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4.2 우주 관광




관광업체 부스


쇼핑몰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많은 관광 회사들의 사무실이 줄지어 있다. 관광용 클라이머인 스페이스 익스플로러 탑승권을 판매하는 회사는 앞쪽으로 좁은 공간을 차지하며 분주하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고, 몇 달짜리 크루즈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은 뒤편으로 커다란 공간에 여유 있는 테이블을 두고 고급스러운 복장의 종업원들이 반듯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지나치는 스페이스 익스플로러 사무실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상담을 하고 있다. 사무실 앞 디스플레이에는 다양한 상품 카탈로그를 보여주고 있다. 회사마다 상품의 구성이 달라 이 모든 상품을 비교하는 것은 힘들지만, 대략 어디까지 올라갈지 고도를 고르고 그곳에서 어떤 것을 체험할지 고르는 식이다. 예를 들면 가장 간단한 80km를 오르는 상품에는 당연히 우주 유영과 같은 옵션을 둘 수 없는 식이다. 이렇게 상품이 다양해서 이것을 입맛에 맞게 검색하고 정할 수 있는 키오스크처럼 생긴 단말기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다른 여행과 다르게 이 우주 상품들은 몇 가지 상품을 제외하고는 당일 탑승 가능한 상품이 아니다. 여행사의 사무실에는 모두 예약을 위한 관광객들이며 예약 날짜에 다시 이곳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도 로켓을 이용한 우주여행을 위해 며칠씩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에 비하면 준비 없이 가는 우주여행의 편리함이 많은 사람들을 이곳 테이블에 앉게 했다. 머지않아 당일 탑승 가능한 스페이스 익스플로러 상품도 매진될 것처럼 보인다. 전광판의 남은 표가 이제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저궤도 투어


(카탈로그 삽화-일출, 일몰, 자유낙하 투어, 스카이다이빙, 열기구 등등)

하루에 8번 운행하는 저궤도 투어 상품은 80km와 200km 높이를 오르는 두 가지 상품이 있다. 스페이스 익스플로러 상품 중 가장 저렴한 상품은 아침 10시 출발하는 80km 상품으로 오르는데 1시간 정도 걸리며 상공의 임시 전망대에 내리거나 클라이머에서 경치를 30분 감상하고 다시 내려오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몇 가지 옵션투어가 있는데 이른 아침에는 일출을 보는 상품과 저녁에 일몰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디너 크루즈 상품도 있다. 디너 크루즈 상품은 올라가며 일몰을 보고 간단한 이벤트를 즐기고, 천천히 내려오면서 근사한 풍경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상품이다. 비정기적으로 단체 스카이다이버를 위한 운행도 가능하며 훈련된 사람들을 위해 전문적인 자유낙하 투어도 가능하다. 자유낙하 투어는 우주복을 착용하고 클라이머 본체에 매달려 밖으로 나가 클라이머와 함께 떨어지는 것이다. 클라이머도 떨어지고 매달린 사람도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안에 탄 사람이나 밖에 매달린 사람 모두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밖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 느끼는 스릴이 더 클 것 같다. 사실 지표면에서 자유낙하와는 조금 다르다. 낙하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떨어지면서 서쪽으로 약간씩 치우친다. 이 때문에 케이블에서 이탈하지 않게 클라이머에 고정되어 클라이머와 함께 낙하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유낙하 상품의 경우 50초 정도 낙하하는데 지상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시간이다. 높이로는 약 1km 남짓을 낙하하며 후반에 속력을 줄이는 시간까지 합치면 약 10분이 걸리는 이 상품은 예약이 1년이나 밀려 있다.

일몰 투어에는 멋진 이름이 붙어 있는데 ‘대지의 그림자(The shadow of the earth)’다. 이 장면은 아마도 지표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체험일 것이다. 서쪽 하늘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때, 클라이머를 타고 50km 정도 근방에 올라가 잠시 멈춘다.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아직 있는데도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지구포트는 벌써 밤이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클라이머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상식 발표전 긴장되는 순간에 드럼이 빠르게 연주되는 효과음이다. 드럼을 치는 진동수가 빨라지면서 순간 저 아래 케이블에 그림자가 점점 위로 올라온다. 이곳의 높이를 고려했을 때 매우 빠른 속력이다. 드럼의 효과음이 최고조에 다랄 때 그림자는 점점 빠른 속력으로 다가와 순간 클라이머를 덮어버리고 드럼의 진동수는 점점 낮아진다. 그림자는 위쪽 케이블도 빠른 속력으로 지나친다. 케이블이 온통 그림자 속에 들어갔을 때 드럼 연주가 서서히 줄어들고 뒤이어 드뷔시의 피아노 연주곡 ‘달빛’이 나지막이 흘러나온다. 이제야 우리는 어둑해지는 밤이 되었음을 느낀다. 21세기에 활동했던 SF작가 테드 창은 이 현상을 미리 예견하고 멋지게 표현했다. 

