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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Jan 30. 2019

(서평)『생의 수레바퀴』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생의 수레바퀴 :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 이원종 서평



'인생수업', '사후생' 등의 저작과, 죽음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통해 그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일생을 보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자전적 일대기이다. 엘리자베스는 이 글을 쓰고있던 당시 이미 뇌졸중으로 여러번 쓰러졌던 상태였으며,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저서가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스위스의 한 평범한 가정에서 900g의 미숙아이자 세 쌍둥이 중 하나로 태어났던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졌고, 그로 인해 인생의 의미를 그토록 간절히 찾아 헤맸다. 그녀에게는 고난의 연속이었던 일생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일깨워준다. 


1926년 스위스에서 태어났으나 의학공부를 하다가 만난 미국인 매니와 결혼하여 미국으로 건너간 엘리자베스는, 처음으로 에이즈 환자를 만나면서부터 '자신의 일생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돌보도록 정해져 있었던 것'이라는 사명을 받아들였다. 1985년 에이즈에 감염된 어린이들을 입양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는 주민들의 표적이 되어 온갖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채널링을 통해 영혼과 접하기도 하고 유체이탈 등 여러 영적 체험을 겪은 그녀의 이야기를 남편은 이해할 수 없었고, 결혼 생활도 순탄치 않게 되어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화재로 인해 집과 함께 그녀가 모아온 모든 자료들이 불타 없어져버렸던 순간도 있었다. 그 이후 뜻하지 않게 뇌졸중이 발작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을 고통 속에 보내야 했던 그녀의 삶은 차분한 그녀의 저작들과는 달리 의외로 가혹하게 느껴졌다.


-  (13쪽)사람들은 늘 내게 죽음이 뭐냐고 묻는다. 죽음은 정말 멋진 것이라고 나는 대답한다. 죽음만큼 쉬운 일은 없다고. 오히려 삶은 가혹하다. 삶은 어렵고, 힘든 싸움이다. 삶은 학교에 다니는 것과 같다.많은 숙제가 주어진다. 배우면 배울수록 숙제는 더 어려워진다. 집에 일어난 불은 그런 숙제의 하나이자 배움의 시간이었다.



그녀는 이미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우리가 죽고 나서 육체라는 허물을 벗고 근원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도 멋지고 황홀한 체험임을 역시 깨달았다. 죽음만큼 멋진 체험은 없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발작이 시작되고 남에게 의지해서 생활할 수 밖에 없게 되었을 때부터 죽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죽음을 앞당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고난의 삶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죽는 그 날까지 삶을 이어가야 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296쪽)삶의 유일한 목적은 성장하는 것에 있다. 우연은 없다




우리는 역경을 통해 교훈을 배우고 성장한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고통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며, 지금의 생에서 그것을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그것을 배우기 위해 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죽음은 이 삶에서 고통도 번뇌도 없는 다른 존재로 이행하는 것일 뿐이며, 가장 큰 과제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 영원히 사는 것은 사랑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깨달은 삶의 의미를 전해주고자 애썼던 엘리자베스의 마지막 저서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녀는 이 책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장례식 풍경을 묘사했다. 그리고 2004년 8월 24일, 그녀가 상상했던 대로의 장례식이 실제로 펼쳐졌다. 특히 엘리자베스의 삶과 사상을 상징했던 나비가 그녀의 관 속에서, 그리고 참석자들이 미리 받은 봉투에서 일제히 날아올랐다. 그녀는 어린 시절 폴란드에서 봉사를 하던 중 한 나치 수용소의 벽마다 포로들이 가스실로 끌려가기 전날 밤 벽에 한가득 나비그림을 그려놓은 것을 보고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그녀는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나비 그림은 포로들이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벗어나며 후세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다.


- 우리가 지구에 보내져 수업을 다 마치고 나면 몸은 벗어버려도 좋아.
우리의 몸은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 누에처럼 아름다운 영혼을 감싸고 있는 허물이란다. 때가 되면 우리는 몸을 놓아 버리고 영혼을 해방시켜 걱정과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신의 정원으로 돌아간단다.
아름다운 한 마리의 자유로운 나비처럼 말이야. (암에 걸린 아이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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