 늘이는 방법, 국수 면처럼 뽑는 즉시 용매에 담가 녹여서 더 길게 뽑아내는 방법, 솜사탕처럼 공기 중에 흩날리게 해서 그걸 모으는 즉시 꼬아버리는 방법 등이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우주엘리베이터와 관계없이 실용적인 목적으로 탄소나노튜브가 조만간 성과를 이룰 것이라고 기대한다. 탄소나노튜브가 전기가 잘 흐르는 물질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다양하게 활용되어 개발되면 수요가 아주 높기 때문이다. 개발되면 배터리의 도전제, 송전선, 탄소섬유 등 많은 분야에 활용될 것이다. 그러다가 기술이 충분히 무르익으면 드디어 우주엘리베이터 케이블이 만들어질 것이다.     



전기는 어떻게 사용하지?


  우주엘리베이터는 전기가 무척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전등도 있고 TV 같은 화면도 필요하고, 음악도 듣고, 에어컨도 작동하고 물론 클라이머를 움직이는 것도 전기다. 그렇다면 그 높은 곳까지 전기에너지는 어떻게 운반할까? 배터리를 충전해서 싣고 다닐까? 가뜩이나 무거워서 케이블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길게는 몇 주 동안 사용할 무거운 배터리를 싣고 다닐 순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전철처럼 전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으면 될 것 같은데 이게 만만치 않다. 전선도 36,000km를 설치하면 무겁기 때문이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탄소나노튜브 같은 신소재를 사용하는데 거기다 구리선을 보태면 아마도 금방 끊어져 버릴 것이다. 물론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케이블 자체가 전기가 통하긴 하지만 케이블에 고압의 전류가 흐를 경우 자기장이 발생하고 입자들을 대전시켜 케이블의 부식이 진행되거나 강도가 약해지는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전류가 흐르는 가벼운 전선이 발명되기 전까지 초기 운용은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 선이 없이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술 말이다. 과학자들은 몇 가지 에너지 조달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첫 번째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에도 휴대폰의 무선충전은 선이 없이 충전할 수 있다.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는 파장이 짧아서 직진성이 비교적 좋고 날씨와 관계없이 전달되므로 비 오는 날 출발해도 정전되는 일은 없겠다. 다만 매우 가까워야 한다. 우주엘리베이터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안테나에서 전자기파를 방출해 클라이머의 안테나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모양이 될 것이다. 현재는 수 m 떨어진 곳에 전기에너지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2015년에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과학자들이 5m 떨어진 곳에 전기에너지를 보내는 실험을 했는데 보낸 에너지의 1/6 정도만 도달했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는 택도 없지만 충분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동력으로 레이저를 이용한 우주엘리베이터

두 번째 기술은 레이저를 이용한다. 광섬유와 레이저를 이용한 정보 전달은 익숙하지만 레이저로 전기를 보내는 것은 생소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빛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출력이 높은 레이저를 멀리 떨어진 클라이머의 태양전지판에 보내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전달한다. 당연히 조준을 잘해야 한다. 레이저 포인터를 들고 고작 몇 m 떨어진 교실 벽에 비추면 손이 떨리면서 레이저 광점이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수천 km 떨어진 곳에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기계로 하겠지만 구름을 통과하지도 못하고 대기에 의해 굴절이 되어 그리 미덥지 않은 기술이다.

과학자들은 좀 더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대기가 있는 지표 근처에서는 마이크로파를 사용해 기상현상과 관계없이 전달되도록 하고, 그 이후 대기가 없는 곳에서는 레이저를 이용하거나 자체 태양광 패널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것이 그것이다. 현재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




케이블은 어디에 묶을까?


