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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Jan 15. 2019

『김연아의 7분 드라마』김연아 지음

스무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의 7분 드라마(스무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중앙출판사 / 이원종 서평



나는 자칭 '올림픽 광'이다. 월드컵 역시도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을 하면서 보았지만, 월드컵 시즌보다 올림픽이 열리는 약 한 달 동안 10배는 더 열광하는 것 같다. 그 덕분에 고3 시절의 여름방학도 통째로 올림픽 게임에 헌납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나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서게 된 선수들 하나하나의 사연을 알게 되면, 그 감정이입의 정도는 극에 달한다. 급기야는 마치 그 선수들의 가족인 양 경기장면을 차마 지켜보기 힘든 경험도 하게 된다.

당사자인 선수들의 심정은 그보다 더할텐데, 시합 전 인터뷰의 내용은 거의 한결 같다. "컨디션이 최고입니다.", "믿고 지켜봐 주십시오.", "자신 있습니다." 정말로 자신감에 차있어서 그런건지, 스스로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려고 최면을 거는 것인지 아니면 연출된 인터뷰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나는 그들의 솔직한 심정이 듣고 싶었다.


온 국민의 염원이자 자신의 일생일대의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김연아는 이렇게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김연아의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제가 받게 될 메달의 색깔이 어떤 것일지라도 저는 이미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그 어떤 인터뷰보다 핵심이 정확히 느껴졌고, 그래서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녀는 항상 '이렇게 하면 좋을텐데'라고 말할 만한 것을 알아서 해냈으며, 때로는 그 이상의 행동과 노력을 보여주고는 했다.  



스포츠 스타의 자서전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김연아가 7살 처음으로 스케이트화를 신었던 시절부터, 2010년 1월 올림픽 직전까지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이다. 그간 언론과 방송을 통해서 보고 들었던 모습과는 또 다른 그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느낄 수 있다. 이미 피겨여왕 김연아에 대한 많은 책들이 나온 것으로 안다. 그녀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어 그 성공요소들을 추출한 책들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평가가 아닌 그녀 자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비록 피겨 스케이팅을 보는 법도 잘 모르지만, 열악한 연습시설, 부상으로 인한 고통,  심판의 편파판정, 다른 선수들의 연습방해, 지나친 기대와 부담감에 항상 시달려 왔던 이야기들은 기억하고 있다. 특히 나는 자질없는 심판의 다분히 의도적이고 편파적인 판정에 의해 한 선수의 4년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광경을 볼 때마다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억울한 일을 당한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다음을 기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을 다스리지 못 해서 결국 설욕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상처를 딛고 와신상담하여 재기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지하게 힘든 일일 것이다. 외교 기반이 없고 힘 없는 나라의 선수들은 가장 순수해야 할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이처럼 부당한 일을 겪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그 억울함을 누가 알아줄까!   



김연아 역시 기반이라고는 전무했던 한국의 피겨선수로서 온갖 부당한 일을 겪어 왔다. 안 그래도 부상을 달고 살아왔던 육체적 고통에 더하여, 특히 그녀의 점프에 대해서 늘 감점 판정을 내려왔던 스위스의 한 심판이 내내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만 꾹 참았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고 억울했지만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서 참아냈다. 누군가는 자신도 그렇게 못 하면서, '이렇게 해 주면 좋을 텐데...'라고 바랄 만한, 그 이상의 것을 그렇게 해냈다.  

이 책은 2010년 1월까지의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그 해 2월 대망의 밴쿠버 올림픽 무대에서 마침내 그녀는 금메달의 꿈을 이루었다.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유독 1인자에게 자리를 내어 주지 않았던 올림픽 챔피언의 징크스 대로, 그녀는 시상대 맨윗 자리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그런 결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마음을 비우고 마음껏 자신이 보여주고자 했던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금메달 이외의 결과는 당사자가 아닌 나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텐데도.   



김연아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올림픽이 그녀 인생의 전부는 아니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화려한 김연아의 모습은 분명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수면 아래에서 나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았다. 삶을 살아가면서 세상의 모순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는 억울해하고 원망하면서도 그 위세에 눌리고 꺽이고 좌절하다가 결국은 원래 자신이 뜻한 바를 포기하고 말았던 건 아닐까. 비록 상상 이상으로 힘이 들지라도, 이제는 보란 듯이 이겨내고 싶다. 그 누구도 두말 못할 정도로 깨끗하게, 멋지게. 김연아 처럼.


- 내가 부당한 점수 때문에 흔들려서 스케이팅을 망쳤다면 그것이야말로 나 스스로 지는 결과가 아니었을까. 나에게 닥친 시련을 내가 극복하지 못했다면, 결국 내가 패하기를 바라는 어떤 힘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지지 않았다. 시상대 위에서 바라본 두 일장기 사이에 높이 떠 있는 태극기. 그런 순간들을 이겨냈기에 이 자리, 이번 금메달이 더욱 값지게 여겨졌다. 무언가가 아무리 나를 흔들어댄다 해도 난 머리카락 한 올도 흔들리지 않을 테다. 김연아, 파이팅! (본문, 2009년 12월 도쿄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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