‘밤이란 하늘을 향해 드리우는 대지의 그림자이다.’


밤이란 하늘을 향해 드리우는 대지의 그림자

로켓을 이용하는 우주여행에 비해 우주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많은 장점이 있다. 로켓은 빠르게 날아가다 포물선 운동하는 2∼3분 정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며 우주 구경을 잠시 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우주엘리베이터는 무중력 멀미 없이 평소처럼 가만히 앉아서 멋진 창밖의 경치를 여유롭게 볼 수 있다. 또 로켓을 이용해 우주 정거장과 같은 곳에 도달한다 해도 거의 1시간 주기로 밤낮이 바뀌지만 우주엘리베이터는 지구와 같이 자전하므로 천천히 지구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위로는 수많은 별을, 아래로는 지구의 멋진 모습을 보며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편리하게 아무런 준비 없이 출발해 고작 한 시간이면 즐길 수 있는 이런 우주여행은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이보다 더 높이 고도 200km를 오르는 상품이 있다. 2시간을 오르는 이 상품의 특징은 80km 상품보다 조금 더 안락한 공간에서 여유롭게 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고고도 클라이머들은 덩치도 크고 속도도 빠르지만 이코노미나 비지니스 좌석에는 이렇게 여유 있게 밖을 볼 수 있는 창문이 없다. 저궤도의 관광용 클라이머는 느리지만 커다란 창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이다. 그리고 200km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대기권 중 열 권에 전망대가 있다는 점이다. 이 높이는 지구의 아름다운 대기권을 관찰할 수 있고 일몰과 일출도 더욱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또 양극 지방으로 시선을 돌리면 오로라를 옆에서 지켜볼 수도 있다. 별도로 이 상품은 전리층을 통과하므로 방사선을 막을 수 있는 옷을 입어야 한다. 또 이 높이의 가장 큰 장점은 우주를 더욱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를 덮고 있는 푸른 대기층과 함께 쏟아질 듯 박혀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식사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이것보다 멋진 경험은 없을 것이다. 

200km 상품의 최고 이벤트는 별똥별 이벤트이다. 우주엘리베이터 건설 초기 일본의 한 벤처기업이 창안한 것으로 우주에서 쇠구슬을 떨어뜨려 이것이 대기 중에서 빠르게 낙하하면 마찰열로 타오르면서 유성이 되는 것이다. 주로 저녁 시간에 지구로 귀환하면서 자신만의 별똥별을 만들기 이벤트가 진행된다. 별똥별에 이름도 쓰고 안에 편지나 사연, 꿈, 희망을 적고 100년 전에나 쓰던 열쇠로 잠근다. 그리고는 출발하고 나서 몇 분 후 아래로 낙하시킨다. 어두운 밤하늘 덕에 쇠구슬의 낙하는 잘 볼수 없지만 10여분 후 케이블에서 멀리 떨어진 밤하늘에서 별똥별이 길게 궤적을 그리며 반짝이다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지상에서도 볼 수 있는데 지구 기지의 호텔의 창가에서 하늘을 보면 마지막 스페이스 익스플로러 도착시간 한두 시간 전쯤부터 해상기지 반대편 하늘에서 줄기차게 보인다고 한다.     




맛보기 1일 투어

     

스페이스 익스플로러가 아닌 진짜 클라이머를 이용한 관광상품은 북적북적한 여행사가 아닌 조금 더 품위 있는 여행사에서 다룬다. 이들 여행상품에는 해상터미널까지 이동하는 전용 차량과 가이드가 동반되며 상품에 따라 별도 가이드가 붙는다. 그중 가장 저렴한 상품을 소개해 달라고 하니 AI 비서가 이 상품을 소개해주고 홀로그램을 띄워준다.