  우주엘리베이터를 타고 출발하는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이 거대한 구조물이 설치될 곳은 아마도 유명한 관광지가 될 것 같다.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더라도 거대한 모습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주 엘리베이터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상은 케이블을 고작 1m도 만들지 못했지만 놀랍게도 우주 엘리베이터 출발 지구포트를 자기 나라에 만들어 달라고 홍보하는 나라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호주다. 호주는 공식적으로 한 발 먼저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지구포트를 설치할 장소는 그리 많지 않다. 일단 폭풍이나 태풍, 지진 등이 적고 대기가 비교적 안정된 곳이 필요하다. 항공기의 주요 통행 경로에 있어서도 안 된다. 적도 근처에 있어야 케이블이 지면과 수직으로 설 수 있으며, 원심력을 많이 받아 좀 더 쉽게 건설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나라여야 한다.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은 쉽게 테러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적국의 우주엘리베이터를 폭파시키는 것은 영웅을 갈망하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욕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여러 나라로부터 미움을 받는 나라에 건설하면 이것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많은 돈이 필요하고 항상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호주의 서쪽 해안이 최적의 장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적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대기가 비교적 안정되며, 비행기의 통행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포트의 앵커는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을 지상과 연결하는 구조물이다. 케이블을 꽉 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튼튼한 지반이 필요해 해양지각에 단단히 연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해상에는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서 케이블에서 오는 진동을 흡수하고 중요한 탑승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케이블카의 탑승장을 설치하기 위해서 큰 건물이 필요하듯이 우주엘리베이터의 탑승 시설도 거대한 건축물이 될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움직이게 하는 기계 시설뿐만 아니라 여러 편의 시설도 필요하다. 탑승권을 판매하는 곳, 기다리다가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나 식당도 필요하고, 기념품점도 반드시 만들어질 것이다. 먼 곳에서 여행 오는 사람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도 같이 만들어질 것이다. 또 건설과정을 담은 영상과 모형, 과학 원리를 체험하고 설명하는 멋진 박물관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름도 멋진 ‘Space Elevator Museum’.  




지오스테이션은 왜 필요하지?


  재크와 콩나무 동화에서 재크는 왜 하늘로 솟아오른 콩나무를 힘들게 올라갔을까? 아마도 남다른 호기심이 발동했을 것 같다. 재크처럼 인간의 호기심은 우주 엘리베이터의 우주 구조물에 대한 상상을 가능하게 했다. 단순히 올라가는 것뿐 아니라 그 위에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상상력 말이다. 

지구 정지궤도에는 우주엘리베이터의 지오스테이션이 지어진다. 우주 엘리베이터의 진짜 ‘본부’라고 볼 수 있다. 재크와 콩나무 동화에서 거인의 집 같은 곳이다. 정지 궤도는 지구와 항상 같이 자전하는 궤도로 우리나라 상공에 계속 머물러 일기 예보를 해줘야 하는 기상위성 같은 것들이 자리 잡은 궤도이다. 이곳에서 케이블을 내려뜨리면 지구와 같이 돌아가기 때문에 위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로 아래에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우주엘리베이터 건설의 실질적인 시작은 아마도 이곳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케이블을 서서히 내려뜨려 케이블이 지상에 닿으면 지구 포트와 케이블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지상에서 건설 자재들을 실어 날라 지오스테이션을 건설한다.

정지궤도의 또 다른 특징은 이곳이 중력과 원심력이 상쇄되어 무중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지오스테이션이 건설되면 그 공간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것 같다. 대규모 관광객을 위한 럭셔리 우주 호텔, 과학자들을 위한 무중력 우주 실험실도 만들어지고 기업들을 위한 무중력 공장도 건설될 것이다. 그리고 정지궤도보다 더 높은 곳으로 출발하는 탑승장이 들어설 것이다. 지오스테이션에서 또 다른 클라이머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우주탐사선이 출발하는 터미널이 나올 것이다. 우주탐사선 터미널은 지상에서부터 불을 뿜으며 로켓으로 출발했던 우주 탐사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이다.

