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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Dec 27. 2018

(책소개)『왜 직원 수가 늘어도 성과는 늘지 않을까?』

파킨슨의 법칙 리뷰

[서평]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 노스코트 파킨슨, 김광웅 옮김, 이원종 서평



경영서를 한권 읽어야겠다는 아주 가벼운 이유로 집어든 책인데, 사실 그 시점에서는 그 유명한  '파레토의 법칙'인줄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작 파킨슨이란 이름은 '파킨슨씨 병'으로 더 유명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책을 접한 이상 파킨슨의 법칙이 무엇인지는 알아야겠다. (이 책을 옮긴이에 따르면) 정부 행정이나 기업 조직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조직생활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사실에 근거해 재미있고 지혜롭게 보여주고 있다. 총 10가지의 법칙 혹은 상관관계를 제시하는데 파킨슨의 법칙도 그중에 한 가지이다. 

 파킨슨의 법칙은 그 정의가 통일되어있지 않은 듯 하지만, 이 책의 정의를 따르자면 '일의 양과 공무원 수(직원 수)의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항상 함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정의의 특성상,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예시가 필요할 것이다.


- 한 예로 한가한 노인은 조카한테 엽서를 쓰고 부치는 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엽서를 찾는데 1시간, 주소를 찾는데 30분, 편지를 쓰는 데 1시간 15분을 쓴다. 그리고 엽서를 부치러 나가는 길에 우산을 들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느라 20분을 보낸다. 부지런한 사람은 3분이면 끝낼 수 있는 일을 이런 식으로 질질 끌면, 다른 사람들을 의문과 불안에 빠뜨려 결국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 (24쪽)



파킨슨은 일하는 시간, 특히 서류 업무에 드는 시간은 충분히 조절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전체 공무원 수의 증가는 정확히 파킨슨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업무량의 증가와 상관없이 조직의 인원은 매년 5.75% 증가한다는 사실을 통계자료를 통해 입증하며, 그것을 수식으로 만들었다. (x = (2k^m + l) / n, 각 변수가 무얼 뜻하는지 궁금한 분은 책을 읽기를 권장) 

중요한 것은 왜 이렇게 되는가 하는 요인이다. 첫째, 관리자는 부하직원을 늘리려 하는 반면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점. 둘째, 관리자는 서로를 위해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쉽게 얘기해서 관리자는 자신의 업무부담을 줄여줄 부하직원을 두기를 원하고, 부하직원이 생기면 원래의 업무목표와 상관없는 쓸데없는 업무가 생긴다. 이것은 다시 부하직원의 증원을 부르고, 이렇게 부하직원과 비효율적인 업무는 상생한다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3분이면 끝날 편지쓰기 업무를 여러 항목으로 쪼개서 분담하는 것과 같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상황이 되어도 각자의 직원들은 시간이 남지도,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업무량이 줄어들거나 늘어나거나, 아예 없어져도. 



이 책의 7번째 장인 '핵심 인물 가려내기(혹은 칵테일파티의 공식)'는 기억해 두고서 실제로 모임에 참석할 때 관찰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첫 번째,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왼쪽으로 돌기 시작한다. 두번째, 사람들은 중앙보다는 양 측면을 더 선호한다. 더 자세히는 왼쪽 벽에 놓인 테이블이 가장 먼저 채워지고, 그 다음이 제일 뒷부분, 오른쪽,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앙에 있는 테이블의 순서로 손님이 채워진다. 파킨슨은 이것을 생물학적으로 왼쪽의 심장을 보호하고 동굴의 벽을 등진 채 방어태세를 갖추던 선사시대의 본능에 의한 것이라 설명한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조합하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별난 사람으로 볼 수 있겠다. 

 또한 여러가지 근거를 들어 '핵심 인물'의 도착 시간을 파티가 시작된지 45분 후라고 설명하는데, 결론적으로 '칵테일파티의 공식'이란, '파티 시작 후 75분에서 90분 사이, 왼쪽으로부터 6분의5 지점, 입구로부터 8분의 7지점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만나라'는 것이다. 그림으로 그려주면 이해가 더 쉬울텐데, 이쯤해서 파킨슨의 연구에 대해 약간의 회의가 스며드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 외에도 파킨슨은 참 많은 주제에 대해 연구를 했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을 했던 모양이다. 안건 논의에 들이는 시간도 안건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안건에 포함된 예산액에 반비례한다는 주장, 무능과 질시가 어떻게 조직을 마비시키는지에 대한 단계적 고찰, 은퇴시기는 그 연령과 상관없이 회사가 정한 정년퇴직연령으로부터 3년전이 가장 좋다는 연구 등등. 그의 이야기는 분명 학술적이지만, 냉소적이고 풍자적이며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다.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하나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과학이라고 밝혔듯,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과 사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무조건적인 믿음으로부터 벗어나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데 의미를 둘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험을 이렇게 책으로 내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역자의 바람에 공감한다. 


- 주주들이 자유 의지에 따라 기업의 대표이사를 뽑으면, 대표이사가 기업의 하위직에서 능력을 발휘해온 직원을 현명하게 선발하여 책임자의 자리에 앉힐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많은 책에는 이러한 믿음이 분명하게 적혀 있거나 넌지시 암시되어 있다. 하지만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전제가 비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머리말 중)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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