'맛보기'라는 말이 조금 낯설다. 이전까지 본 스페이스 익스플로러는 맛조차 보지 않은 상품인 것일까? 400km를 오르는 상품으로 유일하게 무박 상품이라 맛보기라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이 상품은 우주를 다녀왔다는 인증을 주는 가장 낮은 고도의 상품이다. 400km라는 고도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속으로 올라가는 진짜 클라이머에 탑승해 전망대에서 반나절을 지내고 돌아오는 상품으로 분명 관광용 클라이머를 탑승하는 것과는 체험 자체가 다른 상품이기도 하다. 이 고도에서는 중력이 조금 작아진 차이가 몸으로 체감된다. 약간 몸이 조금 가볍게 느껴지며 클라이머에서 내려 걸어서 전망대로 이동할 때 저마다 발걸음이 어색해진다. 전망대에서는 지구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차와 식사를 하거나 몇 가지 투어를 할 수 있다. 먼저 로켓을 타고 무중력 상태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지구를 40분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다. 지구를 도는 로켓 안에서는 지구의 중력과 원심력이 평형을 이뤄 무중력 체험을 할 수 있다. 간단한 선외 체험도 할 수 있다. 요즘 인싸에서 난리라는 '우주 테라스'체험이다. 전망대 위층에는 테라스가 있어서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루프탑 카페에 나가듯이 문을 열고 나가면 우주 전망의 테라스를 경험할 수 있다. 테라스 안전 바에 고리를 걸고 전망대를 한 바퀴 돌면서 까만 우주와 파란 지구를 번갈아 바라보면 그보다 신비로운 경험은 없을 것이다. 4시간이 지나면 내려오는 클라이머에 탑승해 해상 터미널로 돌아간다. 아쉬운 점은 이코노미 좌석을 구입할 경우 클라이머에는 창문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물론 벽에서 디스플레이로 외부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것은 그저 모니터 화면일 뿐이다. 



알뜰형 3일 투어


AI는 맛보기를 추천했지만 다른 상품도 알고 싶어서 물어보니 다음 상품부터는 별도로 안에서 안내를 받으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담당 직원이 따라붙어 상품 설명을 해준다. 알뜰형 3일 투어는 이전의 맛보기와는 급이 다른 모양이다.

이 상품은 우주에서 3일을 머물면서 몇 가지 긴 체험을 할 수 있다. 3,900km 높이의 화성 중력 센터를 방문하는 상품이며 체험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직원은 테이블에서 홀로그램을 켜서 각각의 상품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이 상품은 비지니스와 퍼스트클래스 좌석과 연계되어 있어 일단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클라이머에서 머무는 시간이 꽤 길다. 3,900km 고도를 오를 때 약 18시간, 내려갈 때 15시간 정도를 클라이머에서 머물러야 한다. 3일 중 거의 이틀을 클라이머에 있어야 하니 직원도 이 상품보다는 조금 더 투자해서 실속형 7일 상품을 추천한다. 

3,900km에는 화성중력센터가 있다. 화성 중력 센터는 지구 중력의 1/3 정도의 중력을 받는 곳으로 전망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화성 연구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화성에서 가능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들을 하고 있다. 화성에서의 건설, 주거, 농업 등등 인간의 이주를 대비한 여러 실험이 행해진다. 이곳에서도 유명한 '우주 테라스' 체험을 할 수 있는데 풍경은 사뭇 다르다. 배경으로 나오는 지구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영상을 보고 고도를 맞출 수도 있다. 이곳의 풍경은 지구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 때문에 우주탐사선에 온 것 같은 몰입감이 있다. 걷는 것도 많이 어색하여 우주복을 입고 아장아장 걷는 것은 영상을 남기는 재미도 있다. 이곳에서 무중력 체험과 화성 중력 체험, 우주 테라스를 체험하면 훌쩍 하루가 지나간다. 그리고 우주에서의 그럴싸한 하룻 방을 보내면 다음날 점심에 내려가는 지구행 클라이머가 도착한다.



실속형 7일 투어

     

직원은 이 상품이 베스트셀러라고 했다.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최소의 조건을 갖고 있으며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아 목적지에 온전히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달중력센터의 경우 숙박시설이 조금 더 넓고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일러주었다. 

고속 클라이머를 타고 8,900km를 꼬박 하루남짓 걸려 올라가서 5일을 머무는 상품이다. 작용하는 중력이 지구의 1/6 정도인 달의 중력과 같은 곳으로 달과 관련된 연구시설과 실험시설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재미있는 것은 '달 파크'가 있어서 마치 달에 온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도록 달의 환경과 거의 비슷하게 해 두었다. 공간이 크진 않지만 그 유명한 1969년의 달착륙 발자국과 깃발, 달 탐사선을 그대로 재현해 두었다. 이곳에서 영상을 찍으면 진짜 달에 다녀온 것과 구분할 수 없다. 

