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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Jan 12. 2019

(소설)『꿈꾸는 마리아』

Hypnotizing Maria

[서평] 꿈꾸는 마리아 / 리처드 바크 / 공경희 역/ 이원종 서평 / 웅진지식하우스




우연은 없다. 요즘 들어 점점 더 확신으로 굳어져가는 생각이기도 하고,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우연일까? 이 글을 누군가가 읽고 있다면 그게 우연일까? 아주 기막힌 인연을 만나든, 말도 안 되는 불운을 겪든 그것은 모두 어떤 정확한 법칙에 의해 당연히 일어났어야 하는 일들이다.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 제이미 포브스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 역시 그렇고, 오랫동안 괴로움 속에서 지내다가 불현듯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는 저자 리처드 바크의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약 40년 전, '갈매기의 꿈'을 통해 삶의 목적과 이상에 대해 우리들 각자에게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었던 리처드 바크는 자신의 공군 조종사 경력을 그대로 제이미 포브스에게 입혀놓았다. 제이미는 비행 도중 무전으로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탄 비행기의 조종사가 정신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이름이 바로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마리아 오초아'이다. 조종사는 그녀의 남편이었다. 제이미는 비행 교관 답게 그녀를 잘 이끌어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결국 무사히 착륙을 시킨다. 그녀가 그 절박했던 과정을 가리켜 마치 자기가 '최면에 걸린 듯 했다'고 하자, 제이미는 그 말을 듣고나서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회상은 블랙 스미스라는 이름의 최면술사가 최면을 걸 상대를 찾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제이미는 자원해서 무대에 나갔지만 자신은 절대 최면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최면술사는 별 최면을 거는 시늉도 없이 간단한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그를 계단 아래의 지하방으로 데려간다. 어느새 그 방안에 갇힌 제이미는 아무리 벽을 발로 차고 문을 찾아보아도 탈출할 방법이 없자 당황하게 되고, 그만 빠져나오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그 광경을 관객들은 모두 쳐다보고 있었고, 무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제이미는 다음 날 다른 사람이 최면에 걸려 울부짖는 과정을 보고서야 그 전날 자신 역시 최면에 걸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우연히 만난 디 할록이란 여인은 최면이란 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늘 겪는 일이란 것을 말해준다. 우리의 인생 자체가 최면이라는 사실 역시도. 이 여인은 최면술사 블랙 스미스의 아내였으며, 이미 3년 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이 책의 키워드가 나오는데, 바로 '제시(suggestion)'이다. 최면술사가 최면을 걸 때는 자연스럽게 상황을 제시한다. 그리고 대상자는 그 제시를 받아들이고 인식하면서 최면에 걸리는 것이다. 마늘을 초콜릿처럼 맛있게 먹는 등, 현실과 전혀 다른 체험을 그들은 감각기관을 통해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이 그런 최면에 걸려본 경험이 없다 하더라도, 이와 비슷한 체험은 누구나 한다. 바로 꿈이다. 꿈은 최면과 다르지 않다.



제이미가 서있는 무대는 평지인데 어떻게 계단을 내려가는 것으로 느꼈을까? 그렇게 들어간 방의 문이 왜 갑자기 없어졌을까? 최면술사는 언제 사라진걸까? 물리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한다. 우리 역시 꿈을 꿀 때,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지만 눈치채지 못한다. 간혹 꾸는 자각몽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인다. 즉, 우리에게 '제시'되는 것을 받아들이며 꿈이라는 현실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간다. 깨어나고서야 그 말도 안 되는 현실이 꿈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고있는 '현실'은 어떨까? 이 역시 모두 꿈이고 최면이라고 볼 수 있다. 깨어나면 더 명확해질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깨어나길 원하지는 않는 최면.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제시들을 선택하고, 믿고, 인식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우연은 없다. 우리는 정확히 우리가 선택하고 동의하고 받아들이는 현실을 산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인연들, 겪게되는 일들 모두 우리가 선택한 것이고 우리가 원한 것이다. 그렇다는 생각이 안 들지라도, 우리는 그 의미를 생각하고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 언제나 옳으면서 다행인 것은, 그 모든 우리에게 오는 것들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며,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 "시험 중인 가설이란 게 뭡니까?"
"'우연은 없다'에요."
그는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어떤 종류의 우연이 없다는 거지요?"
디가 대답했다.
"어떤 종류인가는 중요하지 않아요. 예컨대 우리 둘 다 아는 친구가 있다 해도 저는 놀라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만난 이유가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거고요. 전혀." (57쪽)


- 최면이 상대가 받아들이는 제시라면 우리가 보는 세상은 자신이 붓으로 그리는 그림이 아닐까? (77쪽)


- 그러나 제이미가 그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면에 걸리는 데 동의하고 거기에 맞춰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81쪽)


- 우린 몸을 갖고 있지 않아. 그렇다고 계속 상상하는 것뿐이지. 아프거나 건강하거나, 행복하거나 무기력하거나, 생각이 없거나 똑똑하다고 계속 스스로 제시해서 그렇게 되는 거지.' (183쪽)


- '우연한 일들로 만나는 사람들은 내게 교훈을 안겨주고 나도 그들에게 교훈을 주면 좋겠다.' (195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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