많은 공학자들이 다양한 구조의 지오스테이션을 상상하고 있다. 육각형 모듈을 이어 붙여 벌집처럼 확장시키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회전하면서 원심력에 의한 인공 중력을 만들어 거주하기 편한 환경을 구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상상력은 우주엘리베이터의 발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우주엘리베이터 건설에 가장 적극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특히 2005년에 만들어진 우주엘리베이터학회가 주축이 되고 일본의 NASA라 불리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까지 나서며 우주에서 케이블 사이를 왕복하는 실증 실험을 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대형 건설사인 오바야시 상사는 2050년까지 우주엘리베이터를 건설하겠다며 구체적인 건설 계획안을 내놓았다. 

  이 건설 계획안에 따르면 몇 가지 기술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케이블로 활용할 탄소나노튜브, 에너지를 공급할 장거리 무선 전력 전송 기술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이 준비된다면 이제 건설사가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이 건설 계획은 이제껏 검토된 방법들을 현실적으로 고려하고 가능한 방법을 선택하여 이미 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의 검토를 마친 매우 진지한 계획이다. 

먼저 화학로켓으로 저궤도(약 300km)까지 건설 자재를 올린다. 국제 우주 정거장을 건설할 때처럼 수십 차례에 걸쳐 로켓으로 화물을 실어 날라 초기 건설 위성을 만든다. 총무게는 125톤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사이 지상에는 위성에 에너지를 전달할 전력 전송 안테나를 건설한다. 이후 지상에서 레이저 형태로 저궤도 위성에 전력을 공급하여 MPD(Magnetic Plasma Dynamic) 엔진을 작동시켜 점점 고도를 높인다. 약 140일이 지나면 위성은 36,000km 고도의 정지궤도에 도달한다. 이때부터 지구와 같은 속도로 회전하게 되고 서서히 위치를 조절해 건설부지 상공에 자리 잡는다. 

위성은 다시 두 개의 임시 클라이머와 한 개의 전력 중계 위성으로 분리된다. 두 개의 임시 클라이머는 각각 지구 방향과 우주 방향으로 서서히 케이블을 내려뜨리면서 이동한다. 무게 중심은 항상 정지궤도에 있도록 조절해야 한다. 나머지 전력 중계 위성은 지상에서 전달되어온 전력을 받아 두 임시 클라이머에게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240일이 지나면 지구 방향으로 내려간 임시 클라이머가 지표에 도달하게 되고 때마침 건설 완공된 지구 포트와 케이블을 연결한다. 우주 방향으로 올라간 임시 클라이머도 그 자리에 멈춰서 그 자체로 무게추가된다. 지구 방향에서는 제대로 된 첫 클라이머가 케이블을 싣고 우주로 오른다. 첫 번째 클라이머가 추가 케이블을 설치하면서 12,000km에 다다랐을 때 두 번째 클라이머가 지구 포트에서 출발한다. 이런 식으로 총 8대의 클라이머가 동시에 올라가면서 케이블을 보강한다. 클라이머의 전력은 지상의 전력 전송 안테나가 담당한다. 클라이머는 정지궤도를 넘어 무게추가 있는 곳까지 18년 5개월 동안 510번을 왕복하며 주 케이블을 완성한다. 이후에는 정지궤도에 지오스테이션을 건설하기 위해 화물을 실어 나르기 시작한다. 지오스테이션은 약 4,000톤의 구조물로 설계되었으며 약 1년 6개월 동안 6대의 클라이머가 상시 오르내리며 꾸준히 화물을 실어 나른다. 드디어 건설 시작 20년 즈음, 지오스테이션의 초기 모형이 완공된다. 이후 화성 중력 센터, 달 중력 센터, 저궤도 위성 센터 등 부가적인 시설이 건설된다. 