달 파크에서 유명한 것은 '문 워터'라는 작은 수영장이다. 홀로그램에서 재생된 영상 속 수영장은 워터파크라고 불리기 민망할 정도로 작다. 물론 우주에서 물을 이만큼 볼 수 있는 것도 꽤 신기하고 물을 여기까지 수송하는데 든 노력을 생각하면 이 수영장은 인류가 만든 가장 비싼 수영장일 것이다. 달에 이것과 같은 수영장을 만들려면 아마 수만 배나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다. 이곳에서는 달의 중력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돌고래처럼 물 위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뛸 수 있고, 다이빙을 하면 물방울이 10m 이상씩 튀어 올라 느리게 떨어지므로 수영장이 온통 물방울로 가득하게 된다. 그리고 오리발을 신고 물 위를 걸을 수 도 있다. 물 도마뱀처럼 물 위를 걷는 것은 문 워터 이용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이라고 한다. 달 파크 이외에도 몇 가지 체험 상품이 있지만 실속형 상품은 기본적으로 달 중력센터 호텔에서 머물면서 휴가를 즐기는 상품으로 호텔의 여러 시설들을 이용한다고 한다. 


문 워터 수영장과 달 중력센터 호텔 

  직원은 호텔의 스포츠 센터 체험 영상을 재생해주었다. 이곳에서 탁구와 농구가 인기가 있다며 홍보영상 속 가이드는 호텔로 안내한다. 고작 탁구대 1개와 농구골대 1개만 있지만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걸 구경하고 있다. 탁구는 지구에서 처럼 쳤다간 서브부터 직선으로 날아가 버린다. 아주 살살 힘겹게 네트를 넘기기 힘들다. 게다가 몸을 재빨리 움직이려면 바닥의 마찰력을 이용해야 하는데 몸무게가 적게 나가다 보니 힘만 주면 몸이 떠서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다. 농구는 자유투를 넣는 체험인데도 정말 넣기 힘들다. 조금만 힘을 주면 대기권을 돌파할 기세로 날아간다. 가이드는 아주 적당히 살살하라고 코치를 해주지만 들으나마 다한 조언이다. 대부분 골대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가족형 디럭스 14일 투어

     

여유가 되면 다른 상품을 살펴보라고 홀로그램을 켜주고 간 직원 덕에 더 고급 여행상품을 둘러볼 수 있었다. 가족형 상품은 꽤 긴 시간 동안 우주에 머문다. 이 상품은 몇 가지를 선택해서 조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화성이나 달 중력센터에서 며칠 머물지 선택할 수 있고, 23,750km의 '저궤도 위성 투입 게이트'에 정차하여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이곳에서 발사하는 인공위성은 지구로 떨어지다가 300km 고도에 이르렀을 때 감속하면서 저궤도에 진입한다. 이렇게 하는 방법이 300km에서 발사해 빠른 속도로 가속시키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한다. 물론 높은 고도까지 위성을 들어 올려야 하지만 당연히 지상에서 커다란 로켓에 실려 궤도에 오르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이다. 커다란 연료를 가득 채운 로켓 없이 가벼운 위성 본체와 약간의 추진체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로켓에 관심이 없다면 곧바로 지오스테이션으로 향하면 된다. 드디어 36,000km 정지궤도에 오른다. 완전하게 무중력 상태이며 이제껏 본 우주 구조물 중에 가장 큰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연구실이나 공장, 호텔, 발전소, 터미널 등 도시 같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지상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화물들에 의해 지금도 확장되고 있으며 관광객은 투어 상품을 즐기거나 호텔에서 지낼 수 있다. 몇 년 후에는 무중력 멀미가 심한 관광객을 위해 인공중력 호텔도 지어진다고 한다.     

지오스테이션

지오스테이션은 우주엘리베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이다. 50여 년 전 로켓으로 처음 이곳에 온 모듈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는데 당시 싣고 온 케이블의 롤이 전시되고 있다. 당시 케이블은 지금도 우주엘리베이터의 한 라인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자동으로 케이블을 내렸던 장소는 G0 모듈로 현재 지오스테이션은 G0모듈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퍼져나가 지름이 수 km에 이른다. 

홀로그램이 보여주는 지오스테이션의 외부 모습은 벌집처럼 보인다. 육각형의 초기 모듈에 주변으로 많은 건축물들이 지어지면서 빽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오스테이션의 건축물들은 중력을 생각지 않고 만들기 때문에 지붕이나 기둥과 같은 구조물 없이 벽이 기둥이자 지붕의 역할을 한다. 특별히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과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공장이나 실험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데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은 기체의 압력을 견뎌야 하므로 두껍고 튼튼한 구조를 갖고 있다. 

지오스테이션에도 터미널이 있는데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 이곳에서 소형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다. 인기 있는 상품은 거대 태양광 발전소를 돌아보는 것이다. 지오스테이션의 상부에는 거대한 태양광 패널 단지가 있다. 십여 km에 이르는 이곳을 가로지르면서 멀리서 지오스테이션을 바라보고 돌아오는 상품이다. 이 상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이 우주선이 1980년대 발사되었던 미국의 우주왕복선 스페이스셔틀의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관광지에서 마차를 타는 것이 관광상품이듯이 이곳에서는 스페이스 셔틀이 마차 역할을 하는 셈이다.




VIP 상품

     

마지막으로는 초고가 상품이 기다리고 있다. 이왕 알아보는 김에 AI에게 초고가 상품을 보여달라고 하니 뚝딱 웅장한 음악과 함께 홀로그램이 테이블 위에 솟아 나온다. 등장부터 럭셔리한 홀로그램은 클라이머의 VIP룸으로 안내하더니 여행 내내 우주를 볼 수 있는 커다란 유리창이 달린 거실과 사치스러운 욕조, 매시간 최고급 요리가 차려지는 식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오스테이션의 최상층 룸과 원하는 모든 투어를 전용 가이드와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특별히 이 상품은 지오스테이션 위로도 올라갈 수 있다. 물론 가이드와 동행하여야 하는데 지오스테이션 위로는 상업 구간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은 올라가지 못하지만 이것도 VIP는 예외이다. 2일 정도 고속 클라이머에 탑승하면 57,000km의 화성 터미널이 나온다. 이곳은 우주엘리베이터의 원심력을 이용해 태양계 탐사선이 발사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발사된 탐사선은 화성까지 갈 수 있는 속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름 붙여졌다. 이곳에서 극소수의 선택된 사람만이 탐사선 발사 장면을 지켜볼 수 있다. 탐사선이 발사대에서 아득히 멀어질 때까지 차를 마시면서 우주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좀 더 모험심이 있다면 펜트하우스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약 96,000km의 펜트하우스는 아직도 공사 중이지만 우주엘리베이터의 끝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와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상에서 쉬지 않고 올라와도 보름 이상 걸리는 아주 먼 거리다. 커다란 공장 구조물과 몇 개의 터미널, 탐사선의 발사대 등이 있으며 지오스테이션 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많은 모듈이 달려 있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의 질량이 잘 계산되어 있어 이 우주엘리베이터의 균형을 잡아주는 질량추의 역할을 한다. 



기념품

     

VIP 투어까지 돌아보려면 우주에서 몇 달을 머물러야 한다. 며칠 휴가를 내기도 힘든 일반인들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 당연하고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갑부를 위한 상품이다. 쓸쓸한 마음으로 여행사를 나오면 쇼핑센터 입구가 나온다. 일반 백화점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이곳은 우주여행을 예약하고 빈손으로 돌아가기 아쉬운 갑부들을 위한 곳인 듯하다.

쇼핑센터에는 과학관 기념품을 파는 곳이 있다. 우주엘리베이터를 타고 왔다는 인증서를 담을 수 있는 가방이나 액자, 클라이머 모형, 지오스테이션까지 보여주는 홀로그램 시계, 클라이머 그림이 그려진 셔츠와 바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오래된 책들도 보인다. 요즘엔 잘 읽지 않는 종이책은 기념으로 하나 사갈 만 하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서 클라크의 '낙원의 샘'이다. 1979년에 발간된 이 책은 우주엘리베이터의 건설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이 책에서 예측한 많은 사건들이 현실의 건설과정에서 그대로 나타나기도 했다. 

바로 옆 꼬마는 클라이머 모양의 손목시계를 보고 있다. 시계를 들어 올리면 홀로그램 클라이머가 출발하면서 시간을 알려준다. 꼬마는 시계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엄마 얼굴을 살피고 있는데 엄마가 가격을 보고는 아이의 손을 끌고 나가 버렸다. 가장 많이 사가는 기념품은 클라이머가 탄소나노튜브 케이블을 타고 오르내리는 상품이다. 이걸 테이블에 놓고 버튼을 누르면 천정까지 우주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진다. 둘 사이 연결된 탄소나노튜브 케이블을 따라 클라이머가 오르내리는 홀로그램이 재생된다. 레이저가 비출 때마다 안보였던 케이블이 보이면서 집에 놓아두고 볼 만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그 밖에도 우주에서 먹고 있는 우주식량과 음료, 클라이머 조립 모형 등이 잘 팔린다고 한다.





이전 11화 4장 우주엘리베이터의  미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