이 모든 과정이 미래에 그대로 시행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개발될 수 도 있고, 이 과정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다른 변수들에 의해 처음부터 다시 계획될 수 있다. 어찌 보면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극히 현실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에서 이 SF 같은 이야기를 진지한 시각으로 다룬 것만으로도 별나다는 말을 들을만하다. 사실 이보다 앞서 2005년 일본의 또 다른 대형 건설사인 마에다 건설은 ‘판타지 사업부’를 만들어 이와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이 사업부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마징가 제트의 지하 기지’ 건설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계산한 것이다. 애니메이션 속 로봇, 마징가 제트의 실제 크기, 무게에 따른 지하 기지 건설 장소와 땅을 파고 기지를 건설할 때 드는 시간과 비용을 철저히 건설사의 입장에서 ‘견적’을 뽑아 이것을 책으로 펴냈다. 책의 내용은 사뭇 진지하며 열정적이다. 2탄은 기차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우주 레일’ 건설이다. 머릿속 상상력을 현실에 투영한 실속 없는 두 건설사는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다. 이들의 노력은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다양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포용하는 시도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우주엘리베이터는 어쩌면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보다 순수한 상상력이 먼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주엘리베이터의 건설 과정

         

         

     

     

떨어지지 않고 안전할까?


  공포영화에서 가장 먼저 죽는 사람은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이다. 이런 공포 영화의 법칙은 실제 엘리베이터 사고에서도 적용된다.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은 아주 위험하기 때문이다. 구조대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우주엘리베이터는 어떨까?

만약 비행기처럼 비상시에 안에서 문을 열 수 있다면 문을 열기 전에 모든 탑승객이 재빨리 우주복을 착용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NASA에서 제안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상시에도 문을 열지 못하게 설계될 가능성도 있다. 클라이머의 탑승 모듈이 통째로 분리되어 지상으로 천천히 낙하하거나 가까운 우주정거장 등으로 유도하여 대피할 수 있게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모든 엘리베이터에서는 문을 억지로 열지 말고 기다리는 게 안전한 셈이다. 

우주엘리베이터는 어떤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케이블이 끊어지는 경우다. 충돌로 케이블이 끊어지는 경우로는 항공기와의 충돌, 수많은 인공위성들이나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운석과의 충돌 등이 있다. 이런 물리적인 충돌을 위해 케이블에 보호 가드나 안전케이블을 따로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우주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은 최소 수천가닥의 섬유가 꼬아진 칼국수 면발 모양으로 만들어질 예정인데 단면을 줄이고 강도를 늘리는 리본 구조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비교적 작은 물체와의 충돌은 흡수하거나 견뎌낼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좀 더 큰 물체와의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서 클라이머 본체와 여러 곳이 따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충돌로 케이블이 끊어진다 하더라도 곧바로 낙하하거나 우주로 던져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클라이머에 연결된 모든 케이블이 끊어져도 일정한 간격마다 옆 클라이머의 케이블끼리 사다리처럼 연결되어 있어 비상시 케이블을 갈아타거나 탈출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줄 것이다. 순식간에 불이 붙어 탈출할 새도 없이 폭발하는 로켓을 타고 가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인다.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는 문제는 좀 더 비중 있게 연구되고 있다. 생각보다 빠른 속력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고도에 따라 다르지만 상대속도를 고려하더라도 시속 수만 km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고 있다. 총알보다 훨씬 빠른 속력이다. 아직은 그 개수가 수만 개 정도로 많지 않아 충돌 가능성은 낮지만 앞으로 위성이 급속도로 증가할 경우 위성끼리 충돌로 인해 그 개수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위성이 비슷한 장소에서 출발하는 로켓에 의해 옮겨지고 있어서 위성들의 위치도 몰려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따라서 부지 선정 과정에서 이러한 장소들을 고려하면 충돌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우주 쓰레기 제거를 위한 기술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로켓 발사를 위해서도 쓰레기부터 치워야 하므로 미래에 우주엘리베이터가 지어질 무렵에는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충돌뿐 아니라 화학적인 이유로 케이블이 부식되는 경우도 예상된다. 낮은 고도에서는 대기 중 산소와의 상호작용으로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 이것은 지상으로부터 수십km까지 케이블의 표면을 금이나 니켈 등으로 도금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미 로켓에도 적용된 기술이다. 돌풍이나 폭풍, 우박 같은 기상현상으로 인한 손상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것은 지상으로부터 5km 정도 높이까지 케이블의 두께를 늘려 상대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주엘리베이터는 정말 안전할까?

비행기가 아직 발명되지 않은 1900년대 초반. 사람들은 무거운 금속으로는 비행기를 만들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사 비행기가 발명되어도 떨어질 위험이 커서 아무도 비행기를 타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발명 초기에는 소수의 훈련받은 엘리트들만 비행복을 입고 탑승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비행기는 지상에 딱 붙어 다니는 자동차보다도 훨씬 안전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만 대의 무거운 금속으로 만든 비행기가 떨어지지 않고 하늘을 안전하게 잘 날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비행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행기를 날게 한 과학기술도 그만큼 믿고 있다.

지금의 우주엘리베이터 아이디어를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에 올라가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게 높이 케이블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정말 안전할까? 우리는 100년 전 비행기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다시 우주엘리베이터의 안전을 걱정해야 할까? 아니면 100년 후 우주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를 일상처럼 여행하게 될 미래를 꿈꿔야 할까?



     

 도대체 언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지금도 만들고 있다. 다만 좀 작다. 매년 우주엘리베이터 클라이머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나사의 지원을 받아 하늘에 헬륨 풍선을 띄워 케이블을 연결하고 이를 올라가는 클라이머를 만드는 대회다. 2009년에는 1km 높이의 케이블을 연결하고 대회를 치렀다. 현재까지 대회 신기록은 1,200m다. 롯데타워의 두 배가 넘는 높이다.

우주에서도 이 노력은 끊이지 않는다. 탄소나노튜브가 우주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 실험하고 있고 방사선, 자외선, 산소와 반응 등을 실험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소형 위성을 이용해 우주에서 케이블을 연결하고 둘 사이에서 클라이머가 이동하는 실험도 수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이렇게 주구장창 실험만 하고 있는데 언제 만드냐고 할지 모른다. 사실 우주엘리베이터는 몇 가지 큰 장벽이 해결되어야 가능하다. 케이블 문제도 있고 예산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 기간을 20년 정도로 잡고 있다. 그런데 이 기간에는 케이블 개발 기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케이블이 준비된 상태에서 20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그러니 돈은 둘째치고 결국은 케이블이 만들어지는 것이 관건이다. 

그럼 대충 언제라고 예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과학의 역사에서 항상 그렇듯 발견은 우연히 나타난다. 탄소나노튜브를 발견한 것도 그렇고 이것을 좀 더 길게 만들기 위한 기술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언제라고 말하기는 정말 어렵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소재가 개발되고도 실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20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 

라이트 형제는 1903년 가솔린 기관을 달고 고작 12초 동안 최초로 하늘을 날았다. 탄소나노튜브 10cm와 비견되는 일이다. 그리고 1958년, 드디어 미국의 팬암(Pan Amerian) 항공사가 최초로 뉴욕-파리 간 대서양을 가르는 상업 노선에 취항하였다. 55년 만이다. 그동안 두 번의 전쟁이 비행기의 개발에 돌파구가 되는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우주엘리베이터가 가진 극한의 환경과 정밀한 기술 필요성으로 볼 때 비행기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우주엘리베이터는 한 나라가 투자해서 건설할 정도로 값싼 건축물이 아니다. 적어도 수십 개국이 돈을 모으고 의견을 모아서 건설에 합의해야 진행할 수 있는 특별한 구조물이다. 돈이 많이 들어가고 건설기간이 오래 걸리는 이런 프로젝트는 먼저 시작하는 국가가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게임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케이블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늦는다고 지적한다.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고 복잡한 설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리적으로 우주엘리베이터는 실행 가능하다. 현재의 과학 수준을 뛰어넘는다면 상상력으로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주엘리베이터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아서 클라크는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우주엘리베이터는 세상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를 비웃지 않는 때부터 50년 후에 만들어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이 책이 비웃지 않게 될 ‘그 시기’를 앞당겨 주기 기대한다.


이전 09화 3.3 우주엘레베이터의 구조